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한국 반도체 강자들이 미국에서 폭증하는 특허 소송의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특허청 정책이 특허권자에게 급격히 유리해지면서, 비실시 기업(NPE)들의 '트롤 사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주요 표적으로 삼고 있다.
비실시 기업(NPE, Non-Practicing Entity)은 기술 개발이나 제품 제조 같은 실질적인 생산 활동 없이 특허권만 보유하고, 이를 통해 소송이나 라이선스 계약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나 조직을 가리킨다. 이들은 주로 타 기업의 특허를 매입한 뒤 침해 여부를 주장하며 합의금이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특허괴물' 또는 '특허트롤(Patent Troll)'로 불린다. 미국에서 활동이 활발하며, 대기업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 미국 소송 1위 등극…NPE 55% 폭증
unified patents 보고서와 greyb.com, ipfray.com, sahmcapital, ptablitigationblog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2025년 미국 연방지방법원과 PTAB(Patent Trial and Appeal Board, 미국 특허상표청(USPTO) 산하 행정 재판 기관으로, 특허 무효심판과 특허 심사관의 거절 결정에 대한 항소를 심리함)에서 총 198건의 특허 소송을 받은 최다 피소 기업으로 꼽혔다.
이는 애플의 125건을 크게 앞서는 수치로, 지방법원 36건 중 26건(72%), PTAB 162건 중 127건(78%)이 NPE 주도였다. 2024년 86건에서 70% 급증한 2025년 소송 건수는 NPE 전체 비중이 55.4%로 확대된 추세를 반영한다.
12월 3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Netlist의 제소로 삼성, 구글, 슈퍼마이크로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다. DDR5 모듈과 HBM 등 삼성 메모리 제품이 Netlist의 6개 특허를 침해해 수입 금지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PTAB 연속 패배…5건 청원 모두 기각
PTAB은 2026년 1월 13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의 Advanced Memory Technologies(AMT) 특허 무효 청원 2건(IPR2025-01450 등)을 'Not Instituted'으로 기각했다. 이는 12월 3건에 이은 연속 패배로, AMT가 2024년 12월 텍사스 동부지법에 제기한 DRAM·플래시 메모리 5개 특허 침해 소송의 연장선이다.
SK하이닉스는 별도로 MonolithIC 3D(2025년 11월 26일, HBM 설계 특허)와 Network System Technologies(2025년 10월 14일, 텍사스 서부지법)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트럼프 특허청, 기관율 0% 쇼크…거부율 90% 돌파
존 스콰이어스 USPTO 국장은 2025년 9월 취임 후 PTAB 기관 결정을 직접 장악, 10월부터 34건 모두를 거부했다. Patently-O에 따르면 10~12월 105건 중 4건만 승인(기관율 4%)으로, 이전 60~70%에서 90% 이상 거부율로 역전됐다. 2025년 PTAB 전체 거부 건수는 사상 최고 607건을 기록했다.
막대한 피해 배상금…삼성 10억 달러 육박
삼성은 2025년 텍사스 배심원 평결에서 Pictiva Displays에 OLED 특허 침해로 1억9140만 달러(약 2,700억원), Collision Communications에 무선통신 특허로 4억4550만 달러(약 6,200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Netlist와의 과거 승소액 4억2115만 달러를 합치면 삼성의 2025년 손실은 10억 달러를 초과한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Netlist와 4,000만 달러 합의한 데 이어 유사 소송 비용이 누적되고 있다. 미국 AIPLA 통계상 2,500만 달러 초과 소송 변호 비용은 건당 평균 387만5000달러(약 54억원)에 달한다.
업계 절규…정부 대미 협력 촉구
빅테크업계에서도 "한국 반도체의 글로벌 점유율 확대가 NPE 표적이 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관계자는 "미국 정부와 실질적 대책 모색이 시급하다"며 "한국 특허 품질 강화와 소송 전문가 육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PTAB 변화로 한국 기업의 무효화 전략이 막히면서, 장기적 IP 전략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