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 장관을 맡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중인 관세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일론 머스크 CEO가 미국과 유럽이 관세가 없는 자유무역지대(free-trade zone)를 구축하기를 희망한다고 5일(현지시각)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 무역상대국에 상호 관세 부과를 발표한 지 사흘 만이다.
머스크는 이날 이탈리아 극우 정당 라 리가(La Liga) 행사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미국과 유럽이 매우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길 바란다”며 “이상적으로는 무관세 체제로 나아가 자유무역지대(free trade zone)를 실질적으로 창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역 불균형 해소라는 목적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의견이 일치하지만, 방법론에 있어서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한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머스크는 이어 미국과 유럽 간에 "매우 밀접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또한 유럽과 북미 간에 "사람들이 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집권 당시에도 머스크는 미국과 영국 간의 "관세가 전혀 없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머스크는 또 유럽과 북미 간 노동 이동 자유 확대에 찬성한다고 밝히며 “그것은 분명 내가 대통령에게 드린 조언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규모 이민을 허용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거듭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전 세계 수입품을 상대로 10%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이중 약 60개국에는 최대 50%에 이르는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머스크가 언급한 유럽연합(EU)에는 20%가 부과돼 유럽과 미국 간 무역전쟁 기운이 고조되고 있는 상태에서 나온 발언이라 훼방꾼이라는 시각까지 나왔다.
머스크는 리그당을 비롯해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 유럽의 극우 정당들을 적극 지지·지원하고, 이민의 위험성을 강력 경고하는 등 유럽 각국 내부 정치에 대한 선을 넘는 개입으로 각국 정부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또 머스크 CEO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관세 정책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책사’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을 비판했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서 한 네티즌이 ‘나바로는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고 쓴 데 대해 댓글을 달며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는 좋은 게 아니라 나쁜 것”이라며 "그 때문에 두뇌보다 자존심만 더 내세우게(more ego than brains)된다"고 꼬집었다.
최근 머스크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대해 보인 일련의 언행들은 머스크와 트럼프의 동행이 끝나가고 있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트럼프는 최근 기자들에게 머스크가 "환상적인 일을 하고 있다"고 거듭 추켜세우면서도 "일론은 일정 기간 (행정부에) 머문 후에 다시 자신의 사업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머스크가 얼마나 더 오래 머물 예정이냐'는 질문에 "몇 달 정도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130일의 특별 공무원 연간 직무 수행일이 끝나는 5월 말 전에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를 떠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악시오스는 "머스크가 피하려 했던 관세 논쟁에 뛰어들면서, 미국의 글로벌 무역 재편 노력에 더 큰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