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오픈AI가 월가 주요 투자은행 출신 전직 은행원 100명 이상을 비밀리에 채용해 인공지능(AI) 훈련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머큐리(Project Mercury)’를 수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프로젝트는 전통적으로 주니어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들이 담당해 온 엑셀 금융 모델링, 프레젠테이션 수정 등 반복 업무를 AI가 자동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Bloomberg, Entrepreneur, Prospect Rock Partners, CNBC, Harvard Business Review에 따르면, 계약자들은 시간당 150달러의 대우를 받으며 JP모건 체이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출신 전문가들과 하버드·MIT MBA 출신 인력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주요 임무는 IPO, 구조조정, 인수합병 거래에 필요한 금융 모델을 산업 표준에 맞춰 매주 작성·평가하는 일이다. 지원 과정은 AI 챗봇 면접과 재무제표 및 모델링 테스트로 이뤄지며, 최종 합격자들은 단순한 언어 프롬프트 작성부터 모델 피드백 등 AI 교육 전반에 관여한다.
오픈AI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금융, 컨설팅, 법률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AI 상용화를 가속화해 무려 5000억 달러 가치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수익성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이다.
한편, 이같은 AI 도입은 월가 주니어 애널리스트들의 업무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매주 80~100시간씩 엑셀 모델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발표 자료를 수정하는 반복적 업무가 줄면서 신입 은행원들의 ‘바닥 노동’은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스탠포드 연구진은 이미 AI 노출이 심한 분야에서 22~25세 젊은 노동자의 고용이 13% 하락한 사실을 밝혀냈다. DHR Global의 제인 브란트호버(Jeanne Branthover)는 “문서 분석과 이해 과정을 거쳐야 하는 주니어들의 학습 기회가 사라질 위험성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대형 은행들도 AI 기반 생산성 향상에 힘입어 채용을 제한하거나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JP모건 체이스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12% 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직원 수 증가가 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최고재무책임자 제레미 바넘(Jeremy Barnum)은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증대를 강조하며 “필요할 때마다 인력을 단순히 늘리는 기존 관행을 지양하라”고 경고했다.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CEO도 AI로 인한 인력 감축을 예고하면서도 재교육 및 재배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처럼 오픈AI의 ‘프로젝트 머큐리’는 AI가 금융산업 핵심 인력의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반복적이고 낮은 부가가치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향후 주니어 은행원들은 더 전략적이고 고부가가치 업무로 빨리 전환하는 ‘커리어 진화’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산업 현장과 노동시장에서는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속도와 사람의 성장 과정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과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