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만우절(April Fools' Day)은 전 세계적으로 4월 1일을 기념하는 일종의 ‘장난과 유머의 날’이다. 이른바 ‘가벼운 거짓말’에 대한 관용이 허용되는 특별한 날로, 어린 시절 학교에서 벌어졌던 장난부터 세계적인 유명인의 사망 루머, 기상천외한 거짓 뉴스까지 다채로운 에피소드가 축적돼왔다. 실화와 허구가 혼재하는 만우절의 흥미로운 사건들을 담아봤다.
1. 역사와 문화에 남은 만우절 ‘진짜 같은 거짓말’
대표적인 만우절 거짓말 가운데 하나는 2003년 4월 1일, 홍콩 스타 장국영의 사망 루머다. 처음엔 만우절 장난으로 퍼졌으나 실제로 같은 날 자살로 확인되면서 ‘거짓말 같은 진짜’라는 역설을 낳았다. 장국영은 영화 ‘패왕별희’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명배우로 그의 비보는 아시아 전역에 충격을 던졌다.
흥미롭게도 1976년 4월 1일은 애플(Apple Inc.)이 설립된 날이기도 하다. 스티브 잡스, 스티브 워즈니악, 그리고 로널드 웨인이 차고에서 세계를 바꿀 테크 기업을 창립했다. 이렇듯 ‘거짓말 같은’ 만우절이 실제 중요한 역사적 순간과 맞물린 사례는 적지 않다.
또한 2001년 4월 1일, 네덜란드는 세계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며 인권 역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이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LGBT 권리 확산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처음 이 사실을 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이, 거짓말. 설마, 그런일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2. 국내 만우절 역사와 의미 있는 사건
한국 또한 만우절과 관련된 흥미로운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1993년 4월 1일 조선일보는 기사 실명제를 공식 도입, 언론 투명성 확보에 기여하는 제도를 시작했다. 이 전에는 기자명이 제한적으로만 기사에 노출됐는데, 이는 한국 언론계에 큰 변화였다.
1920년 4월 1일 동아일보 창간부터 1953년 월간 ‘사상계’ 창간, 1999년 국민연금 의무가입 시행, 2004년 경부고속선 개통, 2006년 신한은행·조흥은행 합병 등 수많은 기념비적 사건들이 모두 4월 1일에 이뤄져 ‘만우절의 진짜’ 역사로 기록되고 있다(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2023).
3. 만우절의 유래와 심리학적 배경
만우절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존재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16세기 프랑스에서 양력 도입 시기를 맞아 새해를 1월 1일로 바꾸면서 소식을 못 들은 사람들을 ‘4월의 물고기(poisson d’avril)’라 부르며 장난친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다(출처: 프랑스 역사학회, 2021).
또 다른 설은 인도에서 춘분 기간에 행해진 ‘야유절’이라는 축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수행이 끝난 다음날 장난과 조롱을 즐긴 데서 만우절 문화가 발전했다는 주장도 있다(인도 문화 연구소, 2019).

4. 만우절의 상징적인 농담과 이벤트 TOP3
1957년 BBC는 만우절 기념으로 ‘스파게티가 나무에서 자란다’는 다큐멘터리를 방송, 문의 전화가 쇄도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당시 방송을 본 이들은 ‘스파게티 나무’라는 신기한 광경에 열광했으나 완전한 거짓말이었다(출처: BBC 아카이브, 1957).
1996년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타코벨은 ‘자유의 종을 사서 이름을 Taco Bell로 바꾸겠다’는 만우절 광고를 내어 지역사회와 언론의 큰 반향을 일으켰고, 결과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홍보 대성공을 거뒀다(출처: 타코벨 공식 마케팅 기록, 1996).
1998년 버거킹은 ‘왼손잡이용 와퍼’를 출시한다는 발표로 만우절 농담을 했다. 실제로 재료와 구성은 같았지만 왼손잡이를 배려한 제품이라는 점이 이목을 끌었다. 이 장난은 소비자의 큰 관심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출처: 버거킹 마케팅 자료, 1998).
5. 만우절 ‘거짓말 극복’의 의미와 현대적 해석
만우절은 단순한 농담날을 넘어 사회적 맥락과 심리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창으로 여겨진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모두 존재하는 전통은 사람들 사이의 신뢰와 허용 범위를 시험하는 문화적 장치다.
오늘날에는 온라인 미디어와 SNS 발달로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를 구별하기 어렵게 되면서 그 사회적 의미가 더욱 확대되었다(출처: 옥스퍼드 대학 언론학 연구, 2023).
만우절은 ‘거짓말 같은 진짜’, ‘진짜 같은 거짓말’이 공존하는 날이다. 세계 각국과 한국에서 역사적 사건, 문화적 전환점, 사회적 논란 등 여러 굵직한 일이 4월 1일에 일어났음을 보면, 이 날은 단지 유쾌한 장난의 날을 넘어서는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파게티 나무, 타코벨 광고처럼 유쾌한 농담이 전 세계를 웃게 할 때, 동시에 애플 창립이나 네덜란드 동성결혼과 같이 중요한 역사도 시작되었다. ‘만우절’은 오늘도 우리에게 ‘진실과 허구’, 그리고 경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