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2025년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성범죄로 악명 높은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과거 관계가 다시 한 번 미 대중과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음란 생일 축하 편지’ 논란은 단순한 구설에 그치지 않고, 트럼프의 지지층까지 흔들고 있다고 Wall Street Journal, New York Times, CNN, BBC, NPR, Axios 등의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WSJ, “트럼프, 음란 생일카드 보냈다”…핵심 내용 공개
WSJ는 2003년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을 맞아 그의 지인들이 보낸 편지와 사진 등을 모아 엡스타인 전 여자친구 길레인 맥스웰이 앨범으로 제작했고, 그 중 한 장에 트럼프의 서명과 음란한 스케치, “생일 축하해. 하루하루가 또 하나의 멋진 비밀이 되길”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편지는 여성의 나체 윤곽과 함께 트럼프의 서명이 하체 부분에 있다며 세부 묘사까지 덧붙였다.
트럼프 즉각 반격, 10조원대 소송전 예고
보도 직후 트럼프는 “완전히 가짜 뉴스”라며 강하게 부인했고, WSJ와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 등을 상대로 100억 달러(약 13조원) 대규모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내가 쓰는 말투도, 내가 그린 그림도 아니다. 전형적인 가짜 이야기”라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진짜였다면 좌파 언론이 이미 수년 전 터뜨렸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엡스타인-트럼프, 90년대 말~2000년대 초 ‘밀접 교류’ 인정
트럼프는 한때 엡스타인과 “15년 가까이 알고 지냈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사람은 플로리다와 뉴욕의 사교계에서 잦은 동반 출연 및 파티 참석 사진이 남아 있으며, 1992년 NBC 영상에는 트럼프와 엡스타인이 나란히 무도회장에 서 있는 모습도 남아 있다.
그러나 2004년 부동산 거래를 두고 경쟁한 후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엡스타인 사망 당시 트럼프는 “그를 15년간 보지도 않았다”며 거리를 뒀다.

“엡스타인 파일” 둘러싼 미묘한 정치적 역학
엡스타인이 2019년 교도소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뒤, 그가 수많은 유명인사(빌 클린턴, 앤드루 왕자, 빌 게이츠 등)와 어울렸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국 사회에서는 엡스타인 관련 수사기록,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의 전면 공개 요구가 거세졌다.
트럼프 역시 2020~2024년 대선 캠페인 당시 “기록을 공개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올해 들어 “시간 낭비”라며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 편지 논란에 트럼프는 사법당국에 엡스타인 사건 ‘대배심 증언’ 공개를 지시했으나, 이는 수사기록 전체를 뜻하지는 않으며, 피해자 및 증인의 익명 등을 이유로 공개 시점조차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트럼프 핵심 지지층 ‘분열’…MAGA 진영 내홍
트럼프의 강경 지지층(MAGA)은 이번 사태로 극심한 분열 양상을 노출 중이다. 일부 인사는 “트럼프가 특별검사를 임명해 진상을 밝히라”며 공개 요구를 거듭하고, 급기야 상징인 ‘빨간 모자(MAGA CAP)’를 태우는 퍼포먼스까지 벌이고 있다.
한편에선 스티브 배넌 등 친트럼프 핵심인물들이 “이번 음란 편지 보도는 허위”라며 트럼프 방어에 나서는 상황이다.
법무부·FBI “엡스타인 블랙리스트 등 근거 불충분” 결론
7월 미국 법무부와 FBI는 엡스타인 사망 및 소위 ‘고객 명단’ 관련 음모론에 대해 “실제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다만 사건 기록 및 추가 증거가 공개될 경우 정치권, 언론계, 대중 모두에 파장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