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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우주칼럼] 화성, 마지막 얕은 호수의 흔적 찾았다…큐리오시티가 포착한 ‘금속 농축 물결무늬’의 경고장

 

[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NASA 화성 탐사로버 큐리오시티가 게일 크레이터(Mars’ Gale Crater) 샤프 산(Mount Sharp) 고지대에서 철·망간·아연이 동시에 고농도로 농축된 암석층을 찾아냈다. 연구진은 이 지층이 수십억년 전, 화성이 따뜻하고 습윤한 환경에서 냉각·건조한 행성으로 급격히 전환되던 ‘말기 호수 시대’에 형성된 얕은 호수의 직접 증거라고 평가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번 주 《지구물리학 연구 저널: 행성(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Planets)》에 게재되었으며, 로버에 탑재된 켐캠(ChemCam) 레이저 장비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 켐캠은 레이저 유발 붕괴 분광법(laser-induced breakdown spectroscopy)이라는 기술을 활용해 암석을 기화시킨 뒤, 생성된 플라즈마를 분석하여 원소 성분을 파악했다.

 

금속 농축 연흔층, “예상 밖 고지대 호수”의 증거


문제가 된 지층은 ‘아마파리 마커 밴드(Amapari Marker Band)’로 불리는 어두운 색의 얇은 암석층이다. 두께는 약 20cm에 불과하지만, 수평 방향으로는 게일 크레이터 안에서 최소 1,500㎢ 이상 연속적으로 뻗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지층 곳곳에는 파도나 물결이 얕은 바닥을 휘저으며 만들었던 연흔(ripple marks)이 보존돼 있는데, 큐리오시티가 2012년 착륙 이후 약 14년간 조사한 수백 미터 두께의 퇴적층 가운데서도 가장 선명한 ‘고대 호수 표면’ 흔적으로 꼽힌다.

 

연구진이 놀란 지점은 위치다. 아마파리 마커 밴드는 게일 크레이터 중앙의 샤프 산 사면, 이미 ‘호수 시대가 저물고 바람이 지배하던’ 시기에 퇴적된 상부 지층에서 발견됐다. 동일한 고도대의 위·아래 지층은 사막성 바람이 쌓아올린 퇴적 구조를 보여주지만, 문제의 20cm 얇은 층에서만 호수 물결 흔적과 금속 농축이 동시에 나타난다.

 

사실상 “호수가 더 이상 생기지 않던 시기, 예외적으로 아주 짧게 물이 고였다가 사라진 사건”을 단면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패트릭 가스다(Patrick Gasda)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연구원은 “초기의 화성 크레이터 호수는 흔했지만, 행성이 건조·한랭해질수록 호수는 드물고 수명도 매우 짧아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철·망간·아연, ‘레독스 호수’가 남긴 화학 서명

 

이번 연구는 큐리오시티에 탑재된 ‘켐캠(ChemCam)’ 레이저 분광 장비가 만든 데이터 위에 서 있다. 켐캠은 레이저 유도 붕괴 분광법(LIBS)을 활용해 암석 표면을 미세하게 기화시키고, 그 플라즈마 빛을 분석함으로써 원소 조성을 추정한다. 연구팀은 아마파리 마커 밴드 내부 연흔 구조를 따라가며 수십 지점에서 LIBS 데이터를 축적한 결과, 철(Fe)과 망간(Mn), 아연(Zn)이 동시에 높게 농축된 영역을 확인했다. 이는 큐리오시티가 게일 크레이터 700m에 달하는 퇴적 단면을 따라 조사하는 과정에서 관측한 사례 가운데, 세 원소가 한꺼번에 이 정도 수준으로 농축된 첫 사례로 보고됐다.

 

지구의 호수 환경에서는 이러한 금속 농축이 대개 산화·환원(redox) 환경이 극적으로 변하는 얕은 수심대에서 나타난다. 특히 철·망간은 미생물이 전자 수용체·공급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 레독스 금속이다. 일부 미생물은 철(Fe³⁺/Fe²⁺)이나 망간(Mn⁴⁺/Mn²⁺) 전자 전이를 직접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며, 이런 미생물 활동이 반복되면 금속 농축 띠가 호수 퇴적층 속에 ‘화학 줄무늬’로 남는다. 아연 역시 황(S)과 결합해 황화아연 형태로 침전되며, 유기물 분해·산화 과정과 얽혀 농도가 달라질 수 있어 생물·비생물 과정을 가르는 정밀 지표로 주목받는다.

 

연구진은 이 금속 농축 패턴이 단순 증발 농축만으로 설명되기보다는, 산화·환원 환경 변화가 반복된 얕은 호수에서 형성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앞서 《Earth and Planetary Science Letters》에 실린 모형 연구는, 게일 크레이터 가장자리에 쌓인 얼음이 일시적으로 녹아 분지 안으로 흘러들고, 얕은 호수 형태를 이뤘다가 빠르게 증발하면서 금속과 염류가 남는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이번 관측은 그 ‘시나리오’에 해당하는 현장 증거를 제공한 셈이다.

 

“생명체 가능성” 신호, 그러나 아직은 ‘가능성’ 수준


관건은 생명이다. 지구에서 산화·환원 반응으로 형성된 금속 풍부 호수 퇴적물은 거의 예외 없이 미생물 활동과 연관돼 있다는 것이 지질·지구화학 커뮤니티의 통설이다. 실제로 최근 플로리다대 연구진은 게일 크레이터 고대 호수 퇴적층 시료에서 DNA 구성 전구체와 유사한 구조의 질소 함유 유기 분자 등 20여 종의 유기 화합물을 검출했다고 보고했다. 이 가운데 최소 5종은 화성에서 한 번도 관측된 적이 없던 새로운 유형의 분자로, 해당 결과는 2026년 4월 《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큐리오시티가 35억 년 전 형성된 점토 광물 샘플에서 7종의 탄소 기반 유기 분자를 확인했는데, 이 중 5종이 화성에서 최초로 보고된 물질로 분류됐다. 프랑스 연구진은 별도 분석에서 탄소 10~12개가 연결된 긴 사슬 화합물(데칸·운데칸·도데칸)을 화성 암석에서 찾아, 생명 기원과 관계없이 “유기 분자가 수십억 년간 보존될 수 있는 환경”이 존재했음을 시사했다.

 

다만, 현 단계에서 금속 농축 호수 퇴적층과 이들 유기 분자를 곧바로 ‘고대 미생물의 흔적’으로 연결짓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유기 분자 상당수는 운석 기원 또는 비생물 지질·광화학 반응으로도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아마파리 마커 밴드 연구도 “지구 기준으로는 강력한 생명 친화적 환경”이라는 수준의 해석에 머문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생명체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단정하지 않고, “레독스 금속과 일시적 물 환경이 겹친, 미생물 잠재 서식처(candidate habitat)의 강력한 후보”라는 표현으로 수위를 조절했다.

 

큐리오시티 이후, ‘우선 샘플 타깃’이 된 금속층

 

이번 발견은 향후 화성 탐사 전략에도 직접적인 함의를 준다. 큐리오시티가 지금까지 게일 크레이터에서 수행한 40회 이상 시추 샘플과 수십 km에 달하는 주행 기록 가운데, 아마파리 마커 밴드는 현재까지 확인된 유일한 “강한 금속 농축과 물결 구조가 동시에 나타나는” 지층이다. 위아래 지층이 바람이 지배한 건조 환경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층은 사실상 “사막 시대에 잠깐 열린 마지막 호수 창”으로 해석된다.

 

가스다 연구원은 해외 매체 인터뷰에서 “아마파리 마커 밴드가 보여주는 천체생물학적 함의는 큐리오시티의 향후 관측·분석 우선순위뿐 아니라, 향후 샘플 반환(mars sample return)을 위한 타깃 선정 기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 예제로 크레이터를 탐사 중인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 로버가, 게일 크레이터와 유사한 얕은 호수-금속 농축 환경을 찾을 경우 생명 흔적을 찾을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국내외 연구자들은 이번 결과를 “준(準)결정적(perhaps the clearest so far) 호수 증거”이자, “화성이 건조해지는 마지막 국면에서도 국소적인 ‘습윤 포켓(wet pocket)’이 남아 있었음을 보여주는 지질 기록”으로 해석한다. 화성의 과거를 읽는 데 그치지 않고, 행성 기후가 급변하는 과정에서 ‘거주 가능성(habitability)’이 어떻게 축소·단절되는지 보여주는 자연 실험실이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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