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찾아 하루 일정을 20∼40분 단위로 쪼개 쓰며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올트먼은 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개발자 대상 워크숍 ‘빌더 랩’ 강연을 시작으로 바쁜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국내 게임사 크래프톤의 김창한 대표를 면담하고 카카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전략적 제휴 방안도 발표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올트먼이 동석한 가운데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의 5000만 사용자를 위한 공동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양측은 지난해 9월부터 ‘AI 서비스 대중화’를 목표로 기술과 서비스, 사업 등 다양한 범위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신아 대표는 “파트너십을 빠른 속도로 확대하고 있다”며 “맨 처음에는 오픈AI의 모델을 어떻게 잘 사용할까로 시작해 공동 제품 개발, 에이전트(비서) AI 활용까지 논의하게 된 식”이라고 전했다.
행사 직후 올트먼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8개월 만에 재회해 40분가량 면담했다. 그는 면담 소감을 묻자 “원더풀(굉장했다)”이라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최 회장에 대해선 “나이스 가이(좋은 사람)”라고 말했다. 이날 만남에는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김주선 SK하이닉스 AI인프라 사장 등 SK 경영진이 함께했다.
올트먼은 오후에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으로 이동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과 전격 3자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미국의 AI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포함한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앞서 오픈AI와 소프트뱅크, 미국 오라클은 최소 5000억달러(약 720조원)를 투자해 AI 인프라 기업 스타게이트를 설립하기로 했다.
비공개로 이뤄진 이번 회동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는 알려지진 않았다. 다만 바로 전날 일본 도쿄에서 올트먼 CEO와 손 회장은 일본에서 합작사를 만들어 기업용 생성형 AI를 개발 및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이와 관련한 포괄적인 협력 방안이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 등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를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협업과 투자 논의가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2016년 하만 인수 이후로 멈춘 대형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투자 결정 등이 삼성에서 나올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올트먼은 “한국의 AI 채택률은 정말 놀라운 수준”이라며 한국 시장에 기대를 표했다. 일본·한국에 이어 5일 인도로 출국하는 그는 이번 방문을 통해 아시아에서 대중(對中) AI전선을 강화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