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세계 최고 부호 일론 머스크가 미국 텍사스 오스틴 인근 고급 주택지 웨스트레이크힐스에서 5m(16피트) 높이의 철조망 울타리를 설치해 이웃들과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머스크의 보안 논리와 지역사회 규범이 정면 충돌하면서, 현지 시의회가 내주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머스크는 2022년 640㎡(193평) 규모, 600만달러(약 84억원) 상당의 저택을 매입한 뒤 곧바로 5m 높이의 철조망 울타리와 5.6m 금속 대문, 외부를 비추는 감시카메라, 24시간 교대 근무하는 무장 경비팀을 배치했다.
그러나 웨스트레이크힐스 시 조례상 허용 울타리 높이는 1.5m(6피트)로, 머스크의 울타리는 기준의 3배를 넘는다. 사전 허가도 받지 않아 총 6건의 시 조례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웃들은 “조용한 주택가가 보안요원과 차량으로 북적이고, 감시카메라가 사생활을 침해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주민은 “서비스 직원들이 다른 집을 오가며 차량을 도로에 세우고, 세탁물을 들고 오가는 모습까지 보인다”며 “이제 동네가 사실상 보안업체 사무실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경비팀은 하루 3교대로 근무하며, 차량 정체와 주차난, 소음 등 생활불편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머스크 측은 “세계적 공인으로서 암살 위협 등 지속적 보안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울타리와 경비 강화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본인이 직접 “내가 트럼프에 이어 암살 대상 2순위”라는 발언까지 하며 신변 위협을 강조해 왔다. 머스크 측은 뒤늦게 시 당국에 울타리와 대문에 대한 사후 허가(variance)를 요청했지만, 웨스트레이크힐스 도시계획위원회는 “규정 위반에 예외를 두면 규범이 무너진다”며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웨스트레이크힐스 시의회는 5월 14일 머스크 저택의 규정 위반 건을 최종 심의한다. 시의회가 위원회 결정을 확정할 경우, 머스크는 울타리와 대문을 철거해야 할 수도 있다. 한 시의원은 “특정인을 위해 규정을 예외로 하면 모두가 법을 무시하게 된다”며 원칙론을 강조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이웃 분쟁을 넘어, 초고액 자산가의 사생활 보호와 지역사회 공공질서, 법적 평등 원칙이 어디까지 충돌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주민들은 “돈과 명성으로 규정을 무시할 수 없다”며 공동체 규범 수호를 외치고 있다.
웨스트레이크힐스 시의회의 결정에 따라 머스크의 ‘요새 저택’이 존속할지, 아니면 공동체 규범이 승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