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 수장이 오는 7월 31일 미국 휴스턴의 존슨우주센터에서 8년 만에 직접 대면 회담을 갖는다. 이번 만남은 양국 우주 협력의 상징인 국제우주정거장(ISS) 운용과 향후 공동 미션에 대한 협의를 위해 마련됐다.
타스, 리아노보스티 등 러시아 통신사들이 29일(현지시간)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의 드미트리 바카노프 사장이 미국 교통부 장관 겸 NASA 임시 국장인 숀 더피와 만나 ISS 운용 연장, 공동 비행 지속, ISS의 안전한 탈궤도 추진, 그리고 해양 폐기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로스코스모스가 지난 7월 29일 성명을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ISS 프로그램 초안은 이미 완성됐으며, 탈궤도 과정에 약 2년 반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ISS는 1998년부터 궤도 운영을 시작해 현재까지 27년째 활동 중인 인류 최대 우주 협력 프로젝트다. 미항공우주국(NASA)과 로스코스모스가 주도한 이 프로젝트는 15개국이 참여했으며, 2024년 기준까지 투입된 비용은 약 150조원(약 1200억 달러)에 달한다.
당초 ISS는 2024년 운영 종료가 계획됐지만, 최근에는 2030년까지 연장 운용 요구가 커진 상태다. 하지만 미·러 양국은 최소 2028년까지 ISS를 운영하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러시아와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전방위적 대립 국면에 있음에도 우주 분야에서만큼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2018년 10월 드미트리 로고진 당시 로스코스모스 사장과 짐 브라이든스타인 NASA 국장 간 회담 이후 사실상 8년 만에 공식 대면하는 자리다.
회담 기간 바카노프 사장은 NASA의 존슨우주센터 방문과 함께 우주 캡슐 개발업체 보잉의 CST-100 스타라이너 시설도 둘러볼 예정이다. 특히 러시아 우주인 올레크 플라노토프를 포함해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 승무원들과의 만남도 계획되어 있어 미·러 민간 우주 협력의 미래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NASA 2024년 자료에 따르면, ISS는 전 세계 우주과학 실험의 핵심 무대로 활용되고 있으며, 한 해에 수행되는 실험만 400건 이상, 참여 연구자는 3000여명에 이른다. 우주환경 모니터링, 제약, 생명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혁신 기술 개발에 없어서는 안 될 플랫폼이다.
이번 미·러 우주 수장 회동은 냉전 이후 우주 협력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동시에 ISS의 안정적 운영과 향후 탈궤도 작업의 협력적 추진이 우주 쓰레기 문제와 해양 환경 보호 측면에서 국제사회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지난 4월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러시아 측 바카노프 사장과 NASA 우주운영 부국장 켄 보어속스가 만난 데 이어 이번 휴스턴 만남은 양국 간 대면 소통 재개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