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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동산

[The Numbers] 글로벌 리스크 뚫고 코스피 5677…반도체 6.7배·증권 ETF 70% ‘괴물 랠리’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코스피·코스닥이 글로벌 악재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증권주+ETF’ 삼각 랠리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한국 증시가 전례 없는 재평가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1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09% 오른 5677.25에 마감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한국 주요지수는 지난 한 달 동안 약 16% 이상, 1년 전 같은 시점과 비교하면 110%를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더블링’을 넘어선 초강세장을 연출하고 있다. 코스닥 역시 같은 날 4.94% 급등한 1160.71로 마감하며 코스피 못지않은 폭등세를 보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이날 하루에만 1조6000억원대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 상승을 사실상 단독 견인했다. 이달 6일 이후 7거래일 동안 기관 순매수 규모는 8조원을 넘겼고, 이 가운데 개인이 매수한 ETF를 포함한 금융투자 부문이 7조2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돼 ‘개인 ETF 자금의 기관화’가 랠리의 숨은 동력으로 부각됐다.

 

반도체: 순이익 상향의 96%를 책임진 6.7배짜리 저평가 엔진


국내 증시 급등의 1차 동력은 글로벌 AI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반도체 업종이다. 하나증권은 올해 코스피 전체 순이익 전망 상향분 127조원 가운데 96%가 반도체에서 나온다고 추산한다. 그럼에도 국내 반도체 업종 12개월 선행 PER은 6.7배 수준에 그쳐, 20배 안팎에서 거래되는 엔비디아·TSMC, 10배대인 마이크론과 비교해 상당한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리포트들도 한국 메모리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용 HBM과 DRAM 수요 급증의 최대 수혜주라는 데 공통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 2026년까지 DRAM·낸드 시장 매출이 증가하고, 삼성·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이 70%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 속에서 SK하이닉스는 7배, 삼성전자는 두 배 가까이 주가가 오른 뒤에도 여전히 저평가 국면이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이날 기준 삼성전자·삼성전자우·SK하이닉스 합산 시가총액은 1885조원으로 코스피 전체의 40%를 넘어서며 ‘반도체 지수화’를 상징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증시가 2025년 한 해에만 두 배 가까이 올랐지만, 아직 투자 비중을 줄이기에는 시기상조”라며 반도체 이익 모멘텀을 근거로 추가 상승 여지를 제시했다.

 

코스피 9.8배 vs 대만·일본 20배…“7900까지 본다”는 월가·국내 하우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코스피의 ‘상대적 저평가’는 통계로 확인된다. 대만·일본 증시 12개월 선행 PER이 각각 약 20배, 17배 수준인 반면 코스피는 5600선 기준 9.8배 정도에 머물러 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등 글로벌 데이터 제공업체 역시 코스피의 급등세 속에서도 여전히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여지가 남았다는 점을 지표로 보여주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반도체 이익 상향을 반영해 코스피 상단을 잇따라 올리는 중이다. 하나증권은 코스피 상단을 7900으로 제시하며, 코스피 상장사 올해 총 순이익 전망치를 기존 330조원에서 457조원으로 상향 조정해 “보수적인 전제만으로도 6600선은 무난하다”고 평가했다. NH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 역시 목표 상단을 7000 이상으로 잡으며 강한 낙관론 대열에 합류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1년 새 100%를 넘는 지수 급등과 사상 최고가 갱신에 따른 ‘가격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 빅테크들의 AI 투자에 대한 수익성 검증 압박, 미국과 이란 간 지정학적 긴장 고조, 연준 의장 지명자의 매파적 성향 등 외부 변수는 여전히 상존한다는 지적이다.

 

반도체보다 더 오른 증권주…ETF 한 달 70% ‘슈퍼 수익’


이번 랠리의 숨은 주인공은 증권주다. 코스피가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거래대금 폭증과 실적 개선 기대가 맞물리며 주요 증권주들이 52주 신고가 행진을 벌였다. 특히 증권을 기초로 한 ETF들이 최근 한 달간 국내 ETF 중 수익률 상위권을 싹쓸이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한국거래소와 운용사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한 달간 삼성자산운용 ‘KODEX증권’ ETF는 71.12% 수익률로 국내 ETF 가운데 1위에 올랐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증권고배당TOP3플러스’가 70.26%로 뒤를 이었고,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증권’ 역시 70.10%를 기록해 상위권을 채웠다. 같은 기간 반도체 레버리지 ETF들은 50% 안팎의 높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순위 9~10위에 머물러, 증권 ETF의 탄력이 반도체를 능가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개별 종목을 보면 증권 ETF 비중이 가장 높은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한 달 새 120% 넘게 뛰었고, 교보증권·한국금융지주는 각각 60%, 55%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1개월 사이 주가가 약 95% 급등했다. KODEX증권과 TIGER증권 포트폴리오에는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키움증권, 삼성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비슷한 비중으로 담겨 있어, 증권 업종 전반의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상법 3차 개정+역대급 실적’이 키운 증권주 슈퍼사이클 기대


증권주 랠리 배경에는 두 가지 요인이 겹쳐 있다는 분석이다. 첫째, 지난해 ‘역대급 불장’으로 거래대금이 폭증하면서 주요 10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 합계가 9조원을 돌파해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투자증권이 2조원대 순이익을 기록했고, 미래에셋증권·키움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 등도 모두 1조원을 넘기며 이익 체력이 한 단계 올라섰다.

 

둘째,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이 추진되면서 ‘주주환원 확대’ 기대가 증권주에 집중되고 있다. 자사주를 많이 보유한 증권사들은 소각 시 주당 가치가 바로 개선되는 구조여서, 입법 진전이 주가에 레버리지 형태로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한투자증권은 리포트에서 “코스피 신고가 랠리의 최고 수혜 업종은 증권”이라며 “거래대금→예탁금→신용잔고 증가, 여기에 주주환원 확대가 겹치면서 구조적 실적 개선과 밸류업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의지도 증권주와 브로커리지 수익 개선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닥 시장 체질 개선과 활성화 대책을 지시한 이후 코스닥 레버리지 ETF 수익률이 2배 추종 구조를 타고 상위권에 포진하면서, 중소형 성장주와 이를 중개하는 증권사의 동반 상승 시나리오도 힘을 얻고 있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의 두 배 수익과 두 배 손실이 동시에 가능한 ‘고위험·고수익’ 상품이라는 점에서 향후 변동성 확대에 대한 경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결국 투자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숫자에 기반한 구분 투자’다. 반도체·증권 등 이익과 밸류에이션이 동시에 받쳐주는 업종은 구조적 랠리 후보"라며 "하지만 레버리지 ETF나 단기 급등한 개별 종목은 변동성 관리 대상로 나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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