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용 GPU 'H200' 칩의 중국 수출 허용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미·중 간 기술 갈등 완화와 함께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정책에 변화가 감지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며, 논의 결과에 따라 실제 수출 허가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H200 칩, 중국 시장 진출 가능성과 성능
엔비디아 H200은 2023년 출시된 '호퍼(Hopper)' 아키텍처 기반의 AI 칩으로, 최신 '블랙웰(Blackwell)' 기반 B200보다는 한 단계 아래지만, 중국에 수출이 허용된 저사양 H20 칩보다 성능이 뛰어나다.
실제 성능 테스트에 따르면, H200은 H100 대비 최대 2배 빠른 처리 속도를 보이며, 다양한 구성에서 H100 대비 45% 이상 높은 처리량을 제공한다. FP8 연산 기준으로 H200은 약 1.4 PFLOPS, B200은 4 PFLOPS 이상의 성능을 기록한다. H200은 141GB HBM3e 메모리와 4.8TB/s 대역폭을 채택해 중대형 모델 추론에 최적화되어 있다.
미국의 수출 통제 정책 변화와 배경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2년부터 최첨단 AI 칩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수출 통제 규제를 도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들어 이러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엔비디아가 중국과 거래하도록 하겠지만, 최첨단 칩 판매는 제한하겠다"고 밝혔으며,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역시 "블랙웰 칩이 더는 최첨단이 아닐 시점(1~2년 후)에야 중국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에는 엔비디아의 최신 칩 수출을 허용하는 등 지역별 차등 전략을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매출 현황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매출은 올해 들어 크게 흔들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4월 H20의 대중 수출을 전격 금지했다가 약 3개월 만에 제한적 허용으로 돌아섰다. 그 사이 중국 정부는 안보 문제를 이유로 엔비디아 칩 구매를 사실상 중단해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은 현재 '제로' 상태다.
엔비디아는 2025년 약 1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시장 매출에 직접적 타격을 받고 있으며, 이는 전체 매출의 약 12-15%에 해당하는 규모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19일 실적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 판매 전망은 '제로'이지만, 양국 정부를 설득해 시장 진입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주가와 시장 반응
블룸버그의 보도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급등해, 미 동부시간 오후 1시 50분 이후 2% 넘게 뛰며 장중 184.56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다만 장 마감이 다가오면서 수출 허용 불투명성에 대한 경계감이 작용해 전거래일 대비 0.97% 하락 마감했다. 엔비디아는 올해 1분기 매출 440억 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69% 증가했으며,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96센트로 57% 증가했다.
중국의 대응과 국내 AI 반도체 시장
중국은 미국의 AI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응해 '중국판 엔비디아'라 불리는 캠브리콘의 상반기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300% 넘게 폭증했다. 중국 산시증권은 '2024년 초 중국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 점유율은 약 80%였지만 5년 내 점유율이 50~60%로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엔비디아의 빈자리를 중국 기업들이 대체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H200 칩 중국 수출 허용 검토는 미·중 기술 갈등 완화와 함께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정책에 변화가 감지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만큼, 실제 수출 허가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