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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엔비디아 독주에 칼 빼든 앤트로픽…‘3.5GW 동맹’ 넘어 자체 AI 칩까지 노린다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미국 AI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이 자체 AI 칩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9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전 세계적인 AI 수요 폭증으로 고성능 반도체 품귀와 가격 급등이 이어지자,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연산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논의는 극초기 단계로, 아직 전담 조직도 꾸려지지 않았고 구체적인 칩 아키텍처 설계 역시 착수하지 않은 상태라며, 상황에 따라 프로젝트가 전면 백지화될 수 있다는 점을 소식통들은 분명히 했다. 로이터는 첨단 AI 칩 설계·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데 숙련 공학자 확보와 제조 파트너십까지 감안하면 약 5억달러(약 7400억원) 안팎의 초기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GPU 의존도와 ‘멀티 벤더’ 전략의 한계


앤트로픽은 현재 엔비디아 GPU뿐 아니라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트레이니엄(Trainium)’, 구글 클라우드의 텐서 처리 장치(TPU) 등 빅테크의 전용 AI 칩을 폭넓게 사용하는 ‘멀티 벤더’ 구조를 구축해 왔다. AWS는 앤트로픽의 초기 핵심 파트너이자 주요 AI 고객사로, 자사 고성능 칩과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제공해 왔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클라우드 공급사로 새로 합류하며 50억달러(약 7조2500억원) 투자를 약정한 상태다.

 

구글과의 관계도 빠르게 확장돼, 앤트로픽은 최대 100만개의 TPU를 포함한 구글 클라우드 인프라를 수백억달러 규모로 도입하는 장기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CNBC는 이런 다중 클라우드 전략 덕분에 최근 AWS 장애 때도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 서비스가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 전하며, 멀티 벤더 구조의 회복력을 강조했다.

 

‘3.5GW 동맹’과 엔비디아 견제 구도

 

이번 자체 칩 검토 소식이 나오기 직전, 앤트로픽은 구글·브로드컴과 전략적 협력을 확대해 2027년부터 약 3.5기가와트(GW) 규모의 차세대 TPU 기반 AI 연산 인프라에 접근하기로 했다. 브로드컴은 2031년까지 구글의 차세대 TPU와 AI 서버용 네트워킹 부품을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고, 앤트로픽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이 인프라의 핵심 수요처를 확보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러한 ‘3.5GW 동맹’은 사실상 엔비디아 GPU에 과도하게 쏠린 AI 칩 시장 구조에 대한 체계적인 대안 시도로, 구글 TPU·브로드컴 설계 역량·앤트로픽의 대형 모델 수요가 결합된 새로운 축으로 해석된다. 주요매체들은 이미 AI 칩 시장의 약 90%를 엔비디아가 점유하고 있다는 업계 추정을 인용하며, 오픈AI·구글·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앤트로픽까지 독자 칩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을 ‘엔비디아 독주 체제에 대한 구조적 도전’으로 평가했다.

 

비용·공급·성능 삼중 포석…그러나 리스크도 크다


실리콘밸리의 주요 AI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자체 칩 설계를 통해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첫째는 GPU 가격 급등과 공급 병목으로 치솟는 단위 연산 비용을 낮추는 것이고, 둘째는 특정 벤더 장애나 공급 차질에도 견딜 수 있는 공급망 자립성 강화이며, 셋째는 자사 모델 특성에 최적화된 연산 구조(예컨대 대규모 언어모델용 행렬 연산·메모리 대역폭 튜닝)를 구현해 성능과 효율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오픈AI 역시 브로드컴과 손잡고 자체 칩 생산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브로드컴은 구글·오픈AI·앤트로픽을 잇는 ‘커스텀 AI 칩 생태계’의 중심 축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다만, 로이터가 제시한 5억달러 규모의 초기 투자비용과 설계 실패·제조 수율 리스크를 감안하면, 매출·현금창출 능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앤트로픽에게 자체 칩은 어디까지나 ‘고위험·중장기 옵션 플레이’에 가깝다는 평가도 병존한다.

 

향후 관전 포인트…‘칩 메이커’로 탈바꿈할까, 협상 지렛대일까

 

이번 자체 칩 검토는 두 갈래 시나리오를 동시에 품고 있다. 하나는 앤트로픽이 장기적으로 특정 파운드리와 손잡고 오픈AI·구글처럼 실질적인 커스텀 칩 생태계를 구축해 ‘칩-클라우드-모델’을 수직 통합하는 방향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 개발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 카드를 엔비디아·클라우드 3사(AWS·구글·MS)와의 가격·조건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미 앤트로픽은 2027년까지 클로드 AI 판매 수수료로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에 64억달러를 지급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도 있어, 클라우드·칩 비용 구조를 어떻게 재편하느냐가 회사의 수익성 궤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자체 칩 검토’는 당장 칩 메이커로의 변신 선언이라기보다는, 엔비디아 중심의 AI 반도체 권력 지형 속에서 앤트로픽이 협상력을 키우고 장기적인 기술·비용 옵션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탐색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현재로서는 합리적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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