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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지구칼럼] 쥐가 영웅으로 변신…지뢰 탐지·결핵 진단·재난 대응까지 '인류 생명 구한다'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탄자니아의 울루구루 산맥에서 한 남자가 지진을 가상한 잔해 속에 움직이지 않은 채 누워 있다. 그에게 다가오는 구원자는 예상치 못한 영웅, 바로 등에 배낭을 멘 쥐다. 잔해와 흩어진 가구 사이를 헤쳐 나온 아프리카 큰주머니쥐는 배낭을 작동시켜 구조대원들에게 힘찬 클릭 소리로 자신의 위치를 알린다.

 

이 성공적인 훈련 시나리오는 APOPO의 '영웅 쥐(영웅 쥐)' 프로그램의 최신 진화를 보여준다. 이제 이 쥐들은 지뢰 탐지와 결핵(TB) 진단의 기존 임무를 넘어 수색 및 구조 작업에도 투입되고 있다. 이 혁신적인 동물 감지 기술은 전 세계에서 수많은 인간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APOPO 공식 연구, PLOS ONE, WHO 글로벌 결핵 보고서, Landmine Monitor 2024, ABC, FairPlanet, GlobalGiving, ReliefWeb, Mongabay, Psychology Today 등에 따르면, 비영리 단체인 APOPO는 탄자니아 모로고로에 위치한 본부에서 소코이네 농업대학교와 협력해 20년 넘게 이 놀라운 아프리카 큰주머니쥐를 훈련시켜 왔다.

 

결핵 진단 혁신으로 수만명 생명 구해


APOPO가 2025년 발표한 PLOS ONE 연구에 따르면, 영웅 쥐는 이미 첨단 Xpert MTB/RIF 진단기기를 사용 중인 탄자니아의 69개 클리닉에서 48% 더 많은 결핵 환자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낮은 세균 농도의 미묘한 냄새도 탐지해내며, 기존 검사법으로 놓칠 수 있는 환자군까지 진단 범위를 넓혔다.

 

현장에서는 쥐 한 마리가 20분 안에 100개 이상의 객담 샘플을 분석해내는데, 이는 실험실 기술자가 하루 종일 검사하는 양과 맞먹는다. 이 같은 빠르고 정확한 조기 진단은 WHO 2024년 보고서가 밝힌 2023년 결핵으로 인한 125만명 사망과 820만명 신규 감염 문제 해결에 중요한 돌파구가 되고 있다.

 

전 세계 10만6000개 이상 지뢰 제거, 안전한 땅 되찾아


지뢰 탐지에서도 영웅 쥐는 탁월한 성과를 이루었다. 2025년 4월, 캄보디아에서 5살 된 ‘로닌’ 쥐가 109개의 지뢰와 15개의 불발탄을 탐지해 기네스 세계 기록에 이름을 올렸다. 2003년 이래 앙골라, 모잠비크, 캄보디아 등에서 10만6000개 이상의 지뢰 제거를 도왔으며, 이는 약 200만명의 주민들이 안전한 삶터를 되찾는 데 기여했다.

 

지뢰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지뢰로 인한 연간 사상자 수는 5757명, 이 중 84%가 민간인이고 37%는 어린이였다. 효율성에서도 인간이상의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인간 지뢰 제거팀은 금속 탐지기로 이 작업에 최대 4일이 걸리지만, 쥐 한 마리가 30분이면 테니스장 크기의 영역을 탐색한다.

 

재난 대응과 불법 야생동물 밀수 감지에도 새 시대


2025년 6월, 6마리의 구조 쥐(RescueRATs)가 탄자니아에서 지진 다발국인 터키로 옮겨져 실제 재난 수색 및 구조 작업에 투입됐다. 이 쥐들은 양방향 마이크와 카메라, 위치 추적기가 장착된 특수 배낭을 매고 험난한 잔해 속에서 생존자 탐색에 뛰어난 역할을 한다. 터키 현지의 GEA 구조대와 협력하며 현장 적응 훈련을 진행 중이다.

 

또한 환경 보호 분야에서는 야생동물 밀수품인 천산갑 비늘, 코뿔소 뿔, 코끼리 상아 등도 탐지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2024년 테스트에서 약 87%의 탐지 성공률을 기록, 연간 200억 달러 규모의 불법 야생동물 거래 감시망을 보완하는 혁신적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규제장벽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임팩트” 우선 전략


APOPO는 WHO가 영웅 쥐를 결핵 1차 진단법으로 인정하지 않아, 쥐가 양성 판정을 낸 샘플 모두를 전통적 현미경 검사로 재확인해야 하는 규제의 벽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주류 공중보건 자금 지원에서 배제되는 한계도 존재한다.

 

그러나 APOPO 크리스토프 콕스 CEO는 “궁극적인 목표는 사회적 임팩트를 최대화하는 것”이라며 "과학적 완벽성보다 현장의 환자를 찾아내는 데 집중한다"고 밝혔다.

 

인류 생명과 안전 지키는 ‘작은 거인’의 미래

 

APOPO는 현재 약 300마리 이상의 큰주머니쥐를 활용 중이며, 지뢰 탐지 100마리, 결핵 진단 40마리, 연구 및 신사업에 20마리를 배치하고 있다. 한 마리 쥐를 훈련하는 데 약 6000유로와 8~10개월이 소요되고 평균 수명은 8~10년으로, 6~7년간 실질 활동이 가능하다.

 

이렇듯 APOPO의 혁신적 ‘영웅 쥐’ 프로그램은 지뢰와 결핵, 재난 대응, 환경 보호라는 인류 최대 난제들을 동물 감지력이라는 저비용·고효율 수단으로 해결하며, 글로벌 보건과 안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작은 쥐 한 마리가 여는 거대한 변화가 지구촌에 희망을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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