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테슬라가 미국에서 자사의 럭셔리 전기차 모델 S와 모델 X의 가격을 1만 달러 인상하며, 해당 인상과 동시에 ‘Luxe Package’라는 프리미엄 번들 패키지를 모든 구매자에게 기본 제공한다고 8월 16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Electrek, NDTV Auto, Drive Tesla Canada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올해 두 번째 가격 인상으로, 6월에는 경미한 디자인 업데이트와 함께 5000달러의 인상이 있었다. 이로 인해 모델 S AWD는 9만4990달러, 모델 X AWD는 9만9990달러부터 시작한다.
럭셔리 번들의 구성은 테슬라의 장기 전략적 가치 제안을 반영한다. 주요 항목으로는 아래와 같다.
Full Self-Driving(FSD) 소프트웨어 : 8000달러 상당의 자율주행 기능 탑재.
4년 프리미엄 서비스 플랜 : 타이어/휠/윈드실드 보호 및 정기 유지보수(필터·와이퍼 교체, 타이어 로테이션 등)가 포함되어, 개별 구매 대비 수천 달러의 가치가 추산된다.
평생 무료 슈퍼차징 : 1년에 평균 100~300달러 상당의 충전비를 절감, 5년간 500~1500달러 가치.
평생 프리미엄 커넥티비티 : 연 99달러의 고급 커넥티비티 서비스(위성지도, 실시간 교통정보, 음악·스트리밍 등)가 영구 제공되어, 5년 기준 495달러 가치.
테슬라 측은 웹사이트를 통해 “Luxe Package 기능들의 합산 소매 가치는 1만 달러를 상회한다”고 설명하지만, 해당 패키지는 선택 옵션이 아니라 각 차량에 기본적으로 포함된다.
차별화된 서비스와 기술을 원하는 고가 소비자층에게는 매력적이지만, 모든 구매자에게 일괄 적용되는 만큼 실제 가치는 사용 빈도와 필요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프리미엄 번들’의 전략적 목적 : 부진한 판매 반전과 브랜드 고급화
2025년 2분기 테슬라 모델 S 및 X의 미국 내 판매량은 약 5000~6000대 수준으로, 1년 전 대비 약 60% 가까이 급감했다. S와 X는 테슬라 전체 글로벌 판매량의 3% 미만을 차지하는 비주류 플래그십 모델이다.
수익성 악화와 브랜드 프리미엄의 재고 수요 압박을 반영한 번들 패키지를 통해 고유 고객층의 충성도를 확보하고, 자사 라인업 내에서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테슬라의 전략은 곧 출시 예정인 ‘모델 Y L’ 6인승 글로벌 모델과의 경쟁구도를 의식한 것으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S와 X의 고유 포지션 유지에 방점을 둔다.
유럽·중국 동시 시장 철수 : 실용·가성비 중시 변화 뚜렷
이번 가격 인상과 번들 확대는 북미 시장에 국한된다. 테슬라는 8월 초 조용히 유럽 시장에서 모델 S와 X의 온라인 주문을 중단했으며, 현재는 재고만 판매 중이다. 이 결정의 배경에는 유럽에서 급속히 강화되는 실용적·중저가 전기차 수요와 현지 브랜드와의 경쟁 심화가 있다. 모델 S와 X는 앞서 중국 시장에서도 철수한 바 있으며, 현재 북미 이외 시장에서는 사실상 퇴장한 상황이다.
완성차 업계와 소비자에게 던지는 복합 신호
테슬라의 이번 가격 정책은 “프리미엄 브랜드 실현”이라는 방향성과 “판매 부진 해소”라는 현실적 필요가 혼합된 전략으로 평가된다.
지난 2년간 전기차 시장의 성숙과 경쟁 격화 속에서 테슬라는 낮은 판매량과 마진 압박을 번들 제공으로 상쇄하려는 시도다. 반면, 소비자 측면에서는 선택권이 제한되는 번들 정책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난다. 중저가 모델로 쏠리는 글로벌 시장 흐름과 대조되는, 하이엔드 시장 수성의 노림수가 투영된 행보다.
테슬라의 이번 가격 정책은 단순한 인상 이상의 시장·브랜드 재편, 소비자 가치 공식을 재조정하는 복합 신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