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자동차 관세로 인해 정부효율부 장관을 맡고 있는 일론 머스크의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트럼프 대통령의 25% 자동차 관세 정책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했다”면서 "테슬라가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테슬라에 경쟁 우위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국에서 만든 모든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엔진 등 주요 자동차 부품들도 최대 한달의 유예를 거쳐 25% 관세가 부과된다. 관세는 4월 2일부터 발효돼 같은 달 3일 0시 1분부터 징수될 예정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발표에서 "머스크가 이번 관세 결정을 요청한 적은 없다"며 "그는 나에게 사업과 관련한 어떤 청탁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테슬라의 모델 Y와 모델 3는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였지만, 최근 GM 쉐보레 이쿼녹스 EV와 포드 머스탱 마하-E 등 경쟁사 차량에 점유율을 내어주고 있다.
또한 테슬라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을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서 생산하고 있어, 관세가 부과되는 수입차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부품 가격 상승으로 제조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은 있다.
해외 자동차 기업 중에서는 폭스바겐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폭스바겐은 테네시주 채터누가에서 아틀라스 SUV와 ID.4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지만, 제타 등의 세단 모델은 멕시코 공장에 의존하고 있다. 폭스바겐 산하의 아우디는 미국 판매용 자동차를 멕시코에서 생산하고, 폭스바겐의 포르쉐 역시 모든 자동차를 유럽에서 조달하고 있다.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대부분 미국 내 생산 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BMW는 사우스캐롤라이나, 토요타는 켄터키, 닛산은 테네시, 메르세데스벤츠는 앨라배마, 혼다는 인디애나와 오하이오에서 차량을 생산한다. 현대자동차는 조지아주에 신규 전기차 공장을 준공했으며 앨라배마에서도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반면, GM과 포드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의존해 차량을 생산하는 만큼 이번 조치로 상당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멕시코·캐나다에서 조립된 차량의 미국산 부품 비율에 따라 일부 면제를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다.
2024년 멕시코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총 400만대로, 이 중 250만대(61%)가 미국으로 수출됐다. 캐나다에서 생산된 130만대 중 110만대(86%) 역시 미국으로 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조치로 인해 공급망이 교란되고 소비자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이번 관세로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연간 비용이 최대 750억 달러(약 110조원) 증가할 것"이라며 "결국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싱크탱크 앤더슨 이코노믹 그룹은 미국산 차 한 대당 제조 비용이 최대 3500달러(약 514만원)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트럼프의 자동차 관세조치가 결국 자동차 판매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국에서 생산되는 쉐보레 트랙스 같은 저가 모델은 중산층 구매자들이 접근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매체는 전망했다.
트럭 시장에서는 포드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놓일 것이란 분석이다. 포드는 미국 내 여러 공장에서 F-시리즈 트럭을 생산하는 반면, 토요타·GM·스텔란티스의 램 브랜드는 멕시코에서 상당량의 픽업트럭을 생산하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편, 이번 조치로 한국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 수입액은 366억 달러(약 54조원)로, 멕시코(785억 달러), 일본(397억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