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면 어딘가에서 한 번쯤 본 듯한 익숙함이 스친다. 옆집도, 아랫집도 아닌 <윗집사람들>이다.
하정우, 공효진, 그리고 이하늬. 이 조합이면 사실 고민은 끝이다. 안 볼 이유가 없다.
늦잠과 침대 위 나른함에 빠지고 싶던 주말 아침, 어김없이 07시 무렵 눈이 떠졌다. 한참을 멍하니 시선을 흘리다 결국 넷플릭스로 향한다.
‘이런 영화가 있었어? 러닝타임도 적당하네. 별다방 모닝세트 딜리버리 주문 넣기 전, 가족들 깨기 전에 딱 한 편 보기 좋겠군.’
결론부터 말하자면, 투 썸즈 업.
제작비가 5억은 들었을까 싶다가도 배우들 몸값을 떠올리니 그 이상이었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그런데 중요한 건 돈이 아니다. 무대 전환 하나 없이, 아파트 한 채 실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오직 대사와 연기만으로 이렇게까지 밀도 있는 웃음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미소, 실소, 폭소를 오가며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안 넘어가고 버티기 어려운 종류의 웃음이다. 다시 말하건데 이건 분명 ‘물건’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지만, 단순한 등급 이상의 수위다. 성인 코드가 곳곳에 촘촘히 박혀 있다. 그럼에도 성인들 입장에선 불쾌하거나 과하지 않다. 오히려 적절한 선을 지키며 웃음으로 전환시키는 균형감이 인상적이다. 성인 남녀라면 ‘가볍게 틀었다가 끝까지 보게 되는’ 전형적인 킬링타임용 콘텐츠다.
◆ 여러 작품의 기억을 호출하는 방식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영화 <완벽한 타인>. 부부와 커플, 그리고 대화 속에서 하나씩 드러나는 비밀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도 스친다. 에스트라공의 그 촌철살인 대사처럼, 말 몇 마디로 분위기를 뒤집는 힘. 이 작품 역시 대사로 승부한다.
또 <누구나 비밀은 있다> 같은 결의 기억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흥미로운 건, 이 모든 연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방’이나 ‘유사’의 느낌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익숙한 장치를 자신만의 리듬으로 재배열해 신선함을 만든다.
결국 이 작품을 살린 건 배우다. 하정우와 이하늬. 이 두 사람의 호흡이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새삼 ‘배우의 힘’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 결국 마음을 여는 건 ‘듣는 힘’이다
여러 번 말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입’만 남고 ‘귀‘는 사라진다.
친하다고 믿는 관계조차 카톡방을 보면 금세 드러난다. 각자 할 말만 쏟아내고, 누군가 의도적으로 질문을 던지지 않는 이상 대화는 이어지지 않는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어쩌면 점점 더 자기중심으로 기울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도 그렇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평범한 부부들. 그러나 각자 마음속에는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쌓여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제투성이로 보이던 다른 커플의 등장으로 균열이 생기고, 그 틈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문제를 만든 것은 타인이지만, 관계를 회복시키는 계기도 결국 타인이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더 단단한 관계로 나아간다.
배우자로서 한 단계 성장한다.
간만에 기대 없이 만난 수작이다. 극장용이라기보다는, 집에서 소파에 기대 앉아 웃을 준비 단단히 하고 보기 좋은 작품. 우울하거나 무료한 순간에 특히 더 빛을 발할 것이다…(to be continued)
P.S. 부부들이 등장하는데 왜 아이는 없을까.
그건 영화를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차태현 등 얼굴을 아는 익숙한 배우들이 등장하는 마지막 엘리베이터 장면. ‘옥의 티’가 아니라, ‘옥 위에 또 하나의 옥’이다.
* 칼럼니스트 ‘올림’은 건설,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소재·화학, IT, 패션 등 다양한 업계를 거쳐온 홍보전문가입니다. 인증코치이기도 한 그는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미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