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최동현 기자] 국내 500대 기업의 기간제 근로자 비중이 최근 4년 새 1.4%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제 근로자 비중이 가장 크게 늘어난 기업은 삼양식품, 가장 많이 감소한 기업은 대동이었다.
올해 6월 말 기준 기간제 근로자 비중이 높은 기업은 메리츠증권·자이에스앤디·다올투자증권·서희건설·하나증권 순이었다. 이 중 메리츠증권·자이에스앤디·다올투자증권 3개사는 정규직보다 기간제 근로자 비중이 더 높았다.
8월 27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대표 조원만)가 매출 기준 500대 기업 중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분기(6월) 보고서를 공시한 334개사를 대상으로 정규직(무기계약직 포함) 및 기간제 근로자의 인원수를 조사한 결과 최근 4년간 이들 기업의 기간제 근로자 비중이 1.4%포인트 증가했다.
올 6월 기준 조사 대상 기업 334곳의 전체 근로자 수는 132만4494명, 기간제 근로자는 10만3259명으로 집계됐다. 4년 전인 2021년 6월에 비해 전체 임직원이 4만7482명(3.7%) 늘어난 가운데 기간제 근로자는 2만1095명(25.7%) 증가했다.
조사 대상 500대기업의 연도별 기간제 근로자 비중은 ▲2021년 6월 6.4% ▲2022년 6월 7.3% ▲2023년 6월 7.6% ▲2024년 6월 7.9% ▲2025년 6월 7.8%였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조금씩 증가세를 보이던 기간제 근로자 비중은 올들어 0.1%포인트 감소했다.
2021년 대비 2025년 기간제 근로자 비중이 가장 크게 늘어난 기업은 삼양식품이었다. 삼양식품은 2021년 6월 기간제 근로자가 2.2%에 불과했으나, 불과 4년 만인 올 6월에는 25.6%으로 23.4%포인트나 급증했다.
삼양식품의 기간제 근로자는 생산부문에서 비중이 높았다. 생산부문 정규직은 4년간 69명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기간제 근로자는 무려 600명이나 늘었다. 이는 대표 상품인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끌면서 생산직 채용 인원이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한국씨티은행이 기간제 비중 5.2%에서 28.3%로 23.1%포인트 늘었고, 메리츠금융지주가 25.0%에서 46.2%로 21.2%포인트 늘어나며 높은 기간제 근로자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씨티은행은 지난 2021년 한국 시장에서 소비자금융 부문을 철수한 이후 희망 퇴직한 인원을 단기계약직으로 다시 채용한 탓에 기간제 근로자 비중이 급증했다.
메리츠금융은 ‘성과주의’ 기조에 따라 정규직보다 성과급 지급이 용이한 계약직 비중이 높다.
이밖에 2021년 6월 대비 올해 기간제 근로자 비중이 늘어난 기업으로는 ▲HD현대미포(20.9%p↑) ▲삼성중공업(17.7%p↑) ▲강원랜드(16.7%p↑) ▲진에어(15.9%p↑) ▲코오롱글로벌(15.1%p↑) ▲SK네트웍스(14.0%p↑) ▲전북은행(13.4%p↑)가 있다. 이들은 모두 10%포인트 넘는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반대로 같은 시기 기간제 근로자 비중이 10%포인트 이상 감소한 기업은 ▲대동 ▲자이에스앤디 ▲HD현대케미칼 ▲팬오션 4곳이었다. 차량 제조사 대동의 기간제 근로자 비중은 2021년 6월 28.1%에서 올 6월 10.2%로 17.9%포인트 감소, 조사 대상 기업 중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어 ▲자이에스앤디(17.1%p↓) ▲HD현대케미칼(16.6%p↓) ▲팬오션(14.8%p↓) ▲대상(8.9%p↓) ▲KB캐피탈(8.9%p↓) ▲코리아세븐(8.8%p↓) ▲명신산업(8.1%p↓) ▲대림(8.0%p↓) ▲LG이노텍(8.0%p↓)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조사 대상 기간인 5년 연속 전체 인원의 절반 이상이 기간제 근로자인 기업은 3곳(메리츠증권‧자이에스앤디‧다올투자증권)으로, 셋 중 2곳이 증권사였다.
메리츠증권은 조사 대상 기업 중 올 6월 기준 기간제 근로자 비중이 64.8%로 가장 높았다. 메리츠증권은 2021년 6월 62.7%였던 기간제 근로자 비중이 2022년 63.0%, 2023년 64.1%, 2024년 60.9%로 나타났다.
이어 ▲자이에스앤디(63.8%, 2021년 6월 대비 17.1%p↓) ▲다올투자증권(56.9%, 5.0%p↓) ▲서희건설(49.3%, 0.1%p↑) ▲하나증권(46.9%, 4.8%p↓) ▲메리츠금융지주(46.2%, 21.2%p↑) ▲HL D&I(45.4%, 0.7%p↑) ▲HDC현대산업개발(42.4%, 1.5%p↑) ▲LS증권(41.8%, 1.9%p↓) ▲두산건설(41.8%, 2.4%p↑)로 집계됐다.
올 6월 기준 기간제 근로자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 10곳 중 4곳이 증권사였다. 다만 증권사는 영업직군 등에서 판매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제도로 인해, 타 산업군과 달리 고소득 계약직 직원 비중이 높은 편이다.
반면 지난 5년간 기간제 근로자를 전혀 고용하지 않은, 즉 직원 전체가 정규직인 기업도 9곳에 달했다. ▲이마트 ▲한국가스공사 ▲현대백화점 ▲엘앤에프 ▲에코플라스틱 ▲파트론 ▲삼보모터스 ▲KB금융 ▲화승인더스트리가 이에 해당한다. 이 중 이마트, 현대백화점은 변동성이 큰 AR(아르바이트) 인원은 조사에서 제외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5년 내내 기간제 근로자 비중이 1%를 넘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기간제 근로자 비중은 2021년 6월 0.5%, 2022년 6월 0.5%, 2023년 6월 0.4%, 2024년 6월 0.5%, 2025년 6월 0.5%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0.3%, 0.2%, 0.3%, 0.2%, 0.2%를 각각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조선‧기계‧설비의 기간제 비중이 가장 크게 늘어났다. 2021년 6월 8.9%에서 올 6월 14.9%로 6.0%포인트 늘었다. 특히 HD현대미포의 기간제 근로자 비중은 무려 20.9%포인트나 늘었다.
이어 ▲자동차‧부품(4.5%p) ▲상사(3.5%p) ▲철강(3.1%p) ▲은행(3.0%p) ▲운송(2.9%p) ▲보험(1.7%p) ▲증권(1.4%p) ▲건설‧건자재(1.2%p) ▲공기업(1.2%p) ▲제약(1.2%p) ▲생활용품(0.9%p) ▲유통(0.5%p) ▲석유화학(0.3%p) ▲통신(0.02%p) 순으로 기간제 비중이 늘었다.
반대로 4년 전 대비 기간제 근로자 비중이 줄어든 업종은 ▲지주(-1.6%p) ▲IT전기전자(-0.9%p) ▲에너지(-0.3%p) ▲식음료(-0.3%p) ▲여신금융(-0.3%p) ▲서비스(-0.03%p)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