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침팬지들의 어머니’ 제인 구달(Jane Goodall)이 2025년 10월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별세했다. 향년 91세였다.
구달 박사의 별세 소식은 그녀가 설립한 제인 구달 연구소(JGI)와 CNN, BBC, 뉴욕타임스, 알자지라, 몽가베이, USC, 위키피디아 그리고 유엔 등 국제기구들까지 일제히 애도를 표하며 전 세계적으로 비중 있게 다뤄졌다.

혁신적 발견으로 뒤바꾼 인류와 자연의 경계
제인 구달은 193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동물에 대한 남다른 호기심을 보였다. 26세에 고인류학자 루이스 리키의 추천으로 아프리카 탄자니아 곰베 국립공원에서 현장연구를 시작하며 세계 영장류학 역사를 새로 썼다.
구달은 1960년 곰베 침팬지 집단에서 보름나무 가지를 도구로 가공해 흰개미를 채집하는 광경을 최초로 관찰,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기존 학계의 통념을 연기처럼 날려버렸다.

구달은 또 침팬지가 복잡한 사회 구조와 뚜렷한 개성을 지녔으며, 집단 간 전쟁과 감정 표현, 육아 등 인간과 닮은 행동 양상을 보인다는 점도 체계적으로 밝혀냈다. 생애 최초로 개체명을 붙여 침팬지 사회를 연구했고, 이 과정은 1965년 내셔널지오그래픽에 7500자 특집으로 실리며 국제적 반향을 일으켰다.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이를 “서구 세계 최고의 과학적 업적 중 하나”라 평가했다.

교육·환경운동가로의 삶…“희망은 행동이라는 태도”
구달은 1977년 ‘제인 구달 연구소’를 세우고, 1991년에는 세계 100여개국, 15만개 이상 청소년 조직이 활동하는 환경교육글로벌 프로젝트 ‘루츠 앤 슛츠(Roots & Shoots)’를 창설했다. 전 세계 생물다양성 보존, 아프리카 공동체 기반 개발·보호사업, 밀렵 근절, 침팬지 및 서식지 복원 등을 주도했다.
40년간 연평균 300일 이상 세계 곳곳을 돌며 강연, 트리플래닝, 대통령·정부와 대중을 상대로 행동을 촉구했다. 미국 현지에서 별세한 날도 학생들과 산불 피해지에 나무를 심기로 되어 있었을 만큼, 끝까지 실천하는 행동가의 삶을 견지했다.

제인 구달 박사는 2017 만해대상(실천부문)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한국을 방문해 그의 오랜 제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함께 강연도 적극적으로 했다.
“자연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우리의 영혼에 필요한 일이다. 시카고에서 가장 범죄율이 높은 두 지역을 골라 한 지역에는 길거리와 건물의 창틀 틈 등 최대한 많은 곳에 녹지를 조성하는 실험을 했다. 6개월 후 조사해보니 녹지를 조성한 지역 사람들의 폭력성과 범죄율이 매우 많이 줄었다. 실험 결과를 보면 자연과의 단절이 도심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 식물은 파괴된 곳을 정화시키는 힘뿐 아니라 인간을 치유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식물이 핵 폐기물을 정화했다는 관찰 결과도 있고 오염된 하천 옆에 수변식물을 심기만 했는데 물이 맑아져 마실 수 있게 됐다는 결과도 있다. 식물이 없으면 인간은 살 수 없다.” - 제인 구달 박사 강연 일부 발췌.

구달 박사의 삶과 연구는 과학, 환경, 인문학 경계를 허물었으며, 동물과 인간, 자연과 문명을 잇는 ‘희망의 다리’였다.
구달은 “매일매일, 우리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며 살아간다. 매일 수백만번의 작은 선택이 결국 미래를 바꾼다”고 강조했던 그녀는 이제 지구 곳곳의 숲과 수백만명의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유산’을 남기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