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LG화학이 2조원대 주가수익스와프(PRS, Price Return Swap) 계약을 단행하며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10% 가까이 급락, 10일 단 하루 만에 시가총액 9조원 이상이 증발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지분 매도를 넘어 글로벌 법인세 규정 변화가 한국 대표 배터리 기업의 시장가치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업계와 투자자 심리에 깊은 파장을 남겼다.
단 하루에 9조원 증발…시장서 ‘지분 처분 악재’ 직격탄
10월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9.90% 급락하며 35만9500원에 마감했다. 직전 거래일 기준 시총 93조3660억원에서 84조1230억원으로 하루 만에 9조2430억원이 사라졌다. 불과 일주일 전 연저점 대비 48% 가까이 급등하며 40만원에 근접했던 주가는 장중 최대 11.65% 낙폭을 기록했다.
모기업 LG화학의 PRS 전략과 글로벌 법인세 규제
급락 배경에는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주식 575만주(지분율 2.46%)를 기초자산으로 국내 주요 증권사들과 PRS 계약을 체결, 약 2조원 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는 점이 지목된다.
PRS는 만기 조건에 따라 자회사 주식 전량을 매각할 가능성이 열려 있어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매도 우려를 불러왔다. 이번 PRS 계약은 기존 SK이노베이션의 PRS(2조원)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로, 파생상품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시사했다.

자본시장에서는 내년 시행될 ‘글로벌 최저한세’ 규제에 대비해 LG화학이 지분 매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OECD 다국적기업 조세 합의에 따라 해외사업장에서 법인세 15% 미만 납부 시 추가 과세 대상이 되고, 새로운 국제 규범 아래 LG화학의 재무 전략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해석이다.
해외 시장에서는 PRS·지분유동화를 통해 자금을 공급받는 사례가 이미 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이마트 등 대기업도 유사 사례를 선보였다.
증권가 "펀더멘털 영향은 제한적"…목표가 52만원 유지
대다수 증권가에서는 이번 지분 매도가 LG에너지솔루션의 사업성과 펀더멘털(기초체력)에는 영향이 없다고 평가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원통형 배터리 사업 등 성장스토리가 유지되고 있으며 목표주가도 기존 52만원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펀더멘털은 굳건하다”며,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성장과 LG엔솔의 기술 경쟁력, 실적 전망이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장기 우상향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기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2위(약 20%)를 기록하고 있고, 연간 매출은 32조원 이상, 이익률 8~10%대를 유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