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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우주칼럼] ‘중국판 팰컨9’ 톈롱‑3, 첫 비행서 추락…스타링크 vs 첸판, 추격 시나리오 '흔들'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중국 민간 로켓업계의 기대주였던 스페이스 파이오니어(北京天兵科技)의 대형 로켓 ‘톈롱‑3(Tianlong‑3)’가 데뷔전에서 비행 이상으로 임무에 실패하면서, 중국이 추진해온 초대형 인터넷 위성망 ‘첸판(Qianfan)’ 구상에 적지 않은 균열이 생겼다.

 

톈롱‑3 Y1은 4월 3일 베이징시간 12시 17분, 간쑤성 주취안 위성발사센터 인근 동펑 상업우주 혁신 시범구에서 첫 비행에 나섰다. 9기의 TH‑12 엔진을 장착한 1단이 점화되면서 로켓은 정상적으로 상승하는 듯했지만, 상승 초반부에 엔진 베이에서 작은 폭발로 보이는 현상이 포착됐고, 이후 비행 궤도가 예상 경로에서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화통신은 “12시 17분 발사 후 비행 중 이상이 발생해 임무가 실패로 끝났다”며, 구체적인 고장은 “조사 중”이라고만 밝혔다. 민간 우주 전문 매체 ‘China‑in‑Space’는 1단 말기 또는 2단 점화 전후 구간에서 비행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탑재체는 목표 궤도에 전혀 도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우주전문 사이트 Aerospace Global News는 로켓이 끝내 궤도 투입에 실패해 태평양 상공 어딘가에 낙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발사체 개발사 스페이스 파이오니어는 자사 SNS를 통해 “파트너사에 사과한다”며 “원인 분석과 시정 조치를 관련 전문가와 함께 진행해 후속 발사 임무의 완전한 성공을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기술적 결함이나 탑재체 구성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실패는 예견된 리스크였다는 시각도 나온다. 톈롱‑3는 애초 2024년 중반 첫 비행을 목표로 했지만, 2024년 6월 30일 허난성 궁이 엔진시험장에서 치명적인 사고를 겪었다. 당시 1단 정적 연소시험 도중 구조 결함으로 1단이 시험대를 이탈해 사실상 ‘의도치 않은 발사’가 이뤄졌고, 약 1.5km를 날아간 뒤 산비탈에 추락해 대형 화구를 만들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인구 80만명 규모의 궁이 시내에서 불과 5km, 인근 마을과는 1km도 떨어지지 않은 시험장에서 대형 1단이 통제불능 상태로 비행했다는 점에서 중국 내에서도 안전성 논란이 일었다. 위키피디아와 CNN 등에 따르면, 사고 후 스페이스 파이오니어는 1단과 시험대 연결부 재설계, 제어 소프트웨어 보강 등 100건이 넘는 설계 개선과 10여 차례의 추가 지상시험을 진행한 뒤에야 비로소 비행 허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정식 비행에서 다시 비행 이상이 발생했다는 것은, 구조·엔진·제어 시스템이 복합적으로 얽힌 근본적 신뢰성 확보가 아직 미완성 단계임을 시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톈롱‑3는 높이 71~72m, 직경 3.8m급으로, 1단에 9기의 등유‑액체산소(케로신‑LOX) 엔진 TH‑12를 묶은, 전형적인 ‘팰컨9 스타일’ 설계를 채택하고 있다. 공개된 설계 기준으로는 저지구궤도(LEO)에 최대 22톤급 화물을 실을 수 있는 능력을 겨냥하고 있어, 스페이스X 팰컨9 블록5(LEO 약 22.8톤)에 근접한 성능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중국판 팰컨9’로 불려왔다.

 

이 로켓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화물 능력이 아니다. 스페이스 파이오니어는 톈롱‑3 한 발에 초고속 인터넷 위성 36기를 ‘한 번에 쏘아 올리는’ 분리 기술을 개발해 2025년 10월 분리시험을 마쳤고, 주취안에 관련 시험·조립 시설까지 완공했다. 상하이 관영 매체 보도에 따르면 장쑤성 장자강 제조기지까지 포함해 연간 최대 50기 톈롱‑3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회사의 중기 목표다.

 

이 플랫폼의 직접적인 수혜자는 중국판 스타링크로 불리는 ‘첸판(千帆) 광대역’이다. 상하이시와 중국과학원 등이 후원하는 첸판은 최종 1만5,000기 이상, 1단계만 1,296기의 인터넷 위성으로 구성되는 메가콘스텔레이션을 표방한다.

 

2025년 말까지 648기를 궤도에 올리고, 2030년까지 1만5,000기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으로, 2024~2025년 사이에만 36기·54기 단위 발사가 잇따라 예정돼 있다. 현재까지 궤도에 오른 첸판 위성은 108기 수준에 그쳐, 1단계 목표(1,296기)의 8%도 채우지 못한 상태다.

 

이번 실패는 중국이 이미 몇 년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위성인터넷 경쟁에서 시간을 더 잃게 만든다. 스페이스X는 팰컨9 재사용 체제를 바탕으로 2024년 기준 5,000기 이상, 2026년 현재 6,000기 안팎의 스타링크 위성을 쏘아 올리며, 미국·유럽·아시아 일부까지 상용 서비스를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첸판은 108기 수준의 초기 위성만 올라간 상황에서, 대량 발사를 담당할 핵심 말(톈롱‑3)이 첫 비행부터 고꾸라졌다. 남중국해·인도양·아프리카까지 겨냥한 중국식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에서 저궤도 인터넷 위성은 필수 인프라로 거론되어 왔지만, 발사 수단의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서비스 본격화 일정도 줄줄이 미뤄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번 발사는 중국이 2026년 들어 시도한 19번째 발사였지만, 민간 기업이 팰컨9급 중대형 로켓을 시험하는 상징적 이벤트로 주목돼 왔다. SCMP와 차이신 등은 “중국 민간 우주 스타트업들이 재사용 대형 발사체 개발에서 여전히 기술적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 전략으로서 메가콘스텔레이션을 뒷받침할 민간 발사 인프라가 성숙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고 해서 톈롱‑3 프로젝트 자체가 좌초된다고 보기는 이르다. 스페이스X 역시 팰컨1·팰컨9 초창기 수차례 폭발과 추락을 겪은 뒤 현재의 고신뢰 재사용 체제를 구축했다는 것은 항공우주 업계의 상식에 가깝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톈롱‑3 후속기인 Y2가 이미 최종 조립 단계에 들어갔다고 전하며, 연간 수십 기 발사를 염두에 둔 제조·시험 인프라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패의 원인이 특정 엔진이나 배관, 소프트웨어 로직 등 국지적 결함으로 귀결된다면, 스페이스X가 그랬듯 2~3차례 추가 비행을 통해 빠른 ‘러닝 커브’를 타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이는 ‘선도자(first mover)’인 스타링크를 완전히 따라잡지는 못하더라도,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로서 특정 지역·정치권역을 중심으로 제한적 경쟁 구도를 만드는 전략에 힘을 실을 수 있다.  

 

톈롱‑3의 첫 실패는 한 발사체의 사고를 넘어,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추진해 온 ‘우주 인터넷 패권’ 프로젝트의 속도와 방향을 다시 점검하게 만드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조사 결과와 Y2 이후 후속 비행의 성공 여부가, 중국 민간 우주 생태계의 신뢰도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성인터넷 파워 게임 구도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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