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목지>.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저수지 사진 한 장, 그리고 공포영화라는 정보 하나만으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극장을 찾았다.
콘텐츠 헤비유저를 자처하지만, 의외로 나는 작품을 백지 상태에서 마주하는 편이다. 사전 정보 없이 보는 것이 주는 날것의 감각을 더 선호한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이상하게도 관람 전, 평점과 반응이 궁금했다.
독립영화의 결에 한국형 공포. 잘못 고르면 낭패일 수 있다는 직감 때문이었을까. 네** 평점을 눌렀다. 9.0을 넘는 수치, 그리고 나쁘지 않아 보이는 댓글들.
저녁 약속이 밀린 타이밍, 머리를 비우고 싶었던 마음까지 겹쳤다. 그렇게 만난 작품이 바로 <살목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 하다가 아… 하더니 헐…” 그리고 끝.
포털 사이트 평점에 당한 걸까. 댓글에 속은 걸까. 잠시 ‘알바부대’를 의심하는 순간까지 갔다.
물론, 시대의 코드를 내가 놓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쉽사리 납득되진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까다로운 관객만은 아니다.
<왕사남>보다 <휴민트>를 더 재미있게 본 사람이 바로 나다. (그러니 이 평가는 어디까지나 나의 한계일 수도 있다. 판단은 늘 자신에게 먼저 돌려야 한다는 쪽이니까.)
리더필름에서 보인 투자배급사 쇼*스의 로고. 최근 흐름이 나쁘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5.0을 주고 싶지만, 흥행의 기세는 체감상 7.0쯤 되는 듯하다. 문득 순제작비가 궁금해졌다. ‘짜임새를 보면 20억을 넘기진 않았을 것 같은데’
◆ 공포영화의 절반은 ‘소리’가 만든다
B급 공포에 페이크 다큐 형식을 입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호러물 <파라노말 액티비티> 그리고 국내 중계형 호러의 대표작 <곤지암>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스토리는 그냥 ‘전설의 고향’에서나 나올 ‘수렁에서 건진 내 딸’이다. 문제는, 그래서 무엇을 말하려는지 끝내 잡히지 않는다는 점.
저수지를 중심으로 갑작스러운 귀신의 등장, 그리고 불쾌한 사운드로 이어지는 점프 스케어. 한 공간에 모였지만 각자의 목적은 제각각인 인물들. 개연성 없이 죽어가고, 이유 없이 도망친다.
‘언제 무서워해야 하지? 그리고 왜?’
그 질문을 붙잡고 있는 사이, 영화는 끝.났.다.
◆ 공든 탑이 무너질 때
어릴 적 자주 하던 놀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그 리듬에 맞춰 등장하는 시체들. 분장은 분명 공을 들였지만, 정작 공포로 이어지진 않는다. 이것도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분명 감독 나름의 의도와 설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변이 궁금해진다. 하지만 굳이 찾아보진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저수지라는 공간 자체는 당분간 피하고 싶어진다. 개연성도, 서사도, 이유도 부족하지만 ‘무섭게 만들겠다’는 의지는 느껴진다.
결국 나는 공포를 느끼지 못한 스스로와 타협했다. ‘그냥 무섭다고 해두자’라며.
살다 보면 우리는 공든 탑을 쌓는다. 속담처럼, 정성을 들이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믿으면서.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공들였음에도 무너지고, 모래성처럼 사라지는 순간이 더 많다.
영화 속 마지막 돌탑이 무너지며 어떤 실마리가 보이는 듯했지만, 그것마저 명확한 메시지로 이어지진 않는다. 엔딩 크레딧은 다소 성의 없이 올라가고, 남은 건 빈 팝콘 상자와 묘하게 공허한 마음.
이것이 새로운 공포의 방식일까, 아니면 단순한 미완일까…(to be continued)
P.S.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은 꽤 무서웠을 것 같다. 다만, 그 공포가 관객에게까지 전이되지는 않았다는 것이 함정. 얼굴 익숙한 조연 배우들이 보여준 반가움, 그 지점까지였다.
* 칼럼니스트 ‘올림’은 건설,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소재·화학, IT, 패션 등 다양한 업계를 거쳐온 홍보전문가입니다. 인증코치이기도 한 그는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미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