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퍼스트 버디'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민간 기업의 대규모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계획에 대해 "그들은 돈이 없다"며 찬물을 끼얹었다.
머스크 CEO는 22일(현지시간) 자신이 소유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그들은 실제로 돈이 없다"며 "소프트뱅크가 확보한 금액은 100억달러 미만이다. 확실한 출처를 통해 파악했다"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오픈AI, 오라클, 소프트뱅크와 함께 미국 내 AI 인프라에 5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합작법인 '스타게이트'를 설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기업들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초기 1000억 달러를 투자하고, 향후 4년 간 최대 50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세금을 들이지 않고 투자금 대부분을 해외에서 끌어오는 것이 특징이다. 자금 조달 임무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맡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큰 AI 인프라 프로젝트”라며 “거의 즉시 미국 내에 1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스타게이트가) AI 기술의 미래를 보장할 것”이라며 “스타게이트는 미국의 잠재력에 대한 강력한 자신감의 선언”이라고 칭찬했다.
트럼프 당선 일등 공신이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인물로 떠오른 머스크 CEO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야심찬 계획에 딴지놓듯 의문을 드러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간 머스크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계획, 틱톡 인수 계획,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등 다양한 정책에 대부분 찬성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가 트럼프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머스크의 발언은 트럼프와 머스크 사이의 때로는 어색한 역학관계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고 보도했다. 머스크 CEO가 향후 SNS를 통해 여과 없는 발언을 내보내는 것을 자제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고도 해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와 트럼프 정부와의 첫 공개적 단절”이라며 “고위 정책 담당자가 대통령의 이니셔티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악시오스는 “두 사람(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 CEO)의 가장 공개적인 불화 중 하나”라고 전했다.
트럼프와 머스크간 불협화음은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머스크 CEO 사이에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갈등 때문으로 추정된다. 두 사람은 2015년 오픈AI를 공동으로 설립했지만, 2018년 테슬라의 AI 연구 과정에서 오픈AI와 이해 충돌이 있어 머스크 CEO가 회사를 떠났다. 그는 이후 또 다른 AI 회사 xAI를 설립했다.
CNN은 “머스크의 비판은 어쩌면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면서 머스크 CEO가 오픈AI의 영리 법인 전환을 중단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을 짚었다.
머스크 CEO의 AI 기업인 xAI 입장에선 오픈AI, 소프트뱅크가 잠재적 경쟁사란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올트먼 CEO도 머스크가 재원 문제를 지적한 글에 답글을 달며 “틀렸다. 당신도 (틀린 것을) 확실히 알고 있지 않으냐”며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첫 번째 부지에 방문하고 싶냐”고 반문했다. 이어 “국가에 최선인 것이 항상 당신 회사에 최선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깨닫고 있다”며 “그러나 당신의 새 역할에서는 당신이 미국(이모티콘으로 표현) 최우선으로 두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오픈AI의 최대 주주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머스크의 게시물과 관련한 질문에 “내가 아는 건, 내가 800억달러를 벌 수 있다는 것뿐”이라고 답했다.
스타게이트 합작 법인 설립 발표 이후 주식 시장에서는 스타게이트 관련 주식들이 강세를 보였다. 합작사를 설립하는 오라클은 뉴욕증시에서 6.75% 올랐고 소프트뱅크그룹은 도쿄증시에서 전일 대비 10.62% 급등했다. 협력사로 참여하는 마이크로소프트(4.13%), 엔비디아(4.43%), ARM(15.93%)도 상승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