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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우주칼럼] "미·러 갈등시대에도 ISS는 돈다” 러시아, 프로그레스 95호로 3톤 보급품 발사…우주 물류 ‘지구 저궤도 허브’ 재확인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러시아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향후 7개월간 ‘생명선’을 책임질 화물선 프로그레스 95호(미국식 명칭 Progress 95, 러 명칭 Progress MS-34)를 쏘아 올리며, 미·러 갈등 와중에도 ‘우주 협력 인프라’는 여전히 작동 중임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3톤 실은 ‘무인 화물선’, 이틀 비행 후 자동 도킹

 

러시아 국영 우주기업 로스코스모스는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소유즈 2.1a 로켓에 프로그레스 95 화물선을 탑재해 발사했다. 이 화물선은 프로그레스 MS-34로도 불리며, 식량·연료·각종 보급품 등 약 3톤(t)의 물자를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운반하는 임무를 맡았다.

 

발사 시각은 미 동부시간(EDT) 기준 4월 25일 토요일 오후 6시 21분, 현지 시각으로는 일요일 새벽 3시 21분으로, 약 9분 뒤 3단 분리 후 정상 궤도에 안착해 ISS를 향한 랑데부 궤도로 진입했다는 것이 NASA 설명이다.

 

프로그레스 95호는 발사 후 약 이틀 동안 지구 저궤도를 비행한 뒤, 4월 27일(월) 미 동부시간 오후 8시 ISS 러시아 측 ‘즈베즈다(Zvezda)’ 서비스 모듈 후방 포트에 자동 도킹할 예정이다. NASA는 발사와 도킹 과정을 NASA+, 아마존 프라임,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하기로 했으며, 도킹 중계는 도킹 예정 시각 약 45분 전인 오후 7시 15분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안내했다.

 

우주선은 약 7개월간 ISS에결합돼 궤도 실험실의 ‘창고 겸 쓰레기 수거함’ 역할을 수행한 뒤, 승무원들이 적재한 폐기물을 싣고 분리되어 태평양 상공 등에서 대기권 재진입과 함께 소각된다. 이 같은 ‘소각형 귀환’ 구조는 재사용 캡슐을 활용하는 미국 스페이스X 화물선과 대비되는 러시아식 우주 물류 모델로, 복귀 시 지상 회수가 필요한 과학 샘플이나 장비 대신 소각 처리가 필요한 폐기물 제거에 최적화돼 있다는 평가다.

 

익스페디션 74 ‘7인’의 생명선…연속 보급으로 공백 최소화


프로그레스 95호의 목적지는 현재 익스페디션 74(Expedition 74) 승무원이 상주하는 ISS다. 이번 임무는 NASA 소속 제시카 메이어, 잭 해서웨이, 크리스 윌리엄스, 유럽우주국(ESA) 소피 아드노, 러시아 로스코스모스 소속 세르게이 쿠드-스베르치코프, 세르게이 미카예프, 안드레이 페디아예프 등 7인 체제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일상적 보급’이면서도 ISS 운영 지속성 측면에서는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프로그레스 95호는 최근 잇따른 러시아 화물선 미션의 연장선에 있다. 직전 임무였던 프로그레스 93호는 지난 4월 20일 ISS에서 분리된 뒤 대기권에 재진입해 태평양 상공에서 안전하게 소각됐다. 3월 24일 도착한 프로그레스 94(러 명칭 MS-33)는 자동 랑데부 안테나 중 하나가 전개되지 않는 기술적 결함이 발생해, 로스코스모스 우주인 세르게이 쿠드-스베르치코프가 ISS 내부에서 조이스틱을 이용해 수동 원격 조종으로 도킹을 수행하는 이례적 상황도 연출했다.

 

또 다른 점은 발사 간격이다. 우주 전문 매체에 따르면 프로그레스 94(MS-33)는 3월 22일(UTC 기준) 발사돼 49.5시간 뒤 ISS 포이스크 모듈에 도킹했으며, 발사 중량은 약 7,280kg, ISS 전달 화물은 2,500kg을 웃도는 규모로 집계됐다. 이로부터 약 한 달 뒤 다시 3톤급 화물선을 투입한 만큼, 러시아는 2026년 초 기준으로 월 1회 수준의 프로그레스 발사를 유지하면서 ISS 보급 공백을 최소화하는 ‘물류 회전율’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미·러 갈등 속 ‘우주 물류’ 공존…연 10억달러 규모 시장의 상징


ISS는 고도 약 400km 저궤도에서 지구를 약 90분마다 1회 공전하며, 24시간 기준 16회 지구를 도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승무원 6~7명이 상시 체류하고 수백 개의 과학·기술 실험이 병행되기 때문에, 연간 수차례에 걸친 화물 보급이 필수적이다. 미국은 스페이스X ‘드래건’ 화물선 등 상업 화물선을 활용하고, 러시아는 프로그레스를 연속 투입하는 식으로 양측이 ‘우주 물류 이원 체제’를 운영해 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TBRC(The Business Research Company)에 따르면, 우주 화물 운송 시장 규모는 2030년 91억2000만 달러 수준까지 성장하고, 향후 수년간 연평균 12.1%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 보고서는 ISS와 향후 상업용 궤도 플랫폼에 대한 보급·물류 계약 증가, 재사용 로켓 및 화물선 활용 확대, 달·심우주 화물 임무 확대 등을 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2024년 11월 스페이스X가 약 2,700kg(약 6,000파운드)의 화물을 팔콘9 로켓으로 ISS에 운송한 사례도, 정부 주도였던 화물 임무가 점차 상업 영역으로 확장되는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러시아의 프로그레스 95호 발사는, 서방의 대러 제재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ISS라는 ‘공동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우주 물류 협력의 기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바이코누르 발사대는 2025년 이후 여러 차례 가동 중단과 지연을 겪다가 2026년 들어 프로그레스 MS-33(Progress 94) 발사를 계기로 재가동됐고, 이번 MS-34(Progress 95) 발사로 러시아 측 물류 수단이 정상 궤도에 근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동 도킹’이 기본값이 된 시대…ISS 이후 우주 물류의 전초전


프로그레스 시리즈는 소유즈 유인 우주선을 기반으로 탑재 모듈을 화물 공간으로 개조한 무인 화물선으로, 귀환 캡슐을 사용하지 않고 임무 종료 후 대기권 재진입 소각을 전제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자동 랑데부·도킹 시스템을 통해 ISS와의 결합을 수행하며, 필요 시 ISS 승무원이 TORU라 불리는 수동 원격 조종 시스템으로 개입하는 이중 안전 구조를 갖추고 있다. 2018년 프로그레스 MS-09는 발사 후 약 3시간 40분 만에 ISS에 도달하며, 당시 최단 시간 기록을 세운 바 있다.

 

한편, 자율운항 우주선 추진 시스템에 대한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우주 화물선과 탐사선에 적용되는 자동 도킹·추진 기술은 인간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임무 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TBRC 보고서는 향후 우주 물류·공급망 관리 서비스에서 자율·로봇 시스템 활용이 확대되면서, ISS와 후속 궤도 플랫폼, 심우주 기지 간 화물 흐름을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ISS는 2030년 전후 퇴역이 논의되는 단계지만, 프로그레스 95호와 같은 화물선은 그 이후 등장할 상업용 우주정거장과 달 궤도 기지, 심우주 거점으로 이어지는 ‘우주 물류 네트워크’의 전초전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 민간 기업들이 각자의 이해관계 속에서 경쟁과 협력을 반복하는 가운데, 3톤 화물선 한 척의 이틀짜리 비행은 ‘누가 미래 우주 물류의 표준을 선점할 것인가’라는 더 큰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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