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혈액 채취만으로 50여종의 암을 조기 진단하는 미국 바이오기업 ‘그레일(Grail)’에 1억1000만 달러(약 1550억원)를 전략 투자했다고 10월 16일(미 현지 시간) 밝혔다. 이번 투자는 삼성의 AI와 유전자 기반 헬스케어 사업을 본격 강화하는 중대한 행보로 평가받는다.
그레일은 혈액 속 수억개의 DNA 조각 중에서 암과 연관된 미세 DNA 조각을 최적 선별하고, AI 기반 유전체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암 발병 여부뿐 아니라 암 발생 장기의 위치까지 정확히 예측하는 첨단 기술을 보유했다. 대표 제품 ‘갤러리(Galleri)’는 단 한 번의 혈액 검사만으로 50여종의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으며, 2021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약 40만건의 누적 검사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췌장암, 난소암 등 기존 표준화된 선별 검사가 없는 암도 조기 발견 가능성이 커 의료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번 투자와 함께 한국 내 ‘갤러리’ 독점 유통 권리를 확보했으며, 싱가포르와 일본 시장에서도 그레일과 협력해 사업 확대를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그레일의 기술력 및 데이터와 자사의 삼성 헬스 플랫폼을 연계해 사용자 맞춤형 디지털 헬스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삼성은 AI와 유전체 분석을 결합한 혁신적인 헬스 솔루션을 확대하면서 건강관리 영역에서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삼성의 이번 투자는 최근 헬스케어 및 바이오 분야에 대한 공격적인 M&A 및 투자 확대의 일환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미국 DNA 분석 기기 기업 ‘엘리먼트 바이오사이언스’에 투자했고, 올해 7월에는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 ‘젤스(Xealth)’를 인수했다. 삼성물산도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 진단 기술 회사 ‘C2N’과 미국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 펀드 등에 투자한 바 있어, 삼성 그룹의 AI·바이오 헬스 사업 진출 의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삼성전자 MX사업부 디지털 헬스팀 박헌수 팀장은 “그레일 투자로 일상에서부터 건강을 개선하겠다는 비전을 실현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며 “삼성 헬스 플랫폼과 그레일의 임상 유전자 데이터 기술을 통합하여 개인 맞춤형 디지털 헬스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를 통해 삼성은 AI, 로봇, 디지털 헬스케어 등 미래 산업에서 주력할 분야들을 중심으로 M&A를 활발히 진행 중이며, 이재용 회장이 올해 초 사법 리스크를 해소한 이후 기업 인수합병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헬스케어 시장에서 AI 기반 진단 기술과 데이터 플랫폼 경쟁력 확보가 삼성의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그레일은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와 공동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내년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갤러리’ 검사의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FDA 승인이 완료되면 10일 내에 검사 결과가 제공되며, 의료 현장에 빠른 진단과 치료 결정에 혁신적인 도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