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두바이에서 열린 ‘바이낸스 블록체인 위크 2025’ 무대에서 또 한 번 초강세론이 쏟아졌다.
BitMine Immersion Technologies 회장이자 펀드스트랫(Fundstrat) 공동 창업자인 톰 리(Tom Lee)가 “이더리움은 극도로 저평가돼 있으며, 비트코인이 25만달러에 도달하는 몇 달 안에 이더리움도 6만20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공개 발언한 것이다.
12월 5일(현지시간) 기준 이더리움은 약 3,100달러, 비트코인은 9만20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어, 리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이더리움은 약 20배, 비트코인은 약 1.7배 추가 상승 여지를 의미한다.
톰 리의 가격 시나리오
톰 리의 논리는 ‘ETH/BTC 비율 복귀’에 기반한다. 그는 이더리움/비트코인(ETH/BTC) 가격 비율이 장기 평균과 2021년 피크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보며, “8년 평균 비율로만 돌아가도 이더리움은 1만2000달러, 0.25까지 올라가면 6만2000달러 수준”이라고 제시했다.
현재 ETH/BTC 비율이 약 0.034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0.25 회복은 비율 기준으로 7배 이상 재레이팅이 필요하다.
비트코인에 대해서도 그는 기존 15만~20만달러 전망을 상향해 “수개월 내 25만달러 도달이 가능하다”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가장 중요한 두 개의 크립토 플랫폼”으로 규정했다. 이 경우 리가 제시하는 이더리움 6만2000달러는 시가총액 약 7.5조달러를 의미해, 현재 금 시장 규모(약 13조달러)의 60%에 육박하는 초대형 자산군으로 도약하는 그림이다.
BitMine의 4,1946 ETH·3% 지분 베팅
말뿐인 ‘입털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은 BitMine의 실탄에 쏠린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사 룩온체인(Lookonchain)에 따르면, BitMine으로 추정되는 지갑은 최근 단일 거래로 4만1,946 ETH를 추가 매수했으며, 거래 규모는 약 1억3000만 달러(토큰당 약 3,100달러)로 추정된다.
이 거래를 포함해 BitMine의 총 이더리움 보유량은 370만개를 넘어섰고, 이는 유통 중인 이더리움 공급량의 ‘3% 안팎’을 점유하는 수준이다. 금융·온체인 데이터에선 이를 시가 약 180억달러 내외로 평가한다.
BitMine은 2025년 중반 이후 시장 조정 구간마다 이더리움을 지속적으로 매집해왔으며, 최근 한 달 동안 평가손실이 40억달러를 넘는 상황에서도 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회사는 ‘Made in America Validator Network(MAVAN)’라는 이더리움 검증자 네트워크 구축 및 스테이킹 사업 확대 계획을 공개하며, 비트코인 채굴에서 이더리움 재무·스테이킹 중심의 기업으로 피벗하는 전략을 병행 중이다.
토큰화 3조~30조달러 시대와 이더리움
리의 초강세론의 핵심 배경은 ‘실물자산 토큰화(real-world asset tokenization)’다.
레드스톤(RedStone)과 크립토 전문 리서치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온체인 실물자산(RWA) 토큰화 시장 규모는 2024년 말 약 152억달러에서 2025년 상반기 240억달러를 넘어섰고, 일부 분석은 2025년 말 기준 30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한다.
링크드인·애널리스트 리포트에서는 RWA 토큰화 시장이 2030년까지 4조~30조달러 구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초대형 밴드’ 전망도 제시된다.
이더리움은 이 시장의 ‘기본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실물자산 기반 토큰 중 약 120억달러 규모가 이더리움 네트워크 상에서 운용되고 있으며, 2위인 ZKsync Era의 약 23.7억달러와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블랙록의 토큰화 미 국채 펀드(BUIDL), 골드만삭스·JP모간·씨티그룹의 온체인 채권·펀드 구조 등 주요 월가 프로젝트 상당수가 이더리움 혹은 EVM 계열 체인을 기반으로 설계되고 있다.
리의 발언은 이 흐름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그는 “2025년은 1971년 닉슨 쇼크 이후 달러가 금을 대체했던 순간에 비견될 것”이라며, “이번에는 채권·부동산·달러 등 모든 자산을 토큰화하고, 월가는 이를 스마트컨트랙트 플랫폼 위에서 상품화해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관점에서 이더리움은 스테이블코인, RWA, 디파이 결제·정산의 ‘기본 계층(settlement layer)’로, 토큰화 자산 성장률이 곧 이더리움 밸류에이션의 레버리지 역할을 한다는 논리다.
시장의 냉소·리스크 요인
초강세 시나리오에 시장이 모두 설득된 것은 아니다.
갤럭시 디지털 CEO 마이크 노보그라츠는 올해 초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이 25만달러에 가려면 시장에서 말 그대로 ‘미친 일’이 일어나야 한다”며, 유동성과 규제·매크로 환경 측면에서 현실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일부 온체인·매크로 분석가들은 이번 하락장이 아직 초기 단계라며, “6만2000달러 이더리움·25만달러 비트코인은 현 사이클 펀더멘털·정책 여건상 비이성적 기대”라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톰 리의 과거 트랙 레코드는 엇갈린다. 그는 2021년 비트코인이 연말까지 20만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6만9000달러 전고점 이후 장기 약세장에 진입했다.
2024~2025년에도 비트코인 15만~20만달러 단기 돌파 전망을 여러 차례 내놨으나, 시점과 속도는 크게 빗나갔다는 평가가 많다.
규제와 거시환경도 변수다. 미국과 유럽의 스테이블코인·RWA 규제 틀이 아직 과도기인 데다, 금리·달러 강세와 같은 매크로 요인에 따라 위험자산 선호가 급변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실물자산 토큰화 시장 전망치(4조~30조달러) 역시 편차가 매우 크고, 그 중 얼마나 이더리움 체인에서 직접 구현될지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남는 질문: ‘슈퍼사이클’인가, 또 한 번의 버블인가
결국 톰 리의 6만2000달러 이더리움·25만달러 비트코인 시나리오는 세 가지 전제 위에 서 있다.
▲글로벌 RWA 토큰화 시장이 2030년까지 최소 수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 ▲이더리움이 이 토큰화 인프라의 핵심 정산·스마트컨트랙트 계층 지위를 유지할 것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 스토리를 유지하며, 이번 사이클에서 6자리 수(10만달러 이상)를 여러 차례 상향 돌파할 것이다.
BitMine이 유통 이더리움의 3% 이상을 쓸어 담는 ‘행동’으로 이 시나리오에 베팅한 반면, 월가와 크립토 월드의 상당수는 여전히 “벤치마크를 크게 웃도는 낙관론”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닉슨 쇼크 이후 달러가 금을 밀어낸 역사처럼,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을 일부 대체하며 금융 시스템의 ‘새 인프라’로 부상할지, 아니면 또 하나의 거품 서사로 끝날지는 토큰화 시장의 실적·규제 정착, 그리고 다음 2~3년간의 매크로 사이클이 가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