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삼성전자가 2025년 3분기, AI 메모리 반도체 붐을 등에 업고 창사 이래 최대 분기 매출과 9분기 만의 10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AI 서버 수요 확대와 D램·HBM 가격 급등, 파운드리 흑자 전환의 ‘삼박자’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매출 86조·영업이익 12.1조, 사상 최대
10월 14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연결 기준 3분기 매출은 86조원, 영업이익은 1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72%, 영업이익은 31.8% 증가했다. 이는 증권가 평균 전망치(에프앤가이드 기준 매출 84조1500억원, 영업이익 10조1700억원)를 각각 2.2%, 19%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다.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회복한 것은 2024년 2분기 이후 5분기 만이며, 2022년 2분기(14.1조원) 이후 최대치다. 매출 86조원은 단일 분기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이다.
반도체 부문이 전체 실적 견인
이번 실적의 핵심은 DS(반도체) 부문의 극적인 회복이었다. DS부문은 3분기 영업이익 약 5조2000억원으로 추정되며, 전분기 4000억원 대비 12배 이상 급등했다.
특히 HBM(고대역폭 메모리) 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HBM3E 12단 제품이 최근 엔비디아의 인증을 통과하며 공식적으로 AI 가속기 공급망에 진입했다. 삼성전자의 이 인증은 2025년 9월 말 확인된 사실로, 엔비디아의 DGX B300용 차세대 AI 가속기 카드에 들어가게 된다. 이에 삼성전자 주가는 인증 발표 직후 5% 이상 급등했다.
D램 부문 매출은 전분기 대비 27.3% 증가해 17조8590억원을 기록했다. 9월 기준 DDR4 8Gb 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6.30달러로, 이는 전월 대비 10.53% 상승하며 2019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자료에 따르면 DDR4 8Gb 고정거래가 평균은 5.70달러로 한 달 새 46% 급등하는 등 가격 반등세가 뚜렷했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반등세를 지속했다. 128Gb MLC 낸드 가격은 3.79달러로 9개월 연속 상승했다는 점에서 업황 회복의 구조적 흐름이 감지된다.
파운드리·스마트폰·디스플레이도 선전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부문은 2분기 2조9000억원 적자에서 3분기 7000억원 수준으로 손실을 크게 줄였다. 이는 7나노 이상 성숙 공정의 신규 고객 확보와 가동률 회복에 따른 고정비 절감의 효과다. 또한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용 ‘AI6’ 칩을 2나노 공정으로 위탁생산하는 장기 계약(2033년까지 16.5조원 규모)을 따내며 선단 기술력을 입증했다.
모바일(MX) 부문은 폴더블 신제품 ‘갤럭시 Z 폴드7’·‘플립7’ 판매 호조로 3조원대 영업이익을 유지했으며, 디스플레이(SDC) 부문은 아이폰17 시리즈용 OLED 패널 출하 확대로 1조1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거뒀다.
4분기·2026년 실적 전망 ‘낙관적’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실적개선이 연말로 갈수록 더 명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4분기 영업이익 12조3910억원, 2026년 연간 영업이익 73조원으로 전망하며, KB증권 또한 53조5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2018년 슈퍼사이클 이후 8년 만의 최대 실적이 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AI 슈퍼사이클’ 서막…메모리 주도 성장의 신호탄
삼성전자가 이번 어닝 서프라이즈로 9분기 만에 ‘10조 클럽’에 복귀하면서, AI 인프라 확장에 따른 메모리 슈퍼사이클 진입이 현실화되고 있다. 업계는 HBM을 중심으로 한 AI 서버용 메모리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25% 성장, 98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AI 산업의 ‘심장’으로 불리는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삼성전자는 연말 HBM3E·HBM4 동시 양산 체계로 전환하며 엔비디아·AMD·테슬라 등 글로벌 빅테크 고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테크 전문가는 "이번 12조원의 ‘AI 반도체 실적 반등’은 단순한 분기 호재가 아니라 미래 산업 구조 재편의 신호탄"이라며 "이제 삼성전자가 진입한 시장은 메모리가 아닌 인공지능 그 자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