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미국 보수 경제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벌어진 이민 단속 사건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러한 조치가 미국의 외국인 투자 유치를 저해할 수 있다고 12일(현지시간) 경고했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공동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이민단속 사태가 미 현지 공장 건설에 2~3개월 지연을 초래하는 가운데, 미국 경제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단속이 미국의 외국인 투자 유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호세 무뇨스 CEO는 지난 9월 11일 “공장 건설 단계에는 전문 인력이 필수적이며, 미국 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기술과 장비가 많아 최소 2~3개월의 공사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번 합작 공장은 43억 달러 규모로, 연간 전기차 30만대 생산에 필요한 배터리를 공급하는 전략적 사업이다. 당초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이었으나, 이번 단속으로 완공 시점이 내년 하반기로 늦춰질 것이란 업계 전망이 나온다.
WSJ은 9월 12일자 사설 ‘한국에서의 추방 역풍’에서 “미국이 더 많은 외국인 투자를 받으려면 임시 비자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비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을 인용, “미국 내 현지 공장 설립에 불이익이 있을 경우 기업들이 대미 직접투자에 신중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한국 기업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에는 전문 기술 인력이 부족한 현실”이라 인정하면서도 “비자 발급이 미국 정책과 맞물려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이번 단속 방식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외국인 투자 확대 정책과 상충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민세관단속국(ICE) 영상에 나온 수갑과 사슬에 묶인 한국인들의 모습이 한국 내 여론에 부정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은 현재 연간 8만5000장의 H-1B 전문직 비자를 발급하고 있으나, 한국에 대한 별도 할당은 매우 적어 약 2000장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한미 간 비자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H-1B 비자의 한국인 할당량 증액과 한국인 전용 별도 비자(E-4 쿼터) 신설, 단기 상용 B-1 비자 탄력적 운영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도 최근 인터뷰에서 “현대차에 ‘올바른 비자’를 확보하라고 직접 전화를 걸었고, 비자 발급에 문제가 생기면 직접 돕겠다”고 밝히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자 문제 해결에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이민단속과 비자 문제는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전략에도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으로, 미 정부가 투자 유치와 인력 수급 문제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