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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스튜어디스 '하이힐·치마' 폐지 '글로벌 추세'?…남성중심·성상품화→승객안전·젠더평등

中 항공사 '에어 트래블', 하이힐 의무착용 폐지…"객실 안전과 직원 건강" 플랫슈즈도 허용
濠 콴타스 항공, 女승무원 하이힐과 화장의무 없애고, 男승무원도 화장가능
국내에선 '바지·운동화' 착용 에어로케이 제외, 플랫슈즈 허용 안해
대한항공, 기내에선 굽 3㎝, 5㎝ 구두 2가지 착용
대한항공엔  '스튜어디스'는 없다…남녀 승무원 '플라이트 어텐던트’로 통일

 

[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이종화 기자] 세계 각국의 항공사들과 항공업계가 여승무원들의 지나친 복장규정, 나아가 성별에 따른 승무원 복장 제한에 대해 규정을 완화하는 新 글로벌스탠다드를 속속 적용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여성 스튜어디스라면 치마정장에 하이힐은 기본이고 화장까지 반드시 하는 게 규정의 일부였다. 항공업계에서 여승무원들은 꽉 끼는 옷은 물론이고 반드시 치마정장 등 불편한 복장을 착용한 채 장시간 비행으로 큰 불편을 겪어왔다.

 

여기에 성희롱 등 각종 성범죄 우려도 있어, 복장규정을 완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왔다. 범죄유형별로는 폭언이 1위로 가장 많았고, 성추행이 2위, 폭행이 3위로 나타났다. 게다가 여성 승무원들의 복장이 지나치게 남성중심적이고, 성을 상품화하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간 항공업계에서는 여성외모를 항공업계의 비즈니스에 십분이용하면서 여승무원들의 편안함과 건강을 맞바꿨다. 이들은 불편한 복장을 착용한 채 장시간 비행은 물론 청소, 서빙, 물품판매까지 맡았다.

 

 

8월 8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8월 5일 중국 중부 후난성에 본사를 둔 항공사 에어 트래블은 승무원이 비행 중 하이힐 구두를 착용해야 하는 규정을 폐지했다.  

 

에어트래블 항공사 측은 "승무원들이 굽이 낮은 플랫 슈즈를 신을 수 있게 허용한 이유는 객실내 승객의 안전과 직원 건강을 위한 것"이라며 "전통적으로 하이힐은 필수 유니폼의 일부였다. 그러나 장시간 착용하면 신체적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특정 상황에서는 플랫 슈즈가 안정성과 안전성을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2023년 6월 9일(현지시간) 호주 국적항공사인 콴타스 항공도 100년 만에 처음으로 남녀 승무원의 복장과 관련한 규정을 완화했다. 여성 승무원의 하이힐 착용과 화장 의무화 규정이 사라졌고, 남성 승무원은 반대로 파운데이션, 컨실러 등 제품으로 화장할 수 있게 됐다.

 

또 단정하게 묶기만 한다면 원하는 만큼 머리카락을 기르는 것도 허용되고, 남녀 승무원 모두 다이아몬드 귀걸이나 손목시계 등 원하는 장신구를 제한 없이 착용할 수 있게 됐다. 콴타스 항공이 이처럼 복장 규정을 완화한 것은 1920년 창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콴타스 항공은 승무원이 문신할 경우 이를 노출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그대로 유지했다. 또 치마 유니폼을 착용할 경우 스타킹을 신어야 한다는 규정도 바꾸지 않았다.

 

이미 2022년 영국 항공사 버진 애틀랜틱은 남성 승무원은 치마를, 여성 승무원은 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영국항공(BA)도 남성 승무원이 화장을 할 수 있게 하고 조종사에는 매니큐어를 허용하는 등 규정을 완화했다. 뉴질랜드 항공사 에어뉴질랜드는 2019년 승무원이 문신을 가려야 한다는 규칙을 없앴다.

 

 

2021년 10월 우크라이나의 저가 항공사 '스카이업' 역시 여승무원들의 기존 유니폼인 하이힐과 치마, 블라우스를 없애는 대신 운동화에 헐렁한 오렌지색 재킷과 바지를 도입할 것을 결정했다. 다만 화장을 의무화하는 규정은 그대로 유지한다.

 

이 같은 결정은 승무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다. 이 항공사는 승무원을 대상으로 한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평소 여성 승무원들이 꽉 끼는 블라우스와 치마, 하이힐 등 복장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는 점을 파악했고 이를 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승무원 다리아 솔로메나야는 하이힐 등 기존 복장 규정은 긴급 상황에서 특히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난다고 지적한다. 비상착륙 시 꽉 끼는 옷을 입고 비상문을 신속하게 개방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젠더 전문가 올레나 스트렐니크는 "스튜어디스의 전형적인 이미지는 그 어떤 직업보다 성적이거나 여성성과 관련이 깊다"고 지적했다.

 

일본 항공은 하이힐 의무 착용을 없애고 치마 대신 바지를 입을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했다. 노르웨지안 항공사도 플랫 슈즈를 허용하고 기내 필수화장 요건을 폐지했다.

 

반면 승무원들의 복장 제한을 푸는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는 항공사도 있다. 중국의 하이난 항공은 객실 승무원들에게 ‘전문 이미지 검사와 관리 지침’이라는 통지를 발송하면서 여성 승무원을 체형과 체중에 따라 분류했다. 이어 기준 체중을 초과하는 승무원에 대해서는 운항 중단과 함께 체중 감량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항공사가 제시한 기준 체중 계산 방식은 ‘키(㎝)-110’이다. 키가 165㎝인 승무원의 기준 체중은 55㎏이다. 항공사는 기준 체중이 10%를 초과하는 승무원에 대해서는 즉시 비행을 중단하고 체중 감량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하이난항공사 측은 “통상적인 업무 외에도 여성 승무원에게 체중 요구를 도입하는 것은 전문적인 이미지를 유지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하이난 항공이 외부에 매력적인 명함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항공사인 진에어도 청바지를 입을 경우 꽉 끼는 스키니 청바지를 강요해 논란을 빚었다.

 

 

한편 국내에서는 승무원들이 치마·구두 대신 바지·운동화를 착용하는 에어로케이를 제외, 대다수 항공사들이 플랫 슈즈 착용을 허용하지 않는다. 대한항공의 경우 기내에서 통굽 구두(굽 3㎝)와 램프화(5㎝) 두 가지를 허용한다. 항공기 밖에서는 기내에서 신는 통굽 구두(굽 3㎝)와 램프화(5㎝)에 더해 하이힐(굽 7㎝)까지 총 3가지를 신을 수 있다.

 

다만 제주항공은 지난 2018년 객실승무원 복장 규정을 개정해 항공기 밖에서도 굽이 낮은 기내화(굽 3㎝) 착용을 허용했다. 여자 승무원에게는 기내에서 서비스할 때 신는 기내화(굽 3㎝)와 항공기 밖에서 신는 램프화(굽 5~7㎝) 등 2종류가 지급된다.

 

치마에 하이힐 등 여승무원 복장으로 굳어진 스튜어디스 복장을 글로벌 항공사들이 연이어 바꾸자 국내 여승무원들도 항공사가 아닌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하는 등 투쟁을 해왔다. 앞서 2012년 A 항공사의 노조는 복장 규정 관련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고 2013년 2월 인권위는 복장으로 바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인권위는 "여성 승무원에게 바지를 착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용모에 대한 세세한 부분까지 규정해 획일적인 모습을 요구하는 것은 '아름다움'과 '단정함'이라는 규범적인 여성의 모습과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여성을 전제하는 것으로서 이는 성차별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승무원 일반의 역할보다는 여성성만을 강조하는 편견과 편향된 고정관념을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내 한 여승무원은 "현재의 여성 승무원 복장은 전혀 기내 환경에 맞지 않고, 바상 위기상황시 대처가 늦어질 수도 있다"면서 "기내 성희롱과 성추행, 몰래카메라 촬영범까지 증가하고 있으며, 승객들의 짐을 올려주려면 블라우스가 올라가 허리살이 보이는 등 민망한 경우가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항에서 만난 한 승객은 "어차피 더 일을 잘할 수 있는 복장이면 된다. 굳이 여성 상품화의 이미지를 위해 여성 승무원들에게 복장규정을 강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다"면서 "글로벌 항공업계도 변하고 있는 만큼 국내 항공사들도 좀 더 자유롭고 성평등 사고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적인 국내 항공업계에도 변화의 물결이 하나씩 일고 있다.

  

대한항공이 국내 항공업계 최초로 2022년 11월부터 여성 승무원을 뜻하는 ‘스튜어디스(stewardess, SS)’와 남성 승무원을 뜻하는 ‘스튜어드(steward, SA)’ 명칭을 없애기로 했다. 남녀 객실 승무원을 ‘플라이트 어텐던트(flight attendant, FA)’로 통합한 것. 그동안 승무원을 남녀를 구분하는 유일한 직급이었다. 이후 진급을 하게 되면 부사무장(AP), 사무장(PS) 명찰을 달며 남녀 구분이 없어진다.

 

이번 조치는 대한항공이 1969년 창사한 이래 처음이며, 불필요한 성차별 논란을 없애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시대와 맞지 않게 남녀를 구분했던 승무원 호칭을 통합해 성평등에 앞장선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스튜어디스 명칭은 2000년대 이후 글로벌 항공사들도 잘 쓰지 않고 있다. 직업에서 남녀를 구분하는 명칭이 점차 사라져가는 추세를 반영한 것. 집합적 의미로 ‘캐빈 크루(cabin crew)’, 객실 승무원 뿐만 아니라 조종사, 항공기관사 등 운항승무원을 모두 합친 말로는 ‘에어 크루(aircrew)’란 용어도 쓴다.

 

최초의 스튜어디스는 1930년 미국 아이오와주 출신으로 간호사였던 엘렌 처치(Ellen Church)로 알려졌다. 원래 비행기 조종사가 꿈이었으나 비행이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에 여성들의 진입이 쉽지 않았다. 처치는 자신이 승객을 응급처치할 수 있는  간호사라는 점을 강하게 주장해 비행기 탑승 승낙을 받아냈다.

 

처치의 첫 비행은 1930년 5월15일 미국 오클랜드발 항공기였다. 승객 반응은 매우 좋아, 이때부터 항공업계 전반에 스튜어디스 채용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탑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스튜어디스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 셈이다. 당시에 스튜어디스 호칭은 ‘에어 호스티스’ ‘에어 걸’의 명칭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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