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서울 강남 ‘로또 청약’으로 꼽히는 핵심 단지들이 정부의 10·15 대출 규제 이후 줄줄이 내년으로 분양을 미루면서, 2026년까지 서울 전역에서 공급 타이밍을 재조정하는 ‘대기 모드’가 가속하는 모습이다. 분양가 상한제와 초강력 LTV 축소가 맞물리며 조합·시공사·수요자 모두가 한 걸음 물러서 관망세로 돌아선 형국이다.
반포·서초 등 강남권 ‘로또 단지’ 줄연기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1차 재건축 단지 포스코이앤씨의 ‘오티에르 반포’는 이달 예정이던 분양을 내년 1~2월로 미뤘다. 총 251가구 중 일반분양은 87가구에 불과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적용과 한강 변 입지, 포스코이앤씨 하이엔드 브랜드 첫 적용이라는 상징성 덕에 수십 대 1의 경쟁률이 예상되는 ‘핵심 로또’로 꼽힌다.
같은 서초권의 ‘아크로 드 서초’(총 1161가구·일반 56가구)와 방배13구역 ‘방배 포레스트 자이’도 올해 분양 계획을 세웠다가 내년 상반기로 미뤄진 상태다.
DL이앤씨가 동작구 대방동 노량진8구역 ‘아크로 리버스카이’는 지하 4층~지상 29층, 10개 동, 987가구 규모로 이 가운데 800가구 안팎이 일반분양으로 예정돼 있지만, 분양 시점이 이달에서 내년 4월로 늦춰졌다. 흑석동 써밋 더힐(1515세대 규모, 424 일반분양), 흑석동 디에이치 켄트로나인(1536세대 규모, 430 일반분양)도 내년에 분양예정이다.
영등포구 문래동 진주아파트 재건축 단지인 '더샵 르프리베'도 연말 분양에서 내년 2월로 연기됐다. 지하 3층~지상 21층, 6개 동, 324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138가구가 일반분양이다.
업계에선 서초·동작 한강 벨트에서만 2025~2026년 사이 수천 가구의 일반분양 물량이 밀려 있으나, 실제 공급은 ‘대출 규제 완화 여부’가 가늠될 때까지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6년 서울 주요 분양 지도
2026년 이후 서울에서 예정된 대형 단지도 규제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 클래스트’는 5000가구가 넘는 매머드급 단지로, 1800가구 이상이 일반분양 물량으로 거론되고 있고, 방배동 ‘방배 르엘’은 492가구 중 180가구가 일반분양 후보로 알려져 있다.
용산구 한강로3가 ‘아세아아파트’ 재건축은 997가구 규모에 일반분양 800가구 안팎이 예상되며, 한강·용산권 희소 입지 덕분에 이미 ‘포스트 한남뉴타운’ 청약지로 거론되고 있다.
영등포구 신길동 ‘더샵 신풍역’은 2030가구 가운데 312가구, 동작구 노량진2·6구역은 각각 411가구(일반분양 196가구), 1499가구(일반분양 300가구) 규모로 2026년 전후 일반분양이 계획돼 있다.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단지 ‘북한산 시그니처캐슬’은 32개 동, 4116가구의 초대형 단지로, 이 가운데 555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성북구 장위10구역 재개발 사업은 사랑제일교회 부지 문제를 정리하고 착공을 앞두고 있으며, 총 1900여 가구 중 절반 이상이 일반분양으로 거론된다.
10·15 대출 규제가 만든 ‘관망장’
연말 분양시장 급랭의 1차 원인은 10월 15일 발표된 부동산 대책이다.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시·군을 토지거래허가구역 및 규제지역으로 묶고, 무주택자와 처분 조건부 1주택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기존 최대 70%에서 40%로 일괄 낮췄다.
특히 집값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주담대 한도를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제한해 강남권 고가 분양 단지의 레버리지 수요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규제 시행 직후 수도권·규제지역 거래량은 급감했고, 한강 벨트와 강북 재개발지 모두 매물·호가가 동시에 줄어드는 ‘거래 절벽’ 현상이 뚜렷해졌다. 분양시장에서는 중도금 대출 LTV 40% 규제로 실수요자의 초기 자기자본 부담이 커지면서, 분양가가 조금만 높아도 청약 대신 관망으로 돌아서는 분위기가 확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급지표가 말해주는 ‘눈치 싸움’
주택산업연구원이 집계하는 ‘미분양물량 전망지수’는 11월 기준 98.5포인트로 전달보다 8.9포인트 상승하며 연중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수치가 100에 가까울수록 ‘미분양이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이 많다는 뜻인데, 연구원은 분양가 상승세와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실수요자가 청약을 미루고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부동산 플랫폼 직방 분석에 따르면 이달 전국 분양 예정 물량은 약 2만 가구로, 전년 동월 대비 17% 늘었지만 최근 3년 평균 대비로는 약 12% 적은 수준이다. 수도권에 1만3780가구, 지방에 6664가구가 공급될 예정이지만, 굵직한 강남·한강 벨트 단지 상당수가 내년 이후로 일정을 옮기면서 체감 공급은 더 적다는 지적이다.
조합·시공사·수요자 삼각 갈등
조합과 시공사 간 분양가 줄다리기는 10·15 대책 이후 한층 더 팽팽해졌다. 조합은 일반분양가를 최대한 높여 조합원 분담금을 낮추려는 반면, 시공사는 대출 규제 속 고분양가를 밀어붙이다 대규모 미분양이 날 경우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태도다.
익명의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가 높아도 분양이 완판되면 문제가 없지만, 지금처럼 LTV 40%에 고금리가 겹친 상황에선 고분양가 고집이 곧 리스크”라며 “조합 설득을 통해 일반분양가를 일부 낮추고 대신 프리미엄 브랜드, 특화 설계로 가치를 부각하는 전략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권 일부 재건축 현장에서는 평면 특화, 조경·커뮤니티 업그레이드,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등을 통해 ‘가격보다는 상품 차별화’에 무게를 두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글로벌 규제와 비교되는 서울의 ‘초강도 레버리지 통제’
전문가들은 서울의 이번 대출 규제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상당히 강한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영국·호주 등도 주택담보대출비율을 60~80% 선에서 통제하지만, 서울처럼 특정 가격 구간(15억·25억)을 기준으로 절대 대출 한도를 4억원·2억원으로 못 박은 사례는 드물다는 평가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분양가를 통제하면서, 동시에 레버리지까지 조였다는 점에서 “가격·수요 양쪽을 함께 제어하는 이중 규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강남·한강권 핵심지의 공급이 지연되면서 입주 시점엔 또 다른 가격 급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한 주택시장 전문가는 “대출 규제의 방향성 자체는 집값 안정에 필요하지만, 재건축·재개발 핵심지 공급이 과도하게 늦어질 경우 ‘로또 분양’ 희소성이 더 커지면서 분양가와 당첨가치가 동시에 뛰어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