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영상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가는 에미리트 항공 여객기를 탄 한 승객은 "저건 폭죽이 터지는 건가요? 뭔가요?"라고 묻는다.
하지만 그가 본 것은 이스라엘을 향해 날아가는 이란의 '미사일떼'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2023년 10월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으로 매달 100발이 넘는 미사일이 발사되면서 중동 지역을 지나가는 민간 항공 여객기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처럼 미사일과 민간 항공기가 가까이에서 나는 것은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일이다. 목숨을 건 비행인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 뒤 이 지역 하늘을 가로지르는 미사일 수가 16배 넘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항공안전 평가기업인 ‘오스프리 항공 솔루션스’(Osprey Flight Solutions‧이하 오스프리)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올해 들어 미사일이 매달 162발 발사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월평균 10발 수준이었다. 항공사와 승무원 등은 항공기가 이스라엘, 이란, 레바논, 이라크, 시리아 등 영공에서 실수로 미사일에 맞아 격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이 집계치는 탄도·순항 미사일을 기준으로 산출한 것이어서, 로켓·박격포·대포·드론까지 포함하면 총 발사체 수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언제라도 민간 항공기가 실수로 하늘에서 격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탄도 미사일은 민간 항공기의 비행 고도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움직이지만, 하늘로 솟구칠 때와 목표물을 향해 하강할 때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게다가 순항 미사일의 경우, 낮은 고도로 날기 때문에 항공기의 이착륙시 문제를 촉발할 수 있다.
WSJ는 “중동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하늘의 일부에서 민간 여객기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며 "항공사 측은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경고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지난 2014년에는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MH17편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러시아산 미사일에 격추돼 승객과 승무원 298명이 전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20년에는 이란 테헤란 부근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항공 소속 PS752편 여객기가 이란군의 공격으로 격추돼 탑승자 176명이 전원 숨진 바 있다.
비영리단체인 비행안전재단의 하샨 샤히디 회장은 "이 사건들이 절대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군사 활동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중동 영공은 개방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오스프리의 최고정보책임자인 맷 보리(Matt Borie)는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이 항공 안보보다 우선시 되고 있다”며 “분쟁 지역에서 이런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조종사협회(ECA)는 일부 항공사가 조종사가 동의하지 않아도 위험한 항로로 비행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종사 쿠로시 두셰나스는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재앙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며 “우리는 이미 이런 일을 겪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앞서 소개된 이란 공격으로 인한 여객기 추락 사고로 동료를 잃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