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로 기억한다. 투자·배급사 홍보팀장과 영화관장을 지내다 퇴직한 형이 본인이 몸담았던 회사에서 선보이는 영화 <하트맨> 시사회에 초대받았다는 얘기였다.
“형, 권상우 주연이라며. 그럼 <히트맨> 시리즈겠지. 무슨 <하트맨>이야?”
형의 답은 단순했다. “그런가? (내가 뭐 그렇지…웃음) 암튼 보고 올게.”
결론적으로 형이 맞았다. 주연이 권 배우인 건 맞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흥행작 <히트맨>과는 스토리도, 캐릭터도, 결도 전혀 다른 완전히 별개의 작품이었다. 제목 하나로 오해가 만들어낸 작은 해프닝이었다.
순간 서로 빵 터졌다. 그렇게 둘의 에피소드를 뒤로 한 채 시간이 흘렀다. 여느 때처럼 지친 몸으로 맞은 금요일 귀가길, 넷플릭스를 훑다 보니 이 작품이 신작으로 올라와 있었다. 묘한 인연이다. 결국 보게 되는 영화는 이렇게 돌아온다.
최대한 호의적으로 표현하자면 “이 영화는 착하다.” 순수한 감정을 끝까지 밀어붙이려는 의도가 읽힌다. 아역 배우의 연기, 그리고 권상우 특유의 표정 연기에서 오는 소소한 온기가 기억에 남는다.
다만 솔직한 감상은 다르다. ‘아직도 이런 방식의 영화가 만들어지는구나.’ ‘폭력과 자극이 일상화된 시대에, 오히려 이런 가벼운 코미디가 기분 좋아지면서도 결국은 낯설게 느껴지는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의 존재 이유는 바로 그 ‘낯섦’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 성인의 감정을 더 성숙하게 풀어낸 아역, 그 친구의 존재감
아역 배우의 연기는 늘 양날의 검이다. 능청스러움과 과잉 사이를 오가는 순간, 몰입이 쉽게 깨지기 때문.
하지만 <하트맨>에서 권상우의 딸로 등장한 아역 배우는 달랐다. 감정의 톤을 정확히 짚어낸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10점 만점에 10점. 이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타고난 ‘끼’라는 것이 분명 존재함을 보여준다. 후천적 노력으로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는 있어도, 시작점 자체가 다른 경우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히트한 <폭삭 속았수다>에서 아이유를 보며 느꼈던 감정과도 닮아 있다.
요즘 아이돌들은 연기, 춤, 노래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완성형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출발선에 있는 ‘감각’은 결국 타고나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 ‘노 키즈’의 세계를 흔드는 건 결국 ‘키즈’
극 중 여주인공은 아이를 철저히 배제한 삶을 설계한다. 커리어를 중심으로 살아가며, 연애는 즐기지만 결혼하더라도 출산은 선택지에서 지워놓은 상태다.
그런데 그 단단한 세계를 흔드는 건 의외로 단순하다. 남자도, 가족도 아니다. 한 아이의 존재다.
이 설정은 익숙하면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인간의 감정은 논리로 설계되지만, 결국 관계로 무너진다.
부모로 살아가는 입장에서 이 장면은 꽤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아무리 지치고 소진된 날에도, 아이의 웃음 한 번이면 감정의 방향이 바뀐다. 결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종류의 회복이다.
그래서일까. 종종 이런 식의 언어유희를 남기곤 한다.
“전 아빠, 즉 애비입니다. 한스러울 때도 있지만 슬프진 않습니다. 저는 (애)이불(비)입니다.”
가볍게 웃고 넘길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역할과 책임, 그리고 관계의 온도가 담겨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아빠로, 엄마로 살아가는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을 응원한다…(to be continued)
P.S. 첫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다. 고음이 되지 않는 록커를 연기하는 권상우식 코미디는 짧지만 확실한 웃음을 남긴다. 10초면 충분했다.
* 칼럼니스트 ‘올림’은 건설,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소재·화학, IT, 패션 등 다양한 업계를 거쳐온 홍보전문가입니다. 인증코치이기도 한 그는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미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