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경희대학교 2026학년도 수시모집 최종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입학처 홈페이지 화면에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아닌 ‘초밥모집 합격자 발표’라는 문구가 노출된 것으로 보이는 캡처 사진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되며 수험생과 대학가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19일 한 SNS에는 “경희대가 초밥모집 합격 발표를 한다는데, 스시로 대학 가야겠다”는 글과 함께 경희대 입학처 홈페이지로 추정되는 화면 캡처가 올라왔다. 해당 이미지는 원래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떠야 할 자리에 ‘초밥모집 합격자 발표’라는 문구가 노출된 것으로 돼 있어, 게시 하루 만에 조회 수 240만회를 넘기며 각종 커뮤니티와 입시 카페, 게임·유머 게시판 등으로 급속히 퍼졌다.
여성 커뮤니티, 수험생 카페, 게임 커뮤니티 인벤 등에는 “경희대에 초밥전형이 생겼냐”, “초밥모집이면 입학하고 싶다”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나도 방금 저 화면을 봤다”, “복구되기 직전에 저게 잠깐 떠 있었다”는 이른바 ‘인증’ 댓글이 줄을 이었다. 다음카페 ‘여성시대’에 올라온 관련 게시글은 20일 오전 기준 조회 수 5만8000회를 넘겼고, 댓글만 60여개가 달리며 실시간 인기글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는 ‘수시’가 일본식 발음으로 ‘스시’로 들리는 점을 빗대 “수시가 스시로 잘못 번역돼 초밥으로 표기된 것 아니냐”는 농담 섞인 추정과 “입시 전날 긴장한 수험생들을 위해 경희대가 일부러 던진 큰 그림 아니냐”는 해석까지 등장했다. 후속 패러디로 ‘2026학년도 경희대학교 초밥모집 합격자 발표’라는 제목의 유머 글과 짤방이 만들어져 추가로 공유되는 등, 단 하루 사이 ‘초밥모집’은 입시 커뮤니티의 대표 밈으로 자리 잡는 양상이다.
그러나 정작 경희대 측은 이 사태를 학교 차원의 실수나 전산 오류가 아닌 “일부 누리꾼의 장난”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경희대 관계자는 연합뉴스TV와의 통화에서 “논란 이후 자체적으로 입학처 홈페이지와 합격자 발표 시스템 화면을 다시 검수했지만, 오타나 ‘초밥모집’ 문구가 실제로 게시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웹 브라우저의 개발자 도구나 편집 기능을 통해 개인 PC 화면에 보이는 글자를 임의로 바꾼 뒤 캡처해 올렸을 가능성이 크다”며 “해당 문구를 공식적으로 게시한 사실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학교 측은 또 “현재 추가 사실관계를 파악 중으로, 합격자 발표 결과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경희대는 19일과 20일 예정대로 수시모집 최초 합격자와 예비 순위자를 공개했고, 합격·불합격이 뒤바뀌는 등 치명적인 전산 오류나 공지 정정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사안은 ‘표기 해프닝’ 또는 ‘합성 의심 캡처 논란’ 수준에서 마무리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입시 현장에서는 이 같은 온라인 해프닝조차 예민한 시기에 공정성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실제로 국내 대학 입시에서는 전산 시스템 오류나 관리 부실로 합격자와 불합격자가 뒤바뀌거나 합격 통보가 번복된 사례가 반복돼 왔다.
2019학년도 수시모집 당시 조선대학교는 3591명의 합격자와 5801명의 예비후보를 발표했다가, 이 가운데 78명을 잘못 합격 처리하고 또 다른 78명은 합격임에도 불합격으로 발표하는 전산 오류를 냈다. 대학 측은 4시간 만에 합격자 명단을 정정했지만, “처음 확인할 때는 합격이었는데 나중에는 예비순위로 밀려났다”는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대입 전형의 신뢰도 역시 크게 손상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9년에는 서울대 지원이 가능할 정도의 상위권 수험생이 연세대 합격 통보를 받은 뒤 등록금을 ATM을 통해 입금하는 과정에서 ‘지연이체 제도’ 때문에 기한 내 입금이 완료되지 않아, 최종적으로 합격이 취소되는 일도 벌어졌다. 연세대는 “전산 오류가 아니라 은행 시스템의 지연이체로 인한 미납”이라며 “형평성을 이유로 구제는 어렵다”고 밝혔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합격 통보 후 뒤늦은 취소”라는 점에서 큰 충격과 논란을 남겼다.
경희대 역시 과거 대학원 외국인 전형 과정에서 합격자 발표를 잘못 내보냈다가 30여분 만에 결과를 번복한 사례가 있다. 2022년 12월 6일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외국인 전형에서 전산 오류로 인해 최종 합격자 발표가 뒤바뀌었고, 학교는 이튿날 홈페이지 공지로만 합격 취소 사실을 알리면서 개별 통지도 하지 않아 ‘날벼락 통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경희대는 “발표 오류가 약 5분간 있었다”며 시스템 오류 자체는 인정했다.
입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사례들이 누적되면서, 대학 합격자 발표의 공정성과 안정성에 대한 수험생 불신이 구조적으로 쌓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수험생 커뮤니티 ‘오르비’ 등에서는 수년 전부터 “합격자 발표 전산 오류는 생각보다 흔하지만, 로그 데이터 관리나 사후 통지가 부실해 피해자가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는 취지의 경험담이 공유되고 있다.
이번 경희대 ‘초밥모집’ 논란이 실제 전산 오류가 아닌 온라인 장난 또는 합성 이미지였다고 하더라도, 민감한 대입 일정과 맞물려 대학 브랜드와 입시 시스템에 대한 장기적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수험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혹시 실제로 저 화면을 본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합격자 발표 페이지가 장난의 소재로 쓰일 만큼 허술한 것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학 측의 보다 적극적인 소명과 시스템 설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 입시 컨설턴트는 주요 입시 포털 칼럼에서 “수능과 수시·정시 일정이 촘촘하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합격자 발표 오류나 소문 하나가 수험생의 멘탈과 선택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로 측정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며 “대학은 실제 오류 여부와 무관하게, 합격자 발표 화면 캡처가 유포됐을 때 즉각적인 팩트 체크 안내와 로그 검증 결과를 공개하는 방향으로 대응 프로토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대학별 개별 시스템에 의존하는 현재 구조에서 벗어나, 국가 차원에서 일정 수준 이상 보안과 로그 관리 기준을 충족한 공통 플랫폼 또는 인증 절차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수시·정시 합격자 발표, 예비 번호 관리, 이중 등록 방지 등 핵심 기능을 표준화하고, 모든 조회 이력과 공지 변경 내역을 법적으로 일정 기간 이상 보존하도록 의무화하면, 조선대·경희대·연세대 사례와 같은 전산·절차 혼선이 재발했을 때도 책임 소재와 사실관계를 보다 명확히 규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입시분야 전문가는 "이번 경희대 ‘초밥모집’ 해프닝은 표면적으로는 SNS와 커뮤니티가 만들어낸 가벼운 농담이자 인터넷 밈에 불과해 보인다. 그러나 합격 한 줄에 인생의 진로와 가족의 삶이 갈리는 입시 현장의 무게를 감안하면, 대학과 교육당국이 '웃고 넘길 해프닝'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다"면서 "합격자 발표 시스템의 신뢰도와 투명성, 그리고 온라인 정보 조작에 대한 대응 체계를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