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책사'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나아가 머스크 CEO와 트럼프 대통령의 결별도 멀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8일(현지시간) 머스크는 X(옛 트위터)를 통해 "나바로는 진짜 멍청이(moron)"라며 "나바로는 벽돌 자루보다도 멍청하다"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또 다른 댓글에서는 그의 성인 ‘Navarro’를 장애인을 비하하는 의미가 섞인 ‘retard’로 바꿔 ‘Peter Retarrdo’라고 지칭했다.
이같은 머스트의 대응은 앞서 나바로가 테슬라를 자동차 제조사가 아니라 자동차 조립업체라고 깎아내린 데 따른 것이다.
머스크의 발언은 전날 방송된 CNBC와의 인터뷰에 대한 반응이었다. 해당 인터뷰에서 나바로 고문은 머스크 CEO가 관세 정책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그가 자동차 제조업자가 아니라 자동차 조립업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의 텍사스 공장에 가보면 전기차의 경우 엔진에 해당하는 배터리의 상당 부분이 일본과 중국에서 오고 전자부품은 대만에서 온다”며 “우리와 일론의 생각이 다른 점은 우리는 타이어를 애크런에서 만들고, 변속기는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만들기 원하며 엔진을 플린트와 새기노에서 만들기 원하고 자동차는 이곳에서 제조되길 원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나바로의 비판에 대해 머스크는 또 "테슬라는 미국 내에서 가장 수직적으로 통합된 자동차 제조업체이며 미국산 부품 비율이 가장 높다"며 "나바로는 자기가 만들어낸 가짜 전문가 론 바라에게나 물어보라"고 강조했다.
론 바라는 나바로가 과거 여러 저서에서 자신의 관세 이론 등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용한 전문가인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라는 사실이 2019년 들통난 사건이다. 이 이력을 꺼내면서 조롱한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동생이자 테슬라 임원인 킴벌 머스크 역시 7일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가 수 대에 걸쳐 사실상 가장 높은 세금을 매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느냐"면서 "관세 전략을 통해 트럼프는 미국 소비자에게 구조적이고 영구적인 세금을 도입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만류하고 나섰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나바로와 달리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케빈 해셋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은 관세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며 더 정교하고 표적화된 관세를 제안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중국으로부터의 수입품에 지난주 발표한 34% 관세에 더해 5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면서 "(머스크의) 개입 시도는 현재까지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강도 높은 관세 정책을 이어가면서 머스크의 테슬라 주가도 폭락을 이어가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관세 발표 이후 이틀간 약 17% 폭락했으며, 머스크의 개인 자산도 지난해 1월 1일 이후 처음으로 3000억달러(442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머스크 CEO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총 1347억달러(198조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대통령 최측근간의 충돌에도 백악관은 시큰둥한 모양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머스크와 나바로가 무역과 관세에 대해 매우 다른 견해를 가진 두 개인”이라며 "그들의 논쟁이 그리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남자애들은 원래 그렇다(Boys will be boys). 우리는 그들이 공개적으로 언쟁(sparring)하도록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