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최동현 기자] 서울 강남권 ‘로또 분양’ 아파트로 불리며 청약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에서 대규모 위장전입 등 부정청약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당첨자 7명 중 1명꼴로 부정청약이 드러나면서, 고가점자 쏠림과 분양가상한제의 부작용, 그리고 정부의 실태조사 강화까지 청약제도 전반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19일 국토교통부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래미안 원펜타스 일반분양 292가구 중 41가구(14%)가 위장전입 등 부정청약으로 적발됐다. 이는 지난해 분양된 전국 11개 주요 단지 중 가장 많은 수치로, 서울 전체 부정청약 166건 중 165건이 위장전입이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드러난다.
래미안 원펜타스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시세보다 무려 20억원 저렴한 분양가로 ‘20억 로또’라 불리며, 1순위 청약 경쟁률이 527대 1까지 치솟았다. 당첨만 되면 수십억 시세차익이 가능하다는 기대감에 청약통장 9만개가 몰렸고, 청약 가점 만점자(84점)도 3명이나 나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실제로 거주하지 않으면서 주소만 옮기는 위장전입이 대거 발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청약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가입 기간, 부양가족 수 등으로 점수를 산정한다. 특히 부양가족 수가 많은 경우 최고 35점까지 받을 수 있어, 실제로는 함께 살지 않는 가족을 위장전입시켜 가점을 올리는 사례가 많았다. 래미안 원펜타스에서는 최저 당첨 가점 69점(137㎡B형 1개 평면)을 제외하면 대부분 70점 이상으로, 정상적인 시장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수치가 쏟아졌다.
이 같은 부정청약을 잡아내기 위해 국토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당첨가구의 3년치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을 확인하는 등 실거주 검증을 대폭 강화했다. 병원·약국 이용 기록을 통해 실제 거주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앞으로는 직계존속은 입주자 모집공고일 기준 3년, 30세 이상 직계비속은 1년간의 요양급여내역 제출이 의무화된다.
부정청약이 적발되면 계약 취소, 10년간 청약 제한, 형사처벌(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등 강력한 조치가 취해진다.
전문가들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시세차익이 커진 강남권 인기 단지에 부정청약이 집중된다고 진단한다. 기대수익이 커다보니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위장전입 등 불법을 저지르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적발된 부정청약 단지 11곳 중 9곳이 수도권, 이 중 6곳이 서울이었다.
이번 래미안 원펜타스 사태는 ‘로또 분양’의 그늘과 청약제도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위장전입 등 부정청약은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빼앗고, 청약시장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불법적인 청약 행위는 기대 수익이 커야 발생할 여지가 큰데, 강남권 지역에 많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실거주 검증 강화와 제도 개선을 통해 부정청약 근절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보다 촘촘한 감시와 실효성 있는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