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콜롬비아 해군이 일론 머스크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장착된 무인 마약 잠수정을 최초로 압수했다.
이번 사건은 남미 마약 카르텔과 국제 법집행 당국 간의 기술 군비경쟁이 본격화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압수된 선박은 최대 1.5톤의 코카인을 실을 수 있는 첨단 반잠수정으로, 현지 최대 마약 조직인 ‘걸프 클랜(Clan del Golfo)’이 신기술을 시험 운항한 것으로 추정된다.
첨단 IT로 무장한 ‘나르코 잠수정’, 해상 밀수 판도 바꾼다
InSight Crime 보고서와 AFP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콜롬비아 해군은 7월 2일(현지시간) 카리브해 산타마르타 인근 해역에서 스타링크 안테나와 원격 조종 시스템이 장착된 무인 반잠수정을 압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내부에는 마약이 실려 있지 않았으나, 해군은 “범죄조직이 실전 투입 전 시험 운항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압수된 선박은 최대 800마일(약 1300km) 작전 반경을 갖추고, 수면 위에는 공기 흡입구와 통신 장비만 노출되는 저피탐 설계가 적용됐다.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원격 조종과 감시, 항로제어가 가능하며, 내부에는 항로·장애물 감시용 카메라와 엔진·변속기 모니터링용 카메라 등 첨단 장비가 탑재되어 있었다.
후안 리카르도 로소 콜롬비아 해군참모총장은 “스타링크를 이용해 우리의 추적을 피하려 한 무인 운항 반잠수정을 처음 확인했다”며 “전통적인 마약 밀매 감시 시스템에 대한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콜롬비아, 세계 최대 코카인 생산국…밀수기술 진화 ‘가속’
콜롬비아는 2022년 기준 코카잎 재배 면적 2300㎢(서울시 면적의 3.8배)로 세계 최대 코카인 생산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유엔 마약범죄사무국(UNODC)에 따르면, 2021년 2040㎢에서 2022년 2300㎢로 13% 증가했다. 콜롬비아 카르텔들은 대서양·태평양을 통한 코카인 밀반출에 외부 탐지가 어려운 잠수정을 점점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대서양·태평양에서 적발된 반잠수정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호주로 향하던 반잠수정에서 콜롬비아산 코카인 5톤이 적발되기도 했다.
멕시코 카르텔과의 기술 협력, 2017년부터 무인화 R&D
콜롬비아 안보 싱크탱크 ‘인디파즈(Indepaz)’에 따르면, 멕시코 카르텔들이 2017년부터 콜롬비아 현지에서 엔지니어와 기술자를 고용해 무인 잠수정 개발에 투자해왔다. 이들은 태평양 횡단이 가능한 무인 선박 개발, 자동 하역, 무인 선박 간 마약 인계 등 첨단 밀수 네트워크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타링크, 글로벌 마약 밀수의 ‘게임체인저’로 부상
스타링크는 스페이스X가 2019년부터 쏘아올린 저궤도 위성 7000기 이상을 활용해 전 세계 어디서나 실시간 통신이 가능하다. 2024년 11월 인도 안다만·니코바르 제도 인근에서도 스타링크를 활용한 원격조종 선박이 적발돼 42억5000만 달러 상당의 메스암페타민이 압수된 바 있다.
R&D 예산까지 늘리는 남미 마약조직…국제 해양안보에 초비상
미국 범죄조직 전문 조사기관 ‘인사이트 크라임(InSight Crime)’에 따르면, 콜롬비아 및 멕시코 카르텔들은 밀수기술 R&D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하며, 기존 유인 잠수정에서 무인·원격조종 시스템으로 빠르게 진화 중이다. 반잠수정은 물속에 거의 잠긴 채 항해해 레이더 탐지가 어렵고, 무인화 덕분에 인명손실 위험도 줄였다.
로소 해군 제독은 “해당 반잠수정은 레이더 회피 기술까지 갖춘 고도화된 장비였다”며 “국제 해양 안보에 큰 위협이 되는 첨단 밀수 수단”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사건은 마약 밀수의 첨단화와 글로벌화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카르텔의 R&D 투자와 신기술 도입, 그리고 이에 맞서는 국제 법집행 네트워크의 기술적 대응이 앞으로 해상 안보와 글로벌 마약전쟁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