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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동산

[이슈&논란] 이촌한강맨션·개포우성4차·압구정3구역·성수2지구 '몸살'…서울 재건축, 조합 내홍으로 사업성 '흔들'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서울 핵심 정비사업지에서 조합 갈등이 연쇄적으로 터지며 수조원대 재개발·재건축 프로젝트 전반에 ‘갈등 리스크’가 사업성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서울 핵심 정비사업지들이 당분간 횡보를 거듭하며 속도전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합 내부 갈등과 사업 지연이 반복되면서 조합원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이주·철거 일정도 불확실해지며 급매성 매물이 시장에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정비업계는 “땅값과 용적률보다 갈등 관리 능력이 사업 성패를 가르는 시대”라는 말까지 내놓고 있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재건축 조합은 지난 11월 21일 임시총회에서 조합장 해임안을 가결했다. 1971년 준공된 5층 660가구 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최고 59층, 1685가구 규모의 초고층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었지만, ‘전 세대 한강 조망’ 약속이 설계 변경 과정에서 무너졌다는 불신이 조합장 교체로 이어졌다.​

 

한강맨션은 당초 68층 설계를 추진했으나 남산 조망권 침해 우려로 층수를 낮추는 대신 한강변 라인에 전용 59㎡ 타입이 대거 배치됐고, 이 물량이 서울시에 기부채납되는 공공임대 주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조합원들의 분노를 키웠다. 그 결과 조합원 일반분양 몫인 전용 87·89㎡ 약 140여 가구가 비(非)한강뷰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며, 연말 이주 강행 방침과 맞물려 해임 여론이 폭발했다.​

 

‘50억 한강변’이지만…사업 지연이 부르는 금융비용 폭탄


한강맨션은 한강변 조망 희소성과 입지 덕에 이미 시세가 평당 1억원에 근접한 ‘50억 단지’ 반열에 올라 있다. 실제로 전용 89㎡·101㎡의 최근 실거래는 약 47억~50억원에 형성되며 신고가를 경신했고, 인근 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 역시 전용면적 기준 평당 1억500만원을 넘어서는 거래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사업 일정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이주·철거 이후 발생할 금융비용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일반분양 수입이 들어오기 전까지 이주비와 사업비 대부분을 금융기관 대출에 의존하는 구조라, 착공이 늦어질수록 이자비용이 누적돼 조합원 1인당 분담금이 수천만~수억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포·압구정·성수, ‘조합장 리스크’가 멈춰 세운 조 단위 프로젝트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인 개포우성4차 조합은 시공사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 논란과 특정 건설사 ‘밀어주기’ 의혹 속에서 지난 9~10월 조합장과 집행부 전원을 해임했다. 삼성물산·롯데건설·포스코이앤씨 등 대형사를 두고 3파전이 예상됐던 단지였지만,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삼성건설의 현장설명회 불참과 온라인 소통 차단 논란이 겹치며 시공사 선정 총회는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압구정3구역 역시 주민참여감시단 소속 임원 4명이 각종 소송과 허위사실 유포로 사업을 지연시켰다는 이유로 해임되면서, 조합 내 갈등을 둘러싼 ‘내부 전쟁’을 치렀다. 조합은 내년 상반기 시공사 선정에 다시 속도를 낼 계획이지만, 이미 정비 절차 상당 부분을 밟아놓은 상황에서의 갈등은 조합원 피로도와 법적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성수전략정비구역, 성 비위 의혹까지…갈등의 격랑


예정 공사비만 1조7800억원대에 달하는 성수전략정비구역 2지구는 조합장과 포스코이앤씨 홍보요원(OS) 사이에서 불거진 성 비위 의혹으로 조합장이 사퇴하며 조합장 공석 사태를 맞았다. 조합이 특정 건설사에 불리한 입찰 조건을 제시했다는 불만이 커진 데 이어 해당 시공사가 입찰 참여를 공식 철회하면서, 지난 10월 시공사 선정 입찰은 결국 무응찰로 유찰됐다.​

 

성수1지구도 사정은 비슷하다. GS건설·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 등 대형사가 관심을 보였지만, 일부 건설사는 조합의 입찰 지침이 사실상 ‘유일 입찰’을 전제한 구조라며 우려를 제기했고, 예정됐던 시공사 선정 총회가 취소됐다. 서울시 현장 실태 조사에서 혐의 없음 결론이 나왔음에도 비상대책위원회는 조합장 해임을 요구하며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 재건축, 평균 18.5년…갈등이 ‘도시 재창조’를 집단 피로로 바꾼다


연구·행정 자료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별다른 차질이 없더라도 인가부터 입주까지 평균 13~15년이 걸리고, 갈등과 소송이 얽힌 사업장은 20년 이상 소요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시는 현재 평균 18.5년 이상 걸리는 정비사업 기간을 인허가 개선과 갈등관리 강화로 13년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을 정도다.​

 

부동산 관련 연구에서는 조합원간 갈등과 소송이 발생할 경우 사업기간이 유의하게 늘어나고, 그 지연이 금융비용 증가와 사업성 악화로 직결된다는 통계적 결과도 제시된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정비사업 단계별 갈등관리 대책’을 통해 갈등 징후가 있는 사업장에 정비사업 코디네이터를 파견하고, 조합장 수시 면담 등 사전 개입을 확대하는 등 ‘공적 중재자’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갈등 리스크가 결정하는 수익률…조합·시공사·지자체 모두 ‘게임의 룰’ 바꿔야


부동산전문가들은 서울 핵심 정비사업지의 성패가 땅값이나 분양가보다 ‘갈등 리스크 관리’에 달려 있다고 진단한다. 사업 초기부터 한강뷰 배분, 임대·분양 물량 조망 차이, 시공사 선정 기준 등 민감한 의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조합원 의사결정 구조를 세분화하지 않으면 정치적 갈등이 경제적 손실로 전가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장 해임은 법적 요건만 갖추면 언제든 가능하지만, 비대위와 맞비대위가 맞서는 소모전이 길어질수록 정작 조합원들의 분담금과 사업성만 악화된다”며 “정비사업을 ‘도시 재창조’가 아닌 집단 피로의 과정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선, 조합·시공사·지자체 모두 갈등 비용을 숫자로 계량해 공유하는 새로운 ‘게임의 룰’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부동산 규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사업 속도가 더디게 진행될수록 조합원들은 이주비와 사업비 증가로 인해 심리적 부담이 커진다”며 “특히 한강맨션처럼 연말 이주가 목표였던 단지에서 사업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일부 조합원이 금융상황 악화로 인해 급매 물량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한강맨션 인근 이촌동 일대에서는 조합원 매물이 시장에 소폭 유입되며, 매매가격도 조정국면에 진입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업 지연과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 조합원들의 분담금 부담이 더 커지고, 일부 조합원은 매각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며 “이러한 급매 물량은 주변 시세 하락을 유도할 수 있어, 사업 초기에 기대했던 높은 분양가와 사업성도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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