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최근 가상화폐 월드코인이 미국에서 거래를 개시하고 미국인들 대상의 홍채 수집도 시작한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가 오픈AI 샘 올트먼 CEO가 공동 개발한 홍채 인식 기반 가상화폐 ‘월드코인(Worldcoin)’의 현지 운영을 전격 중단시켰다.
이번 조치는 월드코인의 개인정보 수집 방식과 법적 절차 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내려진 것으로, 인도네시아는 케냐, 스페인, 포르투갈 등과 함께 월드코인에 대한 규제 대열에 합류했다.
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통신정보부는 최근 월드코인의 ‘의심스러운 활동’에 대한 국민 신고가 잇따랐고, 특히 사용자 홍채를 스캔해 디지털 신원(월드ID)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심각한 문제가 제기됐다고 밝혔다. 알렉산더 사바르 디지털공간감독국장은 “국민에게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월드코인 현지 운영사인 PT Terang Bulan Abadi는 전자시스템사업자(ESP)로 정식 등록되지 않았고, 다른 회사(PT Sandina Abadi Nusantara)의 등록증을 빌려 서비스를 운영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는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법상 중대한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두 운영사를 소환해 추가 설명을 요구할 방침이다.
월드코인은 2023년 7월 출시 이후 전 세계 160여 개국에서 650만 건 이상의 월드ID 인증을 확보하며 빠르게 확장해왔다. 사용자는 ‘오브(Orb)’라는 기기를 통해 홍채를 스캔하면, 신원 인증과 함께 가상자산 지갑(월드 앱) 및 월드코인(WLD) 토큰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규모 생체정보 수집과 데이터 보안 우려로 이미 여러 국가에서 운영 중단, 조사, 혹은 금지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모든 디지털 서비스 제공자는 현지 법률에 따라 등록해야 하며, 타 법인 명의로 서비스하는 행위는 심각한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월드코인은 현지 규정 준수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해명을 위해 당국과의 협의가 불가피해졌다. 이번 사태는 글로벌 디지털 신원·가상화폐 프로젝트가 각국의 엄격한 규제와 소비자 보호 요구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월드 앱에는 2600만명의 사용자가 있고 이 중 1200만명이 인증을 완료했다.
지난 4월 30일 TFH(Tools for Humanity)가 미국에서 사람의 홍채를 수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드코인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과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 싱가포르 거래소 비트켓 등에서는 출시됐지만, 미국에서는 거래되지 않았다.
그동안 월드는 남미와 아프리카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홍채를 저장하지 않는다는 TFH 주장에도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개인정보 침해 논란으로 규제를 받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재선 이후 ‘친 가상화폐 정책’이 이어짐에 따라 미국 내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
TFH는 글로벌 데이팅 플랫폼 기업 매치그룹과 협력해 디지털 환경에서의 신뢰 기반 만남을 지원하는 신원 인증 시스템을 도입한다. 글로벌 카드사 비자와 협력해 연내 '월드 카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축구공 크기인 오브를 확 줄인 스마트폰 크기의 '오브 미니'를 출시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