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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우주칼럼] 지구 그림자가 드리운 '8자'의 비밀 "아날렘마" 아시나요?…경이의 우주 다이어그램, 우주·인간의 철학적 성찰 모티프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태양의 그림자가 지표면에 드리워질 때, 하루 중 같은 시각이라도 그 위치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며, 이를 기록하면 마치 길게 늘어진 '8'자 형태를 그리게 된다.

 

이처럼 태양이 우리 지구 하늘에서 1년 동안 같은 시각에 비치는 위치를 따라 그려지는 특이한 모양, 바로 '아날렘마(analemma)'이다. 이 놀라운 자연 현상은 지구의 자전축 경사와 타원형 궤도에서 비롯된다.

 

StarWalk.Space, Phil Plait, Alejandro Gangui et al., GradesFixer, Yuchen Zhang, Wikipedia, Vito Technology Inc., Scientific American, uni-heidelberg, Sun's Shadow, arxiv.org, unicamp.br, mathematical engineering에 따르면, 아날렘마는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된 결과물이다.

 

 

첫째는 지구 자전축이 약 23.4° 기울어져 있어 태양이 하늘에서 오르내리는 각도가 계절별로 변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태양의 적위(태양이 적도에서 위아래로 움직이는 각도)가 변하며, 아날렘마의 수직방향(남북 방향)을 결정한다.

 

둘째는 지구가 완전한 원형 궤도를 도는 것이 아니라 타원형 궤도를 도는 점이다. 이 타원 궤도 때문에 지구가 태양에 가까울 때(1월 초, 근일점) 빠르게 이동하고, 멀어질 때(7월 초, 원일점) 느리게 움직이면서 태양의 위치가 평균태양시(시계 시간)와 실제 태양시 사이에 시간차를 만들어낸다.

 

이 시간차는 '시간 방정식(equation of time)'이라 불리며, 아날렘마의 가로방향(동서 방향)을 만든다.

 

 

실제로 태양시와 평균태양시의 차이는 최대 약 16분(앞서거나 뒤치는 시간)까지 벌어지며, 이는 각각 11월(태양시가 평균시보다 16분 앞), 2월(태양시가 평균시보다 14분 뒤), 4월과 9월(동일 시간에 근접) 등에서 두드러진다. 지구의 북반구가 태양에 기울어진 기간(3월~9월)과 남반구가 기울어진 기간(9월~3월)도 그림자의 길이와 방향에 변화를 준다.

 

따라서 동일한 장소, 동일한 시각에 1년간 그림자 위치를 기록하면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태양의 위치가 '8'자 모양으로 축적된다.

 

흥미로운 점은 아날렘마가 지구 위 관측 지점에 따라 모양과 밀도가 다소 달라진다는 것이다. 위도가 높을수록 아날렘마의 크기와 형태가 변하고, 적도 근처에서는 아날렘마가 곧은 선 형태에 가깝게 나타난다.

 

 

또한 지구 궤도의 타원 형태가 완벽한 원형이 아님에 따라 아날렘마의 위쪽과 아래쪽 루프가 비대칭이며, 이는 태양이 근일점과 원일점 근처에서 이동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날렘마는 단지 천문학적 호기심을 넘어서 인간 문화에도 깊이 응집되어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아날렘마 형태가 신전의 해시계 장식에 사용되어 태양신 라(Ra)의 신성한 여정을 상징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아날렘마의 형태는 건축 요소로 표현되며 자연과 우주의 주기에 대한 인간의 탐구를 드러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알브레히트 뒤러 등 예술가들이 천문학 지식을 바탕으로 아날렘마를 작품에 도입해 과학과 예술의 접점을 이뤘다. 현대 미술에 이르러서도 아날렘마는 시간과 우주,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상징하는 모티프로 지속적으로 채택되고 있다.

 

 

철학적으로 아날렘마는 시간의 순환성과 인간의 우주 속 위치를 성찰하는 상징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면서도 반복되는 '8'자 모양은 생명과 자연 주기의 영속성, 그리고 인간 존재가 우주와 맺는 복잡한 관계를 은유한다. 아날렘마가 보여주는 우주의 리듬은 시계 중심의 인위적 시간과 자연이 리드하는 천체 시간 사이의 미묘한 긴장과 조화를 드러낸다.

 

과학과 문화, 철학을 관통하는 아날렘마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태양과 그림자 너머에 숨겨진 거대한 우주 질서와 생명의 리듬을 이해하는 귀중한 창이다. 1년간의 그림자 관찰로 얻어진 아날렘마 '8'자는 단순한 도형이 아니라 인간이 시간을 측정하고 우주를 탐구하는 노력의 산물이자, 그 속에 담긴 신비를 끊임없이 새기게 하는 우주적 사유의 기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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