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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

[The Numbers] AI에 삼킨 메모리, ‘집안 싸움’으로 번진 삼성전자…MX사업부, 창사 이래 첫 적자 기로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삼성전자가 AI 슈퍼사이클의 정중앙에서 역대급 호황과 동시에 ‘한 지붕 두 가족’ 갈등이라는 역설적 딜레마에 빠졌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가 AI 서버·데이터센터 수요를 앞세워 초호황을 구가하는 사이, 같은 회사 안의 모바일경험(MX) 사업부는 원가 폭등과 수익성 추락으로 창사 이래 첫 연간 적자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형국이다.


삼성전자가 공시한 2026년 1분기 잠정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133조원, 영업이익은 57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갈아치웠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이 가운데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이 약 52조4,000억원, 그 중 메모리에서만 54조원 안팎의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사실상 ‘AI 메모리’가 삼성전자 전체 이익을 떠받치는 구조다.

 

폭발적인 AI 수요가 구조를 바꿨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DR5·HBM 계열 제품이 슈퍼사이클을 이끌면서, 범용 DRAM·낸드까지 가격이 동반 급등하는 전형적인 상승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KB증권 등은 “AI용 GPU 한 대당 메모리 탑재량이 과거 대비 수배로 늘면서 메모리가 AI 인프라의 핵심 병목으로 떠올랐고, 공급 부족은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문제는 이 호황의 비용을 누가 치르느냐다. 삼성전자 MX 사업부는 스마트폰 원가의 약 20%를 차지하는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부품 비용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한국 매체 주간(Jukan)을 인용한 해외 보도에 따르면, 노태문 MX 사업부장은 “MX 사업부의 연간 적자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며 내부 경고음을 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 메모리 사업부는 AI·데이터센터 고객을 우선하기 위해 클린룸 캐파를 HBM·서버 DRAM 쪽으로 전환하고, 마진이 낮은 모바일용 DRAM·낸드 공급을 줄이고 있다. 일부 외신은 “AI 고객이 훨씬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어, 메모리 사업부가 자사 MX 사업부의 RAM 주문까지 거절했다”고 전한다. 이는 사실상 내부 거래에서도 시장 가격에 가까운 고단가를 요구하거나, 공급 자체를 뒤로 미루고 있다는 의미다.

 

실적 수치만 보면 온도 차는 더 극명하다. 2025년 연간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누적 영업이익은 43조5,300억원 수준으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DX(디바이스 경험) 부문, 특히 MX의 수익성은 급속히 둔화되고 있다. 한국경제는 2025년 4분기 MX 영업이익이 약 2조원으로 직전 분기(3조6,000억원) 대비 40%가량 감소했으며,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내년 영업이익이 연간 13조원 추정치에서 30% 줄어든 10조원 안팎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전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DX 전체를 비상경영 모드로 묶어놨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2026년 3월 MX·생활가전·TV 사업부에 일괄적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최소 30% 비용 절감을 지시했다. 미국발 관세 충격으로 TV·가전 사업부는 2025년 연간 2,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고, 2025년 4분기에는 6,000억원 영업손실로 부진이 확대됐다. DX 안에서 수익을 지탱할 축이 사실상 MX 하나로 좁혀진 상황에서, MX마저 적자로 돌아설 경우 DX 전체가 ‘적자 블록’으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시장에서는 “2분기가 진짜 고비”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1분기 MX가 재고 메모리 활용과 갤럭시 S26 가격 인상 효과로 예상보다 높은 3~4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2분기부터는 지속적인 LPDDR 가격 상승과 재고 소진으로 원가 부담을 정면으로 맞게 된다고 분석했다. 국내 IT 업계 관계자는 “1분기 수익성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기저효과까지 감안하면, 2분기에는 MX 사업부가 곧바로 적자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요 측면의 역풍도 거세다. 해외 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이후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는 중저가 시장을 중심으로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고관세 조치로 삼성 스마트폰에 25% 관세가 예고되면서, 북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악화도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세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면 판매량 감소, 회사가 흡수하면 수익성 악화라는 ‘양자택일’이 강요되는 구조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은 2026년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비율로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특히 150달러 미만 보급형 스마트폰 판매량이 2025년 하반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1% 줄어들었다는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데이터는, MX가 고가 라인업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시사한다. 그러나 고가 모델 비중 확대 전략도 메모리·AP 등 부품 단가가 급등하는 국면에서는 마진 방어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삼성의 딜레마는 하나의 질문으로 압축된다. “AI 메모리 초호황에서 얻는 초과이익과, 스마트폰·가전 등 완제품 사업의 구조적 침식을 어떻게 균형 맞출 것인가.” 내부적으로는 메모리와 MX 간 장기 공급계약, 내부 정산가격(트랜스퍼 프라이싱) 조정, 패키지 수준의 원가 혁신 등 여러 카드가 거론되지만, 어디까지나 ‘집안 싸움의 룰’을 다시 짜는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외부 변수도 녹록지 않다. AI 메모리 사이클이 예상보다 빨리 둔화될 경우, 메모리 캐파를 AI에 과도하게 쏠린 상태에서 다시 모바일·PC용으로 되돌리는 과정에서 또 다른 가격·재고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AI 호황이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MX와 DX는 ‘만성적인 고원가 구조’에 적응하는 체질 개선, 즉 제품 믹스·가격 정책·서플라이 체인까지 전면 재설계하는 장기전을 피할 수 없다.

 

노태문 사장이 “MX 사업부의 연간 적자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단순한 분기 실적 경고를 넘어 ‘사업 포트폴리오 재설계’ 수준의 구조 논쟁을 예고하는 신호로 읽힌다. AI가 만들어낸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삼성전자에게 초유의 기회이자, 같은 지붕 아래 두 개의 완전히 다른 사이클을 관리해야 하는 고차 방정식을 동시에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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