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0 (목)

  • 흐림동두천 19.9℃
  • 흐림강릉 20.1℃
  • 흐림서울 20.9℃
  • 흐림대전 21.0℃
  • 구름많음대구 23.2℃
  • 흐림울산 21.6℃
  • 흐림광주 24.6℃
  • 구름많음부산 24.1℃
  • 흐림고창 22.7℃
  • 맑음제주 26.2℃
  • 흐림강화 20.0℃
  • 흐림보은 19.8℃
  • 흐림금산 21.7℃
  • 구름많음강진군 26.5℃
  • 구름많음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4.5℃
기상청 제공

우주·항공

[우주칼럼] 화성, 마지막 얕은 호수의 흔적 찾았다…큐리오시티가 포착한 ‘금속 농축 물결무늬’의 경고장

 

[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NASA 화성 탐사로버 큐리오시티가 게일 크레이터(Mars’ Gale Crater) 샤프 산(Mount Sharp) 고지대에서 철·망간·아연이 동시에 고농도로 농축된 암석층을 찾아냈다. 연구진은 이 지층이 수십억년 전, 화성이 따뜻하고 습윤한 환경에서 냉각·건조한 행성으로 급격히 전환되던 ‘말기 호수 시대’에 형성된 얕은 호수의 직접 증거라고 평가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번 주 《지구물리학 연구 저널: 행성(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Planets)》에 게재되었으며, 로버에 탑재된 켐캠(ChemCam) 레이저 장비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 켐캠은 레이저 유발 붕괴 분광법(laser-induced breakdown spectroscopy)이라는 기술을 활용해 암석을 기화시킨 뒤, 생성된 플라즈마를 분석하여 원소 성분을 파악했다.

 

금속 농축 연흔층, “예상 밖 고지대 호수”의 증거


문제가 된 지층은 ‘아마파리 마커 밴드(Amapari Marker Band)’로 불리는 어두운 색의 얇은 암석층이다. 두께는 약 20cm에 불과하지만, 수평 방향으로는 게일 크레이터 안에서 최소 1,500㎢ 이상 연속적으로 뻗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지층 곳곳에는 파도나 물결이 얕은 바닥을 휘저으며 만들었던 연흔(ripple marks)이 보존돼 있는데, 큐리오시티가 2012년 착륙 이후 약 14년간 조사한 수백 미터 두께의 퇴적층 가운데서도 가장 선명한 ‘고대 호수 표면’ 흔적으로 꼽힌다.

 

연구진이 놀란 지점은 위치다. 아마파리 마커 밴드는 게일 크레이터 중앙의 샤프 산 사면, 이미 ‘호수 시대가 저물고 바람이 지배하던’ 시기에 퇴적된 상부 지층에서 발견됐다. 동일한 고도대의 위·아래 지층은 사막성 바람이 쌓아올린 퇴적 구조를 보여주지만, 문제의 20cm 얇은 층에서만 호수 물결 흔적과 금속 농축이 동시에 나타난다.

 

사실상 “호수가 더 이상 생기지 않던 시기, 예외적으로 아주 짧게 물이 고였다가 사라진 사건”을 단면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패트릭 가스다(Patrick Gasda)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연구원은 “초기의 화성 크레이터 호수는 흔했지만, 행성이 건조·한랭해질수록 호수는 드물고 수명도 매우 짧아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철·망간·아연, ‘레독스 호수’가 남긴 화학 서명

 

이번 연구는 큐리오시티에 탑재된 ‘켐캠(ChemCam)’ 레이저 분광 장비가 만든 데이터 위에 서 있다. 켐캠은 레이저 유도 붕괴 분광법(LIBS)을 활용해 암석 표면을 미세하게 기화시키고, 그 플라즈마 빛을 분석함으로써 원소 조성을 추정한다. 연구팀은 아마파리 마커 밴드 내부 연흔 구조를 따라가며 수십 지점에서 LIBS 데이터를 축적한 결과, 철(Fe)과 망간(Mn), 아연(Zn)이 동시에 높게 농축된 영역을 확인했다. 이는 큐리오시티가 게일 크레이터 700m에 달하는 퇴적 단면을 따라 조사하는 과정에서 관측한 사례 가운데, 세 원소가 한꺼번에 이 정도 수준으로 농축된 첫 사례로 보고됐다.

 

지구의 호수 환경에서는 이러한 금속 농축이 대개 산화·환원(redox) 환경이 극적으로 변하는 얕은 수심대에서 나타난다. 특히 철·망간은 미생물이 전자 수용체·공급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 레독스 금속이다. 일부 미생물은 철(Fe³⁺/Fe²⁺)이나 망간(Mn⁴⁺/Mn²⁺) 전자 전이를 직접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며, 이런 미생물 활동이 반복되면 금속 농축 띠가 호수 퇴적층 속에 ‘화학 줄무늬’로 남는다. 아연 역시 황(S)과 결합해 황화아연 형태로 침전되며, 유기물 분해·산화 과정과 얽혀 농도가 달라질 수 있어 생물·비생물 과정을 가르는 정밀 지표로 주목받는다.

 

연구진은 이 금속 농축 패턴이 단순 증발 농축만으로 설명되기보다는, 산화·환원 환경 변화가 반복된 얕은 호수에서 형성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앞서 《Earth and Planetary Science Letters》에 실린 모형 연구는, 게일 크레이터 가장자리에 쌓인 얼음이 일시적으로 녹아 분지 안으로 흘러들고, 얕은 호수 형태를 이뤘다가 빠르게 증발하면서 금속과 염류가 남는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이번 관측은 그 ‘시나리오’에 해당하는 현장 증거를 제공한 셈이다.

 

“생명체 가능성” 신호, 그러나 아직은 ‘가능성’ 수준


관건은 생명이다. 지구에서 산화·환원 반응으로 형성된 금속 풍부 호수 퇴적물은 거의 예외 없이 미생물 활동과 연관돼 있다는 것이 지질·지구화학 커뮤니티의 통설이다. 실제로 최근 플로리다대 연구진은 게일 크레이터 고대 호수 퇴적층 시료에서 DNA 구성 전구체와 유사한 구조의 질소 함유 유기 분자 등 20여 종의 유기 화합물을 검출했다고 보고했다. 이 가운데 최소 5종은 화성에서 한 번도 관측된 적이 없던 새로운 유형의 분자로, 해당 결과는 2026년 4월 《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큐리오시티가 35억 년 전 형성된 점토 광물 샘플에서 7종의 탄소 기반 유기 분자를 확인했는데, 이 중 5종이 화성에서 최초로 보고된 물질로 분류됐다. 프랑스 연구진은 별도 분석에서 탄소 10~12개가 연결된 긴 사슬 화합물(데칸·운데칸·도데칸)을 화성 암석에서 찾아, 생명 기원과 관계없이 “유기 분자가 수십억 년간 보존될 수 있는 환경”이 존재했음을 시사했다.

 

다만, 현 단계에서 금속 농축 호수 퇴적층과 이들 유기 분자를 곧바로 ‘고대 미생물의 흔적’으로 연결짓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유기 분자 상당수는 운석 기원 또는 비생물 지질·광화학 반응으로도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아마파리 마커 밴드 연구도 “지구 기준으로는 강력한 생명 친화적 환경”이라는 수준의 해석에 머문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생명체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단정하지 않고, “레독스 금속과 일시적 물 환경이 겹친, 미생물 잠재 서식처(candidate habitat)의 강력한 후보”라는 표현으로 수위를 조절했다.

 

큐리오시티 이후, ‘우선 샘플 타깃’이 된 금속층

 

이번 발견은 향후 화성 탐사 전략에도 직접적인 함의를 준다. 큐리오시티가 지금까지 게일 크레이터에서 수행한 40회 이상 시추 샘플과 수십 km에 달하는 주행 기록 가운데, 아마파리 마커 밴드는 현재까지 확인된 유일한 “강한 금속 농축과 물결 구조가 동시에 나타나는” 지층이다. 위아래 지층이 바람이 지배한 건조 환경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층은 사실상 “사막 시대에 잠깐 열린 마지막 호수 창”으로 해석된다.

 

가스다 연구원은 해외 매체 인터뷰에서 “아마파리 마커 밴드가 보여주는 천체생물학적 함의는 큐리오시티의 향후 관측·분석 우선순위뿐 아니라, 향후 샘플 반환(mars sample return)을 위한 타깃 선정 기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 예제로 크레이터를 탐사 중인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 로버가, 게일 크레이터와 유사한 얕은 호수-금속 농축 환경을 찾을 경우 생명 흔적을 찾을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국내외 연구자들은 이번 결과를 “준(準)결정적(perhaps the clearest so far) 호수 증거”이자, “화성이 건조해지는 마지막 국면에서도 국소적인 ‘습윤 포켓(wet pocket)’이 남아 있었음을 보여주는 지질 기록”으로 해석한다. 화성의 과거를 읽는 데 그치지 않고, 행성 기후가 급변하는 과정에서 ‘거주 가능성(habitability)’이 어떻게 축소·단절되는지 보여주는 자연 실험실이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44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이슈&논란] “달은 우리 것”…트럼프의 AI 우주정복 밈, 국제우주법과 충돌하다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달은 우리 것(The Moon Is Ours)”이라는 문구와 성조기를 담은 이미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우주 패권 경쟁을 ‘영토 소유’의 언어로 압축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같은 시기 공개한 미 우주군 차세대 정복 시안은 나치 독일의 군복 미학과 SF 악당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달을 국가 소유물처럼 묘사한 정치적 메시지가 1967년 발효된 국제우주조약의 핵심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데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동절 연휴 기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THE MOON IS OURS”라는 문구와 성조기를 넣은 달 표면 이미지를 게시했다. 해당 게시물은 별도 설명이나 정책 발표문을 동반하지 않은 이미지형 게시물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기간 ‘미 우주군 차세대 정복’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군사·우주 패권을 연상시키는 인공지능(AI) 생성물로 추정되는 게시물을 연이어 올리면서, 단순 밈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정치적 파장을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동절 연휴에 트루스소셜에 60여 건의 게시물을 올렸다. 논란의 중심에는 ‘달의

[The Numbers] “배 한 척 아닌 해군 생태계 수출"…태국·필리핀서 맞붙는 K-조선, 6조원 동남아 함정시장 '정조준'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태국 차세대 호위함과 필리핀 잠수함 도입은 단순한 선박 수주전이 아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현지 건조·기술이전·정비(MRO)·승조원 훈련을 포괄하는 장기 방산 패키지 경쟁에 들어가면서, 동남아시아가 K-조선의 중동·남미 함정 수출을 가늠할 전초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태국 8000억원 초도함, 후속함까지 최대 4조원 태국 해군의 4000톤급 차세대 호위함 사업은 현재 동남아 함정시장 최대 관심사다. 초도함 1척의 예산은 약 175억바트(원화 8000억원)이다. 후속함 3척이 추가로 발주될 경우 사업 규모는 최대 4조원 안팎으로 확대될 수 있다. 입찰에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싱가포르 ST엔지니어링, 스페인 나반티아, 튀르키예 ASFAT와 TAIS 등 6개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의 최대 자산은 태국 해군과의 실전 운용 레퍼런스다.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은 태국 해군의 3700톤급 호위함 ‘푸미폰 아둔야뎃’함을 건조해 2018년 인도했다. 한화오션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4000톤급 수출형 호위함 ‘OCEAN-40F’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태국 해군 입장에서는 새 플랫폼의 설계 성능뿐 아니라 기존에

[영웅시대] 세계 최초 ‘언론인 우주비행사’ 아키야마 도요히로 별세…“이거 본방송인가요?” 우주 생중계한 기자, 지구에 남긴 세 가지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1990년 12월, 옛 소련의 소유스 우주선에서 “이거 본방송인가요?”라고 되물은 한 일본인 기자의 목소리는 우주 개발의 문법을 바꿨다. 군인과 과학자, 시험조종사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우주에 현직 언론인이 들어가 지상 시청자에게 일상을 생중계한 첫 사례였기 때문이다. nikkansports, japantimes, tokyoweekender, sponichi, infoseek에 따르면, 일본인 최초 우주비행사이자 세계 최초의 ‘언론인 우주비행사’로 평가받는 아키야마 도요히로 전 TBS 기자가 8월 26일 미에현 오다이초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4세다. 사망 원인은 일본 언론 보도에서 심부전 또는 하부 위장관 출혈로 알려졌다. 아키야마의 삶은 ‘우주특파원’이라는 이례적 직함에서 출발해 후쿠시마의 농부, 대학 교수, 미디어 비평가로 이어졌다. 그의 7일 21시간 54분 40초의 우주 체류는 정확히 8일도 되지 않았지만, 민간 자본과 방송 콘텐츠가 우주 비행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일본 첫 우주비행, 기자가 만들었다 1942년 도쿄에서 태어난 아키야마는 국제기독교대학(ICU)을 졸업한 뒤 1966년 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