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2024년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에서 발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 1주년을 맞아, 미국 상원 국토안보 및 정부활동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가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 USSS)의 심각한 보안 허점을 낱낱이 드러냈다.
보고서는 “예방 가능했던 일련의 실패(preventable failures)”로 인해 전직 대통령의 생명이 위협받았으며, 이는 단순한 우발적 실수가 아닌 조직적·체계적 약점의 결과였다고 결론지었다.
최소 10건의 경호 강화 요청, 반복적으로 거부
상원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호팀은 2024년 선거운동 기간 동안 최소 10건 이상의 경호 인력 및 장비(카운터 저격수, 드론 대응 시스템, 카운터 어설트팀 등) 추가 요청을 했으나, 비밀경호국 본부는 이를 모두 거부하거나 이행하지 않았다.
이 같은 요청 거부는 문서로도 확인됐으며, 실제로 일부 요청은 현장 경찰이나 타 연방기관의 지원으로 겨우 보완됐다.
전 비밀경호국장 킴벌리 치틀(Kimberly Cheatle)은 의회에서 “경호 강화 요청이 거부된 적 없다”고 증언했으나, 상원 보고서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거짓 증언임을 명시했다. 치틀 국장은 사건 발생 10일 만에 사임했다.
옥상 경계 실패와 통신 장애…총격범에 ‘직접 시야’ 허용
버틀러 집회 당시 총격범 토마스 크룩스(20세)는 행사장 인근 건물 옥상에 무방비로 진입해 트럼프를 향해 8발을 발사했다. 이 중 한 발이 트럼프의 귀를 스치고, 소방관 코리 콤페라토레(Corey Comperatore)가 사망,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총격범은 비밀경호국 저격수에 의해 사살됐다.
특히, 옥상 경계 실패는 치명적이었다. 당시 버틀러 집회는 2024년 트럼프 유세 중 처음으로 저격수가 배치된 행사였으나, 총격범이 옥상에 올라갈 때까지 경계가 전혀 없었다. 현장 요원들은 총격 25분 전 용의자를 ‘수상하다’고 보고했지만, 이 정보가 경호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통신 체계도 심각하게 무너졌다. 현장 저격수들은 현지 경찰과 무전기가 연결되지 않아 문자메시지에 의존했으며, 용의자 사진이 총격 26분 전에야 공유됐다. 상당수 경찰관들은 휴대전화 신호 불량으로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비밀경호국과 현지 경찰 지휘센터가 분리 운영되면서, 총격 약 75분 전 포착된 용의자 정보도 공유가 지연됐다.
위협 인텔리전스 공유 실패…“기밀주의가 보안 구멍 키웠다”
미국 정부 회계감사원(GAO) 보고서에 따르면, 비밀경호국 고위층은 집회 10일 전 트럼프에 대한 생명 위협 정보를 입수했으나, 이를 현장 경호 책임자와 공유하지 않았다. GAO는 “기밀 정보의 내부 분리 관행 때문에, 현장 보안 설계자들이 위협 정보를 접하지 못해 대응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장 요원들은 “기밀 위협 정보를 누구와, 어떻게 공유할 수 있는지 제한되어 있다”고 진술했다. 이로 인해 ‘정보 공백(information gap)’이 발생했고, 결과적으로 현장 보안 조치가 미흡해졌다. 상원은 “내부 정보 공유를 의무화하고, 현장 보안 설계자에게 잠재적 위협 및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전달할 것”을 정책적으로 권고했다.
징계는 고작 6명…“총체적 붕괴, 책임은 흐지부지”
사건 이후 비밀경호국은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6명의 요원이 징계를 받았으나, 이 중 일부는 감봉 등 경미한 처분에 그쳤다.
상원은 “이 정도의 징계로는 총체적 실패의 심각성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암살 시도 9주 뒤 플로리다 골프장에서 두 번째 암살 시도를 겪었고, 이후 대통령급 경호를 받게 됐다.
“관료적 무관심·정보 단절·자원 거부”…美 비밀경호국, 대수술 불가피
상원 보고서와 GAO, 독립 평가 모두 “비밀경호국의 보안 실패는 단발적 실수가 아니라, 관료적 무관심, 정보 단절, 자원 거부, 책임 회피가 복합적으로 누적된 결과”라고 결론지었다. 실제로 미 의회는 비밀경호국 개혁을 위해 11억7000만 달러(약 1조6000억원) 예산을 추가 배정했다.
상원 국토안보위원장 랜드 폴(Rand Paul)은 “이번 사건은 미국 정치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순간 중 하나”라며 “책임자 처벌과 근본적 개혁 없이는 비슷한 비극이 반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버틀러 암살 시도는 미국 비밀경호국의 경호 시스템이 얼마나 구조적으로 취약해졌는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상원 보고서가 지적하듯, “이것은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 수년간 누적된 잘못된 결정과 관료적 장애의 집합체”였다.
향후 미국 대통령 경호 체계가 어떻게 개혁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