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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

[이슈&논란] 삼성전자, 중국 내 가전·TV 판매 철수하고, 반도체는 투자 늘려…‘중국發 탈중국 전략’ 시험대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삼성전자가 올 연말까지 중국 내 가전·TV 판매 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격화된 중국 현지 업체와의 가격·품질 경쟁 속에서 가전·TV는 접고, 시안 반도체 공장 투자를 늘리며 ‘중국 내 소비자 시장 이탈·중국 내 생산거점 유지·반도체 강화’라는 삼각 축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그림이 구체화되고 있다.

 

니케이가 먼저 던진 ‘철수’ 신호


일본 니케이는 4월 27일, 삼성전자가 올해 안에 중국 내 가전과 TV 판매를 전면 중단할 방침이며 이르면 4월 말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와 국내 매체 등도 잇따라 이 보도를 인용하며 “중국 내 판매는 접되, 생산거점은 유지하는 형태의 구조조정”이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중국 내 가전·TV 판매 조직에 철수 방침을 통보, 재고를 순차적으로 소진한 뒤, 올해 안에 판매를 완전히 종료하는 로드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전자는 공식 코멘트에서 “경영 환경 변화에 맞춰 글로벌 사업 구조를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중국 사업 구조 재편과 관련해 결정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으며 ‘확정 발표’ 대신 여지를 남겼다.

 

“가격도 품질도 따라온” 중국 업체, 삼성 TV·가전 몰아냈다


이번 결정의 1차 방아쇠는 수익성 악화다. 삼성전자의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 사업부는 지난해 2,000억원(약 1억 3,600만 달러)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VD·가전 부문은 직전 해 5,000억원대 흑자에서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올해 1분기에는 흑자 전환이 예상되지만 중국 시장은 여전히 구조적 난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니케이·로이터 보도를 종합하면, 하이얼·샤오미·TCL·하이센스 등 중국 제조사들은 중·저가를 중심으로 가격을 대폭 낮추고, 프리미엄 QLED·Mini LED·스마트 기능에서 품질 격차도 빠르게 좁히며 삼성의 전통 강세 영역인 TV·프리미엄 가전까지 잠식했다.

 

카네기멜론 전략기술연구소 비상주 연구원 트로이 스탠가론은 홍콩·중국 매체 인터뷰에서 “삼성은 중국 내 시장점유율 방어에 자원을 투입할지, 중국 업체들과 글로벌 시장에서 맞붙는 데 자원을 집중할지의 전략적 딜레마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삼성이 중국에서의 정면 승부보다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판매는 접고 공장은 남긴다…‘중국 생산·해외 판매’ 모델


니케이와 국내외 경제지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국 내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 제품 생산라인은 유지하되 중국 소비자 대상 판매 대신, 주변국·해외 시장에 물량을 공급하는 글로벌 허브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인건비·부품·공급망이 이미 자리 잡은 중국 생산 거점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중국 현지 소비자 시장에서는 ‘손절’에 가까운 매듭을 짓는 선택이다. 삼성전자는 파트너사와 현지 임직원들에게 관련 방침을 설명한 뒤, 재고를 점진적으로 줄이며 연내 판매를 종료하는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는 정반대 행보…시안에 4,654억원 추가 베팅


가전·TV와 달리 반도체는 ‘엑시트’가 아니라 ‘엑스팬션(확대)’에 가깝다. 한국 금융감독원 공시와 국내·해외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5년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에 4,654억원을 투자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67.5% 증가한 규모다.

 

삼성의 중국 내 사업 포트폴리오는 소비자 대상 TV·가전 판매, 스마트폰 등 모바일, 반도체(시안 낸드 공장 등), 베이징·난징 R&D센터(인공지능·통신·스마트폰 연구)로 구성돼 있다.

 

이번 가전·TV 철수 검토는 이 가운데 소비자향 하드웨어 판매 비즈니스의 비중을 줄이고, 메모리·파운드리 중심의 B2B 반도체와 글로벌 공급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구조조정으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TV 사업 위기론은 과장됐으며, 하드웨어 경쟁 심화·지정학 리스크에도 VD 사업 전체는 위기 상황이 아니다”라고 시장의 위기론을 반박하면서도, “중국 사업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내 철수’가 아닌 ‘중국발 탈중국 전략’ 시험대


이번 결정은 단순히 한 국가 사업 축소가 아니라, ‘중국을 생산기지로 두되, 중국 소비자 시장에서는 발을 빼는’ 구조의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 축에서는 미·중 갈등과 기술 패권 경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삼성은 중국 내 반도체 생산을 유지·증설하면서도 최종 수요는 중국 외 지역으로 분산하는 리스크 헤지 전략을 펼칠 수 있다.

 

다른 한 축에서는 이미 시장 지배력을 잃은 중국 가전·TV 사업을 정리함으로써, 북미·유럽·동남아 등에서 중국 가전·TV 업체들과의 정면승부에 역량을 재배치하고, 소프트웨어·서비스·B2B 솔루션 등 부가가치가 높은 영역으로 사업무게 중심을 옮길 여지를 확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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