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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이슈&논란] '머스크 허풍'에 반대로 걸어 수천만원 수익…美서 예측시장 인기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일론 머스크의 돌출 발언이 이제 단순한 화제가 아니라 곧바로 ‘돈이 오가는 시장’의 소재가 되고 있다.

 

미국 예측 시장 폴리마켓(Polymarket)과 칼쉬(Kalshi)에서는 “머스크가 라이언에어를 인수할까”, “2027년 전에 조만장자가 될까”, “샘 올트먼 소송에서 이길까”, “2027년 전 대선 출마를 선언할까” 같은 머스크 관련 계약들이 줄줄이 생성되고 있으며, 적잖은 투자자들이 그의 말이 아니라 ‘말이 빗나갈 것’에 베팅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NBC, CNBC, 뉴욕타임스, 야후파이낸스, 폴리마켓·칼쉬 공식 웹사이트, 웨이크 포레스트대·UCSD 학술자료에 따르면 폴리마켓에 개설된 ‘머스크가 라이언에어를 살 것인가’ 시장에는 26일(현지시간) 기준 200만달러(약 26억원)가 넘는 자금이 걸려 있으나, 실제 인수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비율은 4% 안팎에 그친다. 이는 머스크가 X(옛 트위터)에 “라이언에어를 사야 할지” 설문을 올리며 인수 시사를 반복한 직후 형성된 시장임에도, 투자자들의 돈은 대체로 ‘머스크의 말은 과장’이라는 쪽에 모여 있음을 보여준다.

 

“머스크 팬들 상대로 번다”…반대 베팅으로 3만6000달러 수익

 

미 NBC 방송은 최근 리포트에서 “온라인 예측 시장 급성장 속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머스크 발언과 반대 방향에 돈을 걸고, 이를 통해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폴리마켓 누적 수익 순위 51위에 오른 트레이더 데이비드 벤수산은 2025년 여름,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 와중에 새로운 정당 창당을 시사하자 ‘창당하지 않을 것’에 1만달러를 걸어 약 10%의 수익을 올렸다.

 

그는 머스크·테슬라 관련 예측 시장 12곳에 베팅해, 현재 결론이 난 시장에서만 3만6000달러(약 5200만원)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벤수산은 NBC 인터뷰에서 자신을 “머스크 팬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그에게는 열성적인 팬층이 있고, 그들로부터 조금이라도 돈을 떼어낼 수 있다면 항상 기꺼이 그런 선택을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머스크의 막강한 팬덤과 반복적인 과장 발언이 결합되면서, 예측 시장에서는 일종의 ‘역(逆) 머스크 전략’이 하나의 투자 전략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폭발적으로 커지는 예측 시장…주 단위 수십억달러 거래

 

폴리마켓과 칼쉬는 모두 정치·경제·테크·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의 사건을 상대로, ‘예’ 혹은 ‘아니오’에 돈을 거는 구조의 예측 시장을 운영한다. 가상자산 기반 탈중앙 플랫폼인 폴리마켓은 ‘세계 최대 예측 시장’을 표방하며, 2024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의 승리 확률을 둘러싸고 수억달러 규모의 거래가 몰리며 대중적 인지도를 급격히 높였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규제 허가를 받았거나 회색지대에 있는 주요 예측 시장 상위 5개 플랫폼의 합산 거래 규모는 2025년 하반기 기준 주 단위로 ‘수십억달러’에 달하며, 이 가운데 미국 본사를 둔 칼쉬는 2025년 11월 한 달 동안 약 58억달러의 거래를 기록해 전월 대비 32% 성장했다.

 

칼쉬의 기업가치는 2025년 말 약 110억달러로 평가됐고,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 등 전통 금융 자본도 이 시장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하며 ‘합법적 파생상품-베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웨이크 포레스트대 콜먼 스트럼프 경제학 교수는 블룸버그 오피니언과 학과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예측 시장은 기대를 읽는 창이지만, 아직은 규모가 작아 대형 투자자들의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 쓰기에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만약 2028년 대선까지 현재보다 10배 더 커진다면, 제법 유용한 헤지 수단이 될 수 있다”면서도 “지금 단계에서는 정확성 측면에서 여론조사를 압도하면서도, 시장 규모는 여전히 틈새 수준에 머무는 독특한 위치”라고 지적했다.

 

머스크 ‘허풍’이 곧 상품…X·Grok·정치까지 베팅 대상

 

머스크 본인은 과거부터 “돈이 걸린 예측 시장이 여론조사보다 정확하다”며 폴리마켓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워왔다. 2024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그는 X에 “폴리마켓 수치가 카멀라 해리스를 앞선 트럼프의 우세를 보여주며, 실제 돈이 걸려 있어 여론조사보다 정확하다”고 주장했고, 이후 트럼프 승리 가능성에 베팅한 시장이 실제 결과에 비교적 근접했다는 연구도 발표됐다.

 

2025년 들어서는 자신이 설립한 xAI의 챗봇 ‘그록(Grok)’이 칼쉬·폴리마켓과 연동돼, 머스크 본인의 정치 행보와 관련한 시장 정보까지 제공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CNBC에 따르면, 칼쉬는 xAI와의 제휴로 “머스크가 올해 안에 새로운 정당을 창당할지” 같은 이벤트에 대해 그록이 ‘마켓 요약’을 제공하는 기능을 선보였고, 같은 날 기준 머스크 관련 예측 시장에만 수백만달러가 걸려 있었다. 이는 머스크의 발언→머스크 관련 뉴스 확산→머스크 관련 예측 시장 개설→머스크가 지지하는 AI가 그 시장 정보를 재유통하는, 일종의 ‘자기 강화 루프’가 형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머스크와 신경전을 벌인 라이언에어 인수 이슈도 이 루프의 한복판에 있다. 머스크는 스타링크 기내 인터넷 도입을 거부한 마이클 오리어리 라이언에어 CEO를 향해 X에서 “라이언에어를 사서 정당한 통치자를 세워야 할까?”라는 설문을 올렸고, 수십만명이 참여해 70% 이상이 ‘찬성’에 투표하면서 화제가 됐다. 그 직후 폴리마켓에는 ‘머스크의 라이언에어 인수’ 시장이 신속히 개설됐지만, 실제 매수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가격은 4% 수준에 머물며 머스크의 ‘입’과 투자자의 ‘돈’ 사이에 뚜렷한 온도 차가 있음을 드러냈다.

 

규제의 그늘과 ‘머스크 리스크’

 

예측 시장의 급성장은 동시에 규제 불확실성도 키우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정치·정책 관련 예측 시장을 ‘도박’으로 볼지, ‘파생상품’으로 볼지 놓고 수년째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고, 칼쉬는 CFTC와의 소송과 협의를 반복하며 일부 정치 계약을 중단·재개하는 과정을 거쳤다. CNN이 칼쉬와 콘텐츠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정치 결과에 돈을 거는 행위를 대형 언론이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윤리 논쟁도 확산되고 있다.

 

머스크 특유의 ‘허풍’ 역시 시장과 규제 당국 모두에게 리스크 요인이다. 예측 시장 연구자인 스트럼프 교수는 인터뷰에서 “머스크처럼 거의 매일 새로운 뉴스를 만드는 인물은 예측 시장의 이상적인 소재지만, 동시에 이해상충과 조작 가능성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머스크가 공개적으로 특정 결과를 지지하거나, 자신의 발언으로 직접 시장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 그와 제휴한 AI가 같은 시장에 정보를 제공하는 구조는 ‘머스크 리스크’라는 새로운 거버넌스 과제를 던지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예측 시장이 머스크의 ‘허풍’을 견제하는 기능도 한다고 본다. NBC는 “예측 시장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그의 허풍의 정확성이 실시간으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며, 머스크 발언 직후 형성되는 가격이 곧 그의 신뢰도에 대한 집단적 평가라고 꼬집었다.

 

머스크의 열성 팬덤이 ‘그의 말’을 사고 있을 때, 냉정한 트레이더들은 ‘그의 말이 틀릴 가능성’을 사들이며 수익을 내는 현재의 예측 시장은, 한 명의 슈퍼스타 기업가가 만든 정보 불균형을 가격이라는 형태로 되돌려주는 새로운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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