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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우주칼럼] “태양계가 너무 말 잘 듣는다”…NASA, ‘다섯 번째 힘’ 겨냥한 초정밀 중력 실험 제안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태양계 안에서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을 뒤흔들 ‘다섯 번째 힘(fifth force)’을 찾기 위한 로드맵이 제시됐다.

 

미국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물리학자 슬라바 투리셰프(Slava G. Turyshev)는 국제 학술지 「Physical Review D」에 발표한 논문에서,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의 정체와 연결될 수 있는 새로운 힘을 태양계 스케일에서 검증하기 위한 실험 설계를 체계적으로 제안했다.

 

이 논문과 이를 소개한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 NDTV, 디지털저널(digitaljournal) 등 해외 매체 보도를 통해, 우주론의 난제인 ‘거대한 단절(Great Disconnect)’을 정면으로 겨냥한 태양계 중력 실험 프로그램의 윤곽이 드러났다.

 

우주 전체 질량·에너지의 약 68%는 암흑에너지, 약 27%는 암흑물질로 추정된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 물질은 5% 남짓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태양계 안에서의 중력은 뉴턴 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이 예측한 궤도와 신호에 거의 완벽히 들어맞는다. 카시니(Cassini) 탐사선의 태양 근접 통신을 이용한 시공간 휘어짐(샤피로 지연) 측정 결과, 일반상대성이론의 중력 퍼라미터 γ는 1에서 약 2.1×10^-5 이내로 일치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또 지구·달 레이저 거리측정(LLR)으로 얻은 중력상수 변화율 상력상수 변화율 상한은 연간 |Ḡ/G| ≤ (2–5)×10^-14 수준까지 조여져 있다.


요약하면, 은하·우주론 규모에서는 뭔가가 중력을 “틀어놓고” 있는데, 태양계 안에서는 중력이 “너무 말 잘 듣고 있다”는 것이 현재 물리학의 역설이다.

 

투리셰프가 주목하는 지점이 바로 이 간극, 이른바 ‘거대한 단절’이다. 은하 회전 곡선, 대규모 구조 형성, 우주의 가속 팽창 등은 기존 4가지 기본력(중력·전자기력·강한 핵력·약한 핵력)만으로 설명이 되지 않아,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 혹은 수정 중력 이론이 동원돼 왔다.

 

반면 태양계에서는 행성과 탐사선의 궤도, 우주선 도플러 신호, 중력 렌즈 효과까지 일반상대성이론이 요구하는 오차 범위 안에 거의 정확히 들어맞는다. 이 괴리를 메우기 위해 이론물리학계가 제시한 시나리오가 바로 ‘차폐 메커니즘(screening mechanism)’이다. 즉, 가상의 제5의 힘이 환경(물질 밀도, 중력 퍼텐셜)에 따라 스스로를 숨기거나 드러내면서, 태양계에서는 사라진 것처럼 보이고 우주론 스케일에서는 다시 나타난다는 그림이다.

 

투리셰프 논문이 집중 분석한 것은 대표적인 두 가지 차폐 모델이다. 첫째는 ‘카멜레온(chameleon)’ 모델이다. 여기서는 스칼라 장이 주변 물질 밀도에 따라 유효 질량과 결합 세기를 바꾸면서, 은하 간 저밀도 영역에서는 강하게 작용해 암흑에너지 같은 효과를 내지만, 태양처럼 중력이 깊은 퍼텐셜 우물 안에서는 질량이 커지며 힘의 작용 범위가 극단적으로 짧아져 사실상 감지되지 않는다. 이 경우 태양 주변에서는 얇은 외곽 ‘셸(shell)’ 영역에만 미약한 제5의 힘이 남을 수 있고, 원리적으로는 이 얇은 껍질의 퍼텁(per­turbation)을 정밀 임무로 포착할 여지가 있다는 게 투리셰프의 진단이다.

 

둘째는 ‘바인슈타인 차폐(Vainshtein screening)’다. 카멜레온이 힘 자체의 세기를 바꾸는 것과 달리, 바인슈타인 메커니즘에서는 스칼라 장의 비선형 미분 상호작용이 강해지면서, 대질량 천체 주변에서 추가 자유도의 기여가 거의 완전히 억제된다. 이 모델은 ‘바인슈타인 반경(Vainshtein radius)’이라는 특유의 스케일을 도입하는데, 태양에 대해 계산하면 그 반경은 약 400광년 규모로 추정된다.

 

이 구 안에는 근처 항성들이 다수 포함되며, 우리 태양계는 말할 것도 없이 이 거대한 차폐 구속 안에 갇혀 있다. 다시 말해, 만약 우주에 제5의 힘이 실제로 존재하더라도, 태양 주변 수백 광년 범위에서는 중력장 자체가 그 효과를 거의 완벽히 “잠가버리는”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미 가동 중인 대형 관측 프로그램들이 이런 차폐 모델의 ‘우주론적 흔적’을 어느 정도 포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유럽우주국(ESA)의 유클리드(Euclid) 우주망원경과 미국·국제 공동의 암흑에너지 분광 관측기(DESI)는 수십억 개에 달하는 은하의 3차원 분포와 중력 렌즈 효과, 구조 성장률을 측정해 암흑에너지의 상태 방정식과 중력 이론의 수정을 제약하고 있다.

 

투리셰프가 인용하는 최신 분석에 따르면, 이들 우주론 데이터는 중주론 데이터는 중력 파동 속도가 광속과 |c_T/c − 1| ≲ 10^-15 수준에서 일치해야 한다는 강력한 제한을 포함해, 수정 중력 이론의 매개변수를 상당 폭으로 잘라내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대규모 관측은 어디까지나 ‘우주 전체의 평균적 반응’을 보는 것이지, 태양계 내부의 미세한 잔차 신호를 직접적으로 읽어내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투리셰프의 주장은 이 지점에서 명확해진다. 제5의 힘을 진짜로 잡아내려면, 더 이상 “기회가 오면 재는” 식의 수동적 태양계 실험이 아니라, 이론이 먼저 ‘어디서, 어느 정도, 어떤 파형으로’ 신호가 나타날지를 수치로 찍어주고, 그 예측을 정면으로 겨누는 전용 탐사 임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논문은 이미 수행된 대표적 실험들을 ‘가드레일(guardrails)’로 목록화한다. 프랑스 MICROSCOPE 위성 실험이 등가원리 위반 계수 η를 10^-14 수준까지 제한했고, 향후 원자 간섭계(Atom Interferometry)와 고도화된 LLR·광시계 네트워크를 동원하면 η를 10^-16~10^-17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태양 근접 샤피로 지연·도플러/거리 측 지연·도플러/거리 측정으로는 |γ−1|을 (2–5)×10^-6 수준으로 조일 수 있고, 태양계 천체 궤도 적합(ephemeris)과 전파·레이저 추적을 통해 AU 규모(태양~지구 거리 스케일)의 유카와(Yukawa)형 추가 힘과 암흑물질 밀도 상한을 일괄적으로 약 2배 정도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수치 전망도 제시된다.

 

구체적으로 투리셰프는, 네 대의 우주선을 태양 궤도 주변에 사면체(tetrahedral) 형태로 배치해 상대 거리 변화를 장기간 추적하는 구성 등, ‘형태 그 자체가 중력 이론을 테스트하는 실험실’인 새로운 탐사 임무 콘셉트를 제안한 바 있다. 이러한 형식의 임무는 중력 상수의 시변성, 태양질량 분포의 미세한 편차, 장거리 약한 추가 힘이 만들어내는 비선형 조석 효과까지 동시에 읽어낼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투리셰프 논문은 이런 구상을 연장해, 향후 수십 년 내 현실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로서 ▲태양 근접 정밀 중력렌즈·샤피로 지연 측정, ▲밀리미터급 LLR의 장기 지속, ▲전 지구·우주 광시계 네트워크, ▲우주 기반 원자 간섭계 등의 조합을 제시하며, 각각에서 기대되는 감도 향상치를 정량 숫자로 제시하고 있다.

 

국제 언론의 반응은 신중하지만 시사점이 크다는 평가로 모아진다. 캐나다 매체 디지털저널(Digital Journal)은 “태양계 깊숙이 숨어 있는 ‘미지의 힘’을 찾아 나서기 위한 개념 설계 연구”라며, 이론과 관측 사이 ‘룰이 다른 우주’를 이어붙이기 위한 첫 걸음으로 해석했다.

 

인도 NDTV는 “암흑에너지·암흑물질과 연관된 잠재적 다섯 번째 힘을 태양계 실험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라며, 유클리드·DESI 같은 대형 우주론 관측이 ‘힌트’를, 태양계 전용 임무가 ‘결정타’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정리했다. 과학뉴스 포털 사이언스데일리는 이번 연구를 “우주가 왜 스케일에 따라 다른 얼굴을 보이는지에 답하기 위해, 태양계 자체를 초정밀 시험장으로 재설계하자는 제안”으로 요약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어디까지나 ‘실험 설계의 프레임워크’를 제시한 것이지, 제5의 힘의 존재를 주장하거나 새로운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고 선언하는 단계는 아니다. 투리셰프 자신도 “지금까지의 태양계 관측은 일관되게 일반상대성이론을 지지해 왔으며, 새로운 이론적 가이드 없이 유사한 실험만 반복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관건은, 우주론 데이터와 현행 실험 제약을 모두 만족하면서도 태양계 어딘가에 ‘얇게 남아 있을 수 있는’ 잔차 신호를 이론이 구체적인 수치와 파라미터 공간으로 그려낼 수 있느냐다. 태양계가 ‘너무 말 잘 듣는’ 지금의 상황을 깨고, 중력 법칙의 균열을 드러낼 수 있을지 여부는, 향후 10~20년간의 이론·관측·임무 설계 삼박자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제안은 향후 우주론·중력물리 연구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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