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퍼스트 버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축하 행사에서 독일 나치식 인사를 연상하게 하는 동작을 취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현지 시간) 머스크는 미국 워싱턴 캐피털원아레나에서 열린 취임 축하 집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에게 “이 일(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성사시켜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오른손으로 왼쪽 가슴을 친 뒤 손을 모아 오른쪽 대각선 위로 팔을 들어 올리는 동작을 취했다. 이후 돌아서서 뒤편에 있는 지지자들에게 한 번 더 이 동작을 선보였다.
손바닥을 아래로 한 채 팔을 곧게 뻗는 이 경례법은 이탈리아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통치 시절에 쓰였다. 또 독일을 포함한 일부 유럽 국가에서 불법이다.
영국 가디언은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이 머스크의 손동작에 충격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근무했던 공중보건 전문가 에릭 파이글링도 “세상에, 머스크가 방금 나치 경례를 생방송으로 했다”고 말했다
CNN은 “충격적 행동”이라고 보도했으며 영국 BBC도 “그가 소유한 X(옛 트위터)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 역시 “(머스크가) 나치 독일과 가장 일반적으로 연관된 파시스트 경례인 로마 경례를 수행했다”고 지적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 지원재단인 블루카드의 전무이사 마샤 펄은 “머스크의 행동은 나치 경례”라며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고 NYT에 전했다.
머스크는 이후 이어간 연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현하며 “안전한 도시, 안전한 국경, 합리적 지출”과 “인류를 화성으로 데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 마음이 당신들에게로 간다(My heart goes out to you)”며 가슴에 손을 얹고 “문명의 미래가 보장된 것은 당신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반유대주의 감시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은 성명을 통해 머스크가 나치식 경례를 의도한 것이 아니라며 직접적인 반응은 자제했다. 열정적인 순간에서 비롯된 어색한 동작으로 보인다고 해석한 것. ADL은 나치 경례를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게 하고 오른팔을 들어 올리는 동작"으로 정의했다.
극우 성향의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은 머스크의 동작을 지지하며 반응을 보였다. 네오나치 그룹 블러드 트리뷴의 크리스토퍼 폴하우스는 텔레그램에 "머스크의 동작이 실수였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이를 즐길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극우 소셜 미디어 플랫폼 가브의 창립자 앤드루 토르바 역시 "벌써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머스크는 불과 일주일 전에도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와 대담하며 유권자들에게 AfD에 투표할 것을 촉구해 논란을 일으켰다.
한편 인도계 기업인 비벡 라마스와미가 정부효율부(DOGE) 수장직을 그만두며 머스크는 DOGE의 단독 수장이 됐다. 하지만 미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국가안보자문단, 미국 공중보건협회, 미국교사연맹, 워싱턴 책임 윤리 시민단체 등 다수의 비영리 단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연설 직후 DOGE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아직까지 머스크는 파시스트 경례 논란, DOGE 소송 등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 이후 처음으로 집무실에 출근해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머스크가 백악관 집무동인 ‘웨스트윙’에 사무실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