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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지금이라도 메모리 반도체에 베팅하라” vs ‘반도체 관세 2라운드와 수출 딜레마'…AI 슈퍼사이클 2막의 명과 암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 한국이 주도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향후 10년간 구조적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다시 한 번 힘을 얻고 있다.

 

신흥시장 전문 투자자 디브야 마투르(Divya Mathur)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AI 산업의 메모리 집약도를 시장이 여전히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한국 메모리주 장기 랠리를 공개적으로 재확인했다.

 

그는 운용하는 클리어브리지투자 신흥시장 펀드가 동종 펀드 평균 대비 97%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점을 근거로 “지금이라도 메모리 반도체에 베팅할 때”라고 강조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마투르는 한국 메모리주가 이미 크게 오른 이후에도 여전히 저평가 구간에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2025년 한 해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약 2배, SK하이닉스는 약 4배 가까이 급등했지만, 이들 기업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9.3배와 7배 수준으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 편입종목 평균 26배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는 분석이다.

코스피 11거래일 신고가…TSMC발 글로벌 랠리


국내 증시는 이미 메모리 랠리의 변곡점을 통과하고 있다. 2026년 1월 들어 코스피는 개장 이후 11거래일 연속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4,800선을 처음 돌파했고, 같은 기간 지수는 약 15% 상승했다. 상승을 이끈 것은 단연 반도체 대형주였고, 배경에는 대만 TSMC의 ‘어닝 서프라이즈’와 미·대만 반도체 공조 강화가 있다.
 

TSMC는 직전 분기 실적 발표에서 AI용 파운드리 수주 급증을 바탕으로 강한 성장 가이던스를 제시했고, 이 여파로 대만 증시에서 주가가 3%대 급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뉴욕 증시에서는 나스닥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동반 상승했고, 이 ‘따뜻한 바람’이 서울 증시로 전이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사상 최고가 행진의 중심에 섰다는 평가다.
 

HBM 증설 전쟁…K-메모리의 실탄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경쟁에서 한국 메모리 업체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앞세워 공격적인 증설에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4년 HBM 생산량을 전년 대비 2.5배 늘리고 2025년에 다시 두 배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CES 2024를 통해 밝힌 바 있다. 회사 내부에서는 2024년 말까지 HBM 최대 생산능력을 월 15만~17만장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공유된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 역시 HBM 선두업체로서 2024년 설비투자(CAPEX)를 약 10조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HBM·고부가 메모리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두 배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회사는 2030년까지 연간 HBM 출하량을 1억개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2026년 이후를 겨냥한 차세대 HBM4 경쟁에서도 두 회사는 엔비디아에 유료 최종 샘플을 공급하며 양산 전 품질 검증 단계에 진입했고, 삼성전자는 평택 P4 라인을 중심으로 2026년까지 HBM 생산능력을 약 50%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대규모 증설은 단기적으로 수익성 부담과 재고 리스크를 키울 수 있지만, AI 연산에 필요한 메모리 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구조적 추세를 감안하면 설비투자는 곧 시장점유율 확보전이자 기술 패권 경쟁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2025년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HBM·고부가 메모리 수요를 발판으로 1,730억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22% 이상 증가하며 전체 수출의 24.4%를 차지했다.

‘반도체 관세 2라운드’ 리스크와 7,000억달러 수출의 딜레마

 

호황의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26년 1월 15일(현지시간)부터 엔비디아 H200, AMD MI325 X 등 첨단 AI 칩 일부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 내에서 소비될 경우 일부 면제 규정을 두고 있지만, 중국 등 제3국으로 재수출되는 고급 AI 칩을 겨냥한 ‘핀셋 관세’로 평가된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2단계 관세’를 예고했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대만과의 협상을 통해 자국 내 생산·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대신 추가 관세 면제 기준을 먼저 제시한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향후 협상에서 자국 내 투자를 얼마나 더 늘릴지에 따라 관세 면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상태다.

 

업계분석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전체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7,000억달러(약 7100억달러 수준)를 돌파했으며,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1,730억달러로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 이처럼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미국이 반도체·반도체 장비 전반으로 관세 대상을 확대할 경우, 한국 수출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현재까지 발표된 1단계 관세는 구체적인 품목이 제한적이고, 한국 기업의 직접 타격은 ‘제한적’이라는 게 정부와 업계의 공식 평가다. 그럼에도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미국의 리쇼어링 압박이 장기 변수로 작동하는 만큼, 한국 메모리 업체들은 미국 내 추가 투자와 동시에 국내 생산기지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라는 이중 과제를 떠안게 됐다.

‘저평가된 AI 인프라 코어’로서의 K-메모리


마투르가 강조한 핵심 포인트는 “한국·아시아 AI 관련 기업의 저평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편입 종목들의 평균 PER이 26배 수준인데 비해, 삼성전자(9.3배)와 SK하이닉스(7배)의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글로벌 동종업계 대비 큰 폭의 ‘디스카운트’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AI 인프라 투자의 본질이 GPU·가속기뿐 아니라 대규모 고대역폭·저지연 메모리 수요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메모리 업체들은 AI 가치사슬의 ‘코어’이면서도 아직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국가 단위로 보면, 한국은 2025년 기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연간 수출 7,000억달러를 돌파한 국가가 됐지만, 그 성과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 그 중에서도 메모리 호황에 집중된 ‘착시’라는 경고도 동시에 나온다.

 

미·중 갈등, 미국의 관세·보조금 정책, 유럽의 환경·안보 규제가 동시에 강화되는 환경에서, AI 슈퍼사이클이 열어준 K-메모리의 ‘황금 10년’이 기회이자 리스크 관리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마투르의 “지금이라도 메모리 반도체에 베팅하라”는 조언은 단순 투자 권유를 넘어 한국 경제 구조에도 던지는 메시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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