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기록이 좋아 콘텐츠를 소비하고 나면 몇 자 남긴다. 나만의 루틴이다. 그럼에도 함께 읽어주고 피드백을 건네주는 분들이 있기에 이 짧은 일종의 아카이빙은 늘 감사함 위에 놓여 있다.
영화 신작 소개 프로그램을 보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 그 영화 뭐더라. 오빠가 엄청 재밌게 봤던… 정우 나오는 거. 그거 속편 나온대.”
순간, 감동이었다. 아니, 감격에 가까웠다.
정확히 몇 살 때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바람>을 보고 배꼽 잡고 웃었던 기억은 또렷하다. 그 안의 ‘짱구’(정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캐릭터이자 학창 시절의 정서였다.
“키득키득, 하하호호, 우하하하~”
그 시절의 웃음은 단순한 유머가 아니라 함께였기에 더 크게 터졌던 감정이었다.
내게 <바람>은 그런 영화였다. 그리고 짱구는, 그 기억의 중심에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기대가 컸다.
결론부터 말하면, 조금 당황스러웠다. 진부했고, 덜 웃겼고, 쉽게 몰입되지 않았다. 중간중간 웃음 포인트가 없진 않았지만, 그마저도 자연스럽기보다는 만들어진 웃음에 가까웠다.
<바람>을 기대하고 갔는데, 말 그대로 ‘바람’을 맞은 기분. 그렇게 <짱구>와는 다시 조금 허무하게 이별했다.
◆ 중년이 됐다고 느낄 때
밤 10시밖에 안 됐는데 하품이 먼저 나올 때,
외출 한 번 다녀온 뒤 다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을 때,
무언가를 해도 예전만큼 크게 즐겁지 않고, 그저 무탈한 하루에 안도하게 될 때,
그때 문득 깨닫는다. ‘아, 나는 이제 중년이구나.’
지천명을 앞둔 지금, 어쩌면 그래서 더 <바람>의 속편 격인 <짱구>가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자체보다 그 시절의 나와 내 친구들 그리고 아무 이유 없이 웃을 수 있었던 시간들이 참말로 그리웠나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다고 <짱구>가 완전히 나쁜 영화는 아니다.
짧게나마 그 시절을 떠올리게 했고, 문득 부산에 가서 국밥 한 그릇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했다.
아무렇지 않게 욕을 주고받고, 머리를 툭 치며 웃어넘기던 친구들. 그 단순하고 거칠었던 관계가 오히려 그리워지는 순간도 있었다.
재미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기대를 내려놓는다면,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내기에는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도 있겠다.
짱구와의 이별이 조금은 아쉽지만 거자필반(去者必返), 회자정리(會者定離)라 하지 않던가.
이제는 놓아줄 때가 된 것 같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조용히 말을 건냈다. “굿바이, 짱구”…(to be continued)
P.S. 주연뿐 아니라 조연들의 존재감도 기대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투리와 비속어가 만들어내던 묘한 카타르시스. 그 지점에서 <바람>이 왜 여전히 회자되는 작품인지 오히려 더 또렷해졌다.
* 칼럼니스트 ‘올림’은 건설,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소재·화학, IT, 패션 등 다양한 업계를 거쳐온 홍보전문가입니다. 인증코치이기도 한 그는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미생입니다.























































