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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

[The Numbers] '韓기업 美 최대 딜' SK하이닉스, 씨티·JP모건·골드만·BofA 선정…"월가 4대 하우스와 14조원 美 상장 베팅"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해 씨티그룹, JP모건,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이른바 월가 ‘빅4’ 투자은행을 주관사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미국 예탁증서(ADR) 공모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주관사단 구성은 2026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미국 상장 준비 작업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는 신호로, 공모 규모는 최대 10조~14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회사 측은 주관사 선정 보도에 대해 “논의가 초기 단계여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으며, 씨티·JP모건·골드만삭스·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정규 업무시간 외에는 공식 논평을 내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2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미국 예탁증서 상장을 위한 등록신고서(Form F-1)를 기밀 제출했으며, 이 사실을 다음 날 국내 전자공시를 통해 공식화했다. 회사 측은 2026년 내 상장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공모 규모와 구조, 세부 일정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협의 상황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SK하이닉스가 전체 발행주식 수의 약 2~3%를 공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으며, 현재 시가총액을 감안할 때 조달 규모는 최대 140억 달러(약 18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딜의 상징성은 단순한 외화 조달을 넘어선다. SK하이닉스는 이미 국내 코스피에 상장돼 있는 만큼, 미국 시장에는 신규 상장이 아닌 ADR 형태로 진입하는 구조를 택했다. ADR은 미국 은행이 해외 기업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예탁증서로, 미국 투자자 입장에선 일반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통상 완전한 미국 본토 상장보다 유동성이 낮은 만큼, SK하이닉스가 코스피와 미국 ADR 시장을 ‘투트랙’으로 운용하며 글로벌 기관투자가 풀을 넓히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선 이번 미국 상장이 성사될 경우 2021년 뉴욕증시에 상장해 약 46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5조원)를 조달했던 쿠팡을 넘어, 한국 기업의 미국 공모 역사에서 최대 규모 딜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로이터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K하이닉스가 최대 100억~140억 달러 사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하면서, AI 반도체 투자 ‘빅사이클’을 타고 있는 글로벌 메모리 2위 기업이 미국 자본시장에 직접 손을 내밀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SK하이닉스가 이처럼 공격적인 해외 공모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AI 메모리 전쟁’에서 선도 지위를 굳히기 위한 투자 재원 확보다. 회사는 최근 몇 년간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엔비디아 등 글로벌 GPU 업체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으며,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수요 폭증으로 설비 증설과 기술 투자가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이다.

 

CNBC와 야후파이낸스 등은 SK하이닉스가 이번 미국 상장 자금을 한국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미국 인디애나주 신규 파운드리·패키징 시설 등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실제 SK하이닉스의 중장기 투자 계획 규모는 ‘천문학적’ 수준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총 투자 계획은 2019년 발표 당시 128조원에서 현재 600조원 수준까지 불어난 상태다. 여기에다 회사는 최근 네덜란드 ASML로부터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12조원 규모로 추가 도입하기로 하는 등, 첨단 공정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설비 투자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가 올해만 약 30조원 안팎의 설비투자를 집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달러화 기반 대규모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미국 상장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는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미국 상장이 “AI 중심 반도체 기업들이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세계 최대 주식시장에서 회사의 가치를 재평가받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WSJ 역시 AI 반도체 투자에 대한 미국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을 언급하면서,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마이크론 등과 같은 ‘AI 수혜주 클러스터’에 편입될 경우 멀티플(주가수익비율·PER)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국내외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선 국내 증시 중심의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를 완화할 수 있는 우회로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렇다고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SEC 심사 과정과 글로벌 증시 변동성, AI 투자 사이클의 속도 변화에 따라 상장 시점과 공모 규모가 조정될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 변수다. SK하이닉스는 공식 입장에서 “규모, 구조, 일정은 SEC 심사와 시장 여건, 투자자 수요 등을 종합 고려해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히며 신중한 톤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시선은 ‘사상 최대 규모 한국발 AI 딜’에 쏠리고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존 주주 입장에선 희석효과와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간 균형이 핵심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공모 비율이 2~3% 수준에 그친다면 단기적인 지분 희석 충격은 제한적인 반면, 미국 자본시장 편입에 따른 글로벌 수급 기반 확대와 기업가치 재평가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AI 반도체 투자 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월가 4대 하우스와 함께 어떤 구조의 ‘메가딜’을 완성할지 국내외 자본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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