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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우주칼럼] 5층짜리 건물크기 스페이스X 팰컨9 로켓, 8월 달에 ‘정면충돌’…커지는 우주 쓰레기 리스크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다 쓴 스페이스X 팰컨9 상단부가 오는 2026년 8월 5일 달 표면을 강타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지구 저궤도를 넘어 달 궤도까지 번진 ‘우주 쓰레기’ 문제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인류의 달 탐사 활동이 본격 확장되는 시점에, 버려진 로켓 한 단이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 속에서 달과 충돌하는 첫 사례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달로 향하는 ‘2025-010D’…예측된 충돌

 

아마추어 천문학자이자 프로젝트 플루토(Project Pluto)의 빌 그레이(Bill Gray)에 따르면, 1년 넘게 지구 궤도를 돌고 있던 다 쓴 스페이스X 팰컨 9 상단부가 달과의 충돌 궤도에 진입했으며, 충돌 예상 시각은 2026년 8월 5일이다. '2025-010D'로 지정된 이 로켓 동체는 2025년 1월 15일 파이어플라이(Firefly)의 블루 고스트 미션 1(Blue Ghost Mission 1)과 일본의 달 착륙선 HAKUTO-R M2를 발사하는 데 사용됐다. 근지구 천체 추적 소프트웨어 개발자이기도 한 그레이는 분석 결과, 충돌이 협정 세계시(UTC) 기준 오전 6시 44분경 달의 근면(near side)에 위치한 아인슈타인(Einstein) 분화구 인근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이 상단부는 2025년 1월 15일 발사된 팰컨9 로켓이 파이어플라이(​​Firefly)의 상업 달 착륙선 ‘블루 고스트 미션 1(Blue Ghost Mission 1)’과 일본 민간 달 착륙선 HAKUTO-R M2를 실어 올릴 때 사용된 후 지구–달 중력장이 복잡하게 얽힌 궤도에 ‘방치’돼 있던 물체다. 그레이는 과거 2015년 발사된 팰컨9 2단(당시 약 4톤 추정)이 달과 충돌할 것으로 처음 예측했다가, 이후 해당 물체가 중국 창정(長征) 로켓 상단이라는 점을 정정한 바 있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독립 추적자다.

 

5층 건물 크기, 시속 8,700km로 달에 ‘직격’

 

이번에 달을 향하는 팰컨9 상단부는 높이 약 13.8m, 직경 3.7m로, 대략 5층 건물 높이에 해당하는 크기다. 건조 중량은 임무 구성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3~4톤 안팎의 구조물로 추정된다(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아 ‘추측한 내용입니다’).

 

그레이의 궤도 해석에 따르면 이 로켓은 초속 약 2.4km, 시속 약 8,700km(대략 마하 7 수준)의 속도로 달 표면을 정면으로 들이받게 된다. 달에는 대기가 없어 지구 대기권 재진입 때처럼 공기 저항이나 마찰열에 의한 파편화·연소 과정이 없기 때문에, 상단부 전체가 거의 온전한 상태로 고속 충돌해 분화구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

 

나사(NASA)는 2022년 3월 4일 달 뒷면 헤르츠스프룽(Hertzsprung) 분지 인근에 충돌한 중국 창어 5-T1 임무 관련 로켓 상단 충돌로, 지름 약 29m 규모의 이례적인 ‘이중(double) 크레이터’가 생성된 것을 달 정찰 궤도선(LRO) 관측으로 확인한 바 있다. 당시 추산된 잔해 중량은 약 3톤, 충돌 속도는 시속 약 9,300km 수준이었기 때문에, 이번 팰컨9 상단부 충돌 역시 에너지 급에서는 이와 유사한 수십 미터 수준의 분화구를 남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구에 위험은 없지만…달 궤도도 우주 쓰레기 시대”


천문학자들은 이번 충돌이 지구나 인근 우주 환경에 직접적인 위험을 주지는 않는다고 평가한다. 달 질량과 궤도 규모를 감안할 때, 수 톤 규모 로켓 한 단의 충돌이 달의 공전 궤도나 지구–달 역학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충돌 위치가 달 앞면에 가깝지만, 밝기와 스케일이 워낙 작아 지구 지상 망원경으로는 섬광을 포착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과거 유사 사례에서 확인된 결론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이 갖는 의미는 ‘안전성’이 아니라 ‘관리 부재’에 가깝다. 그레이는 자신의 프로젝트 플루토 페이지와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충돌은 누구에게도 위험을 주지 않지만, 잔여 우주 하드웨어를 어떻게 처리해 왔는지에 대한 일종의 부주의를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중국·민간 사업자 등을 합친 연간 궤도 발사 횟수는 2025년 324회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이에 비례해 대형 상단부·위성 잔해가 지구 궤도와 달 전이 궤도에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은 2022년 이후 ‘제로 디브리스(Zero Debris)’ 정책을 내걸고 2030년대 중반까지 신규 우주 임무에서 사실상 ‘우주 잔해 제로’를 목표로 하는 기술·정책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따라 ESA는 탑재체 임무 종료 후 5년 이내 궤도 제거, 상단부 수동 탈궤도 설계, 충돌 회피 기동, 우주 상황 인식(SSA) 데이터 공유 등을 의무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업계, 뒤늦게 ‘엔드 오브 라이프’ 전략…스페이스X도 경로 수정

 

민간 기업들도 뒤늦게 ‘엔드 오브 라이프(end-of-life) 궤도 설계’를 본격 도입하는 흐름이다. 그레이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2025년 11월 화성 궤도 탐사선 EscaPADE 발사를 포함해 최근 달·행성 전이 임무에서 상단부를 달–지구 계가 아닌 태양 궤도(헬리오센트릭 궤도)로 직접 방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사실상 ‘영구적 우주 유배’를 선택함으로써, 상단부가 지구나 달 중력장 사이에서 불안정하게 튀는 혼돈 궤도에 머무르다 예측 불가능한 충돌을 일으키는 시나리오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ESA 역시 아리안 계열 후속 발사체와 차세대 달 탐사 임무에서 상단부를 미리 계산된 태양 궤도 또는 지구 저궤도 재진입 궤도로 유도하는 ‘수명 종료(disposal) 설계’를 표준으로 삼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들의 분석에 따르면 우주 잔해 모니터링·제거 시장은 2025년 약 1억 1,500만 달러 규모에서 2034년 2억 달러 이상으로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신흥 우주 강국의 증가와 더불어 규제·가이드라인 강화가 새로운 산업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이런 ‘선진 사례’가 여전히 일부 정부·기관·대형 사업자에 국한돼 있고, 발사 건수가 급증하는 만큼 상단부·위성 파편이 누적되는 속도를 따라잡기에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미국·유럽·중국 등에서 우주교통관리(STM)를 둘러싼 국제 규범 논의가 활발하지만, 로켓 상단부의 달·행성 충돌까지 포괄하는 실질적 구속력 있는 룰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제2의 케슬러’ 달 궤도 막으려면…한국에도 기회


전문가들은 이번 팰컨9 상단부 달 충돌을 계기로, 지구 저궤도(LEO)에서만 논의되던 ‘우주 교통 관리’의 관점을 달 궤도·지구–달 전이라(Trans-Lunar Injection)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스타링크·차세대 위성통신망 등으로 지구 주변 궤도는 이미 수만기의 위성과 수억 개에 달하는 센티미터·밀리미터급 파편이 어지럽게 떠도는 환경이 되었고, 달 궤도 역시 미국·중국·일본·인도·민간 기업의 탐사선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면서 ‘제2의 케슬러 시나리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024년 기준 국제 기준에 따라 추적 가능한 10cm 이상 우주 잔해는 약 3만 6,000개, 1~10cm 사이 파편은 100만개 이상, 1mm~1cm 범위의 ‘미세 파편’은 1억 2,500만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는 이들 대부분이 지구 궤도에 집중돼 있었지만, 향후 달 궤도 인프라가 늘어나면 달 주변에도 유사한 규모의 파편 환경을 만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입장에서도 이번 사례는 단순한 ‘우주 토막 뉴스’가 아니다. 국내 연구자들은 이미 법무부·과기정통부 보고서를 통해, 우주 교통 관리(STM)와 우주쓰레기 저감 가이드라인을 국내법·산업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해 왔다. 향후 한국형 발사체와 달 탐사 프로젝트가 본격화될수록, 발사체 상단부의 ‘수명 종료 궤도 설계’와 독자적인 우주 상황 인식(SSA), 나아가 잔해 제거 서비스까지 산업적·전략적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팰컨9 상단부의 달 충돌은 인류가 우주를 어떻게 ‘쓰고 버려 왔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거울이다. 달 표면에 새로 생길 수십 미터짜리 크레이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앞으로 어떤 규칙과 기술로 우주 환경을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정치·산업·기술적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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