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2025 회계연도에 무려 800억 달러(약 108조원)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며, 오픈AI(OpenAI) 의존에서 벗어나 자사 첨단 인공지능 역량을 직접 키우려는 강력한 전략적 방향 전환에 나섰다. 이번 투자는 단일 기업 기준 역대 최대 AI 인프라 투입액으로, 미국 내 총 회사 투자액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CNN, CNBC, Reuters, AIbase, Techbuzz, Lucidity Insights, Statista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가 계획 중인 신규 컴퓨팅 클러스터는 지금까지 자사의 MAI-1-preview 모델 훈련에 사용된 1만5000개 엔비디아(Nvidia) H100 GPU보다 6~10배 큰 규모로, 글로벌 경쟁사인 구글(Alphabet), 메타(Meta), 일론 머스크의 xAI가 개발하는 첨단 AI 모델과 동등한 수준의 인프라를 목표로 한다.
실제로 메타와 구글, xAI 등은 10만~15만개에 달하는 GPU 클러스터로 AI 훈련을 진행해왔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그간 오픈AI에 대한 기술 및 인프라 의존도를 줄이고, 자사 AI 기술을 프런티어 경쟁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위기감과 의지를 그대로 반영한다.
AI 인프라 시장의 투자 경쟁도 사상 최고조다. 2025년 기준 아마존(Amazon)이 약 1000억 달러, 구글(Alphabet) 850억 달러, 메타(Meta) 65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가 800억~1200억 달러를 투입해 전 세계 빅테크 4개사가 AI 인프라에만 총 3640억~4000억 달러를 지출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주가는 AI 인프라 확대와 클라우드 실적 덕분에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은 4조 달러를 돌파했다. 핵심 경쟁사는 AI 칩 클러스터의 대형화와 맞춤형 기술 경쟁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이번 투자와 맞물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와의 전략적 관계도 재편했다. 2025년 9월 비구속적 양해각서(MOU) 체결로 오픈AI는 이젠 마이크로소프트 독점 구조를 벗어나 자본 유치 및 사업 확장에 더 큰 자유를 갖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 멀티모델 AI 전략 아래 첫 번째 독자 모델(MAI-Voice-1, MAI-1-preview)을 올 8월 선보였다. MAI-Voice-1은 단일 GPU에서 1초 내에 고품질 오디오를 생성, Copilot Daily 팟캐스트를 비롯한 서비스에 적용 중이고, 텍스트 기반 MAI-1-preview는 벤치마크 사이트 LMArena에서 13위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구글 등에서 우수 평가받는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 모델도 Office 365에 도입해 독자 및 외부 모델을 융합해 활용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AI 독립을 위한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내는 또 한 가지 방법은 맞춤형 반도체다. 최근 공개된 Maia 100 AI 가속기는 1050억 트랜지스터를 탑재해 Nvidia 의존도를 줄이고, ARM기반 Cobalt 100 서버용 CPU는 일반 클라우드 업무에서 40% 높은 에너지 효율을 제공한다. 이처럼 칩 수직 계열화를 추진하면서 AI 모델 효율성 강화 및 비용 절감, 생태계 확장까지 노리는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 AI 무스타파 술레이만(Mustafa Suleyman) CEO은 사내 타운홀 미팅에서 “전 세계적 수준의 첨단 AI 모델을 직접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며, 파트너십 이점과 내부 역량 균형의 필요성을 직접 언급했다.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CEO 역시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다양한 모델을 활용하되, 궁극적으로 AI 독립을 위한 인프라 확장에 회사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략 전환을 ‘AI 자립’ 시대의 서막으로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