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5년간 온라인에서 소통하며 친분을 유지해온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를 만난다.
정 회장은 17~19일(현지시각) 2박3일간 트럼프 당선인 사저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머물 예정이다. 이번 방문은 지난 10월 트럼프 주니어 초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는 ‘브로’라고 부르는 사이일 정도로 각별하며, 올해 들어 세 번째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 2015년 국내 한 언론의 행사장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교분을 쌓은 건 5년 전부터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미국 유력 인사가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의 만남을 주선했다.
두 사람은 미국 뉴욕에서 첫만남을 갖게 됐고, 급속도로 친해지게 됐다. 1968년생인 정 회장과 1977년생인 트럼프 주니어가 국적, 나이 차이와 상관 없이 친해지게 된 건 독실한 개신교 신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서로에 대해 공감을 갖게 되면서다.
트럼프 주니어는 올해 세 차례 한국을 찾았는데, 방한할 때마다 정 회장을 만났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 8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회 빌드업코리아(기독교 세계관과 자유민주주의의 보수청년단체) 행사에 김민아 대표의 초청으로 연사로 참석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 행사 이후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간증을 했다.
정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 뿐 아니라 트럼프 일가를 두루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정 회장은 자기 인스타그램에 트럼프 주니어는 물론 그의 약혼녀 킴벌리 길포일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폭스뉴스 앵커 출신 변호사인 길포일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주그리스 미국 대사로 지명됐다.
정 회장은 SNS에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하며 "트럼프 주니어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 하고 왔음" "10년 전에 어느 언론사 행사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은 적 있음"이라고 설명할 정도로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맏사위로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일했던 재러드 쿠슈너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키가 엄청 크신 유명하신 분 만났음”이라고 썼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프랑스 대사에 쿠슈너의 아버지이자 사돈인 찰스 쿠슈너를 인선했다.
물론 이번 방문이 회사 차원의 공식 일정이 아닌 개인 일정이지만, 이틀에 걸쳐 상당한 시간을 함께 보내는 만큼 사업을 비롯한 여러 대화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진출을 적극 모색하는 상황인 만큼 신세계그룹 차원의 글로벌 사업 전략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도 주목된다.
만약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도 이뤄질 경우 미국 대선 뒤 국내 정재계 인사 중에서는 첫 대면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만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정용진 회장이 한국과 미국기업간 가교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다가오면서 정용진 회장을 비롯해 한국 기업들에서는 트럼프, 머스크 인맥찾기에 한창 공을 들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대미(對美)관계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등과 삼성, 현대차와 같은 전통적인 대기업 그룹이 주로 언급됐다. 8년 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트럼프가 주최한 기업 간담회에 해외 기업인 중엔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취임식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국내 재계 인사 중 유일하게 초청받았지만 건강상 이유로 불참했다.
한화그룹은 우주 및 방산분야가 메인사업인 만큼 트럼트 대통령 당선인과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대표와의 관계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미 한화그룹은 미 국무부 정치군삼담당 부차관보, 국방부 차관 대행 등을 역임한 마이클 쿨터 전 레오나드로 DRS 글로벌 법인 사장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해외 사업 총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한인 2세인 제이슨 박 전 미국 버지니아주 보훈부 부장관을 대외협력 시니어 디렉터로 영입했다.
전세계가 앞다퉈 트럼프 당선인과의 사전교감을 통해 미국발 폭풍전야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만 정치적 불안정과 내분속에서 외교감각이 방향타를 잃었다는 지적이다. 아직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이 확정된 국내 인사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간 쌓아온 미국 측 인맥을 바탕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접촉을 넓히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대관조직인 글로벌퍼블릭어페어스(GPA)가 전면에서 활동중이며, 반도체 파운드리사업부 수장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미주총괄을 역임한 한진만 부사장을 선임해 미국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SK그룹은 북미 대관 컨트롤타워인 SK 아메리카스 신임 대관으로 지난 7월 합류한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선임했다. 딜레이니 부사장은 미국 부역대표부(USTR) 비서실장, 상원 재무위원회 국제무역고문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LG화학은 주미국1등서기관, 주뉴욕영사, 북미국장 등을 지낸 미국 전문가인 고윤주 전 제주특별자치도 국제관계대사를 최고지속가능전략책임자(CSSO) 전무로 발탁했다. LG그룹도 글로벌 대응 총괄 조직인 글로벌전략개발원과 워싱턴사무소를 중심으로 미국 현지 대외협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